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빠진 세상에서 인류의 삶 지켜줄 세계관 '씨앗철학'
혼돈 빠진 세상에서 인류의 삶 지켜줄 세계관 '씨앗철학'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3.25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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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씨앗철학(씨앗에서 삶으로) / 변현단 지음/ 들녘
변현단 대표
변현단 대표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라는 서정적인 제목의 책 한 권으로 잡초와 풀에 대한 기존 관점을 완전히 바꿔버린 사람, 도시 외곽으로 밀려난 힘겨운 인생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연두공동체’를 세우고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농사를 지은 사람, 전남 곡성의 산골에 터를 잡고 토종씨앗으로 자연농을 하며 전국 토종씨앗 모임 ‘토종씨드림’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 이 책 '씨앗철학'을 지은 농부 변현단이다.

신간 '씨앗철학' ⓒ위클리서울/ 들녘

저자는 본인 역시 귀농한 직후부터 씨앗을 받아 농사지은 것은 아니라고 고백한다.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 귀농했고 농사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농사는 물론 삶 자체를 문제시하게 해준 터닝포인트가 찾아온다. 단초는 연두농장을 방문했던 농업기술센터의 직원에게 받은 분홍색 옥수수 씨앗이었다. 건네받은 씨앗으로 옥수수 농사에 재미를 보았던 첫해와 달리 이듬해엔 옥수수 농사를 ‘완전히 망쳤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최고의 품질을 위해 만든 잡종 강세’의 문제점을 절감하게 되었고, 그 후로 ‘씨앗 받는 농사’ 더 나아가 ‘토종씨앗 받는 농사’에 전념한다. 그리고 토종씨앗 조사와 수집, 특성 연구, 정책, 교육 등 ‘씨앗’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특히 ‘씨앗의 일생’에 주목하면서 씨앗을 흙과 농사 너머 우주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가장 작은 씨앗 한 톨이 불러일으키는 엄청난 기적을 목도”했기 때문인데 그것이 바로 다양하게 꽃피는 생명과 면밀하게 연결된 생태계, 그 결과로 나타나는 건강한 순환체계와 고유한 생명의 존재가능성이다. 이후 그의 사유는 ‘씨앗이 곧 우주’라는 깨달음으로 나아갔고 마침내 씨앗을 잃어버리면 순환하는 사유체계와 자립생활, 소중한 가치까지 송두리째 빼앗긴다는 확신을 얻는다. 그러고 나서 이 믿음을 전파하면서 실천적 방법의 하나로 더욱 적극적인 ‘토종씨앗’ 운동을 벌인다. ‘씨앗철학’은 곧 생명철학이자 생태철학이며 농사철학인 동시에 몸철학이고, 삶의 실천철학이자 세계관이며 우주관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리고 ‘씨앗’으로서의 ‘개인’을 자각할 때 비로소 ‘나의 운동으로부터 세상이 변하’는 놀라운 실천과제를 완수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씨앗철학'은 농철학을 온몸으로 실천해온 농부 변현단의 삶의 기록이자 농사법의 정수이며 결정판인 동시에, ‘씨앗의 눈으로 보고 씨앗의 소리를 듣고 씨앗의 향을 맡고 씨앗의 삶을 사는’ 씨앗철학의 방법론을 정치·사회·문화·경제·교육·종교 등 우리 삶의 각 분야에 적용해야 한다는 소중한 외침이다. 이 책이 삶의 가치와 방향을 잃고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씨앗’이 되어줄 것을, 그리고 지속가능한 삶과 농사를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씨앗운동의 분기점’이 되어줄 것을 확신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반도를 강타하고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그 결과 인류는 엉겁결에 ‘불안과 공포를 동반한 강요된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이것들은 이제 그간 인류가 끊임없이 희망했고 또 전폭적으로 누려왔던 문명의 그림자이자 두려움의 다른 이름이 되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다. 페스트가 창궐했던 지난 세기에 비해 현재의 과학은 가히 압도적으로 발달했는데 왜 이런 일들이 자꾸 벌어지는 걸까? 매년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나고 면역력이 좋을 것 같은 젊은이들마저 감염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우문(愚問)의 답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코로나19를 비롯한 수많은 이변은 인간이 자립적인 생태순환사회를 포기한 데서, 그리고 자연의 일부임을 망각하고 지배권을 주장한 데서 비롯한다.” 그러면서 “서로 떠밀고 떠밀리면서 균형을 잡으려는 지구상에서 인간 사회의 대명제는 ‘생명의 지속성’에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씨앗철학’이다.”라고 말한다.

‘씨앗철학’이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씨앗의 눈으로 보고 씨앗의 소리를 듣고 씨앗의 향을 맡고 씨앗의 삶을 사는’ 철학이다. 씨앗철학은 한마디로 생명의 본질을 밝히는 철학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생태철학이자 농사의 가치와 기본을 중시하는 철학이고 인간의 몸에 대한 통찰의 철학이다. 그리고 이 모든 깨달음을 실천하는 삶의 철학이자 인류의 삶을 가능하게 해줄 우주관이다. 씨앗은 하늘과 땅의 기운을 받아 ‘내적인 힘’으로 응축된 완전체이자 소우주이며, 생명의 힘이 모인 과거이자 발아하는 현재이며 영원한 미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 인간도 엄청난 ‘한 톨의 씨앗’이다. 그리고 이 씨앗은 우리들 각자가 일상의 생활과 사유방식에서 온전히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개인으로 피어날 때 비로소 본연의 가치를 획득한다. 이 책은 초등학교 학생들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게, 즉 과학과 농사, 인문학과 철학에 문외한이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되었다. 좀 더 세세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생략한 데엔 저자의 숨은 의도가 들어 있다. 독자의 상상력과 결단이 그 공백을 메울 때 결국 이 책에 마침표가 찍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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