프랑코 모레티 지음/ 이재연 옮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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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이탈리아 출신의 영문학자이자 전 스탠퍼드 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인 프랑코 모레티는 문학사 연구 분야의 독보적인 학자다. 그는 19~20세기 세계문학사, 독서사, 소설과 내러티브 이론 분야에서 폭넓은 시야와 심도 있는 분석을 제시해왔다. 특히 모레티 연구의 가장 독특하고 중요한 점은 문학사 연구에 정량분석을 도입․적용한다는 것이다. '그래프, 지도, 나무'에서 프랑코 모레티는 계량사학에서 그래프를 지리학에서 지도를, 진화론에서 계통도를 끌어와 방대한 문학사를 정리하는 ‘과학적인’ 방법론을 펼쳐 보인다.

'그래프, 지도, 나무'는 몇 권의 정전으로만 나열되는 문학사 해석에 반대하며, 살아남은 몇 권의 정전으로 장르 전체를 규정하는 식의 문학사 연구에 도전한다. 정전은 세계 문학사 전체에서 발표된 작품의 약 1퍼센트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 99퍼센트의 작품을 포함해 다시 정리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99퍼센트의 문학을 어떻게 파악하고 체계화할 수 있을까. 간학문적 데이터를 활용한 정량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문학 장르를 집적화해 살펴보기 위해 모레티는 ‘멀리서 읽기distant reading’라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멀리서 읽기’는 문학연구 대상과 거리를 두고 의도적으로 추상화해 멀찍이 독해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연구 대상을 바라봤을 때 그 형태, 관계, 구조, 형식, 모델 간의 상호연결성을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1장 그래프’에서 모레티는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영국,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나이지리아에서 신간 소설이 발간된 추이를 살핀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발흥한 시차는 있지만 그래프가 나타내는 추이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이는 근대 문물으로서의 소설이 유럽의 전유물이 아니라 나름의 역사를 통해 각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발전해왔다는 것을 뜻한다. 이로써 영미문학 중심의 문학사가 아닌 모든 지역을 포괄하는 비서구적, 탈중심적 해석의 문학사로 변환될 수 있다.

모레티는 또한 1740년부터 1900년 사이의 영국 문학 장르를 다룬 연구 100여 건을 살펴본 끝에 30년의 시차를 두고 44개의 장르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장르의 등장과 소멸에 나타나는 일정한 주기와 리듬은 일정한 패턴을 그려내면서 개별 장르들의 명멸이 거대한 문학사의 한 주기임을 알려준다.

‘제2장 지도’에서 모레티는 더욱 독특한 방법론을 시도한다. 바로 지도와 지리학을 활용해 작품의 내러티브를 파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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