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과 창조의 원천인 예술과 융합할 때 경쟁력 무한대”
“상상과 창조의 원천인 예술과 융합할 때 경쟁력 무한대”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5.2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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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황의록 한국화가협동조합 이사장-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황의록 한국화가협동조합 이사장
황의록 한국화가협동조합 이사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문화가 없는 사회에서 인성도 파괴된 갈등사회가 됐다.

▲ 이게 정말 심각한 문제다. 더군다나 내가 전공한 경영학 측면에서 보면,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을 경쟁력으로 알고 있다. 디자인과 기술은 눈에 보인다. 눈에 보이는 것은 모방당하는 데 6개월에서 1년이면 끝난다. 어떤 신기술 신제품도 순식간에 모방된다.

현대자동차가 신차를 내놓으면, 맨 먼저 사가는 사람이 경쟁회사다. 고객이 아니다. 차를 사서 몽땅 분해해 본다. 내가 가진 기술에 아무리 돈을 많이 들여도 경쟁력이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개발하고 나면, 또 다음 제품을 다시 개발해야 하고 이것이 반복되면, 기업은 투자한 돈이 회수가 안 되기 때문에 재정상태가 점점 악화할 수밖에 없다.

 

- 모방할 수 없는 진정한 경쟁력은 무엇인가.

▲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은 경쟁력이 아니다. 보이는 경쟁력을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력이 진짜 경쟁력이다. 그게 사람이다. 사람의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의 원천이 바로 예술이다.

상상력은 누가 훔치거나 카피할 수가 없다. 상상력이 풍부하면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계속 쏟아내게 된다. 경쟁자가 카피하면, 곧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 그래서 항상 선두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그게 진짜 경쟁력이다. 진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예술의 생활화가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 유수의 기업들은 예술가들을 직원으로 뽑는다. 유럽에 가면 공장인지 미술관인지 모를 정도다. 사무실이고 공장이고 전부 예술과 접목시켰다.

화가를 뽑아 월급을 주면서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고 마음대로 조각하게 한다. 뭐든 요구하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오로지 예술작업만 하면 된다. 조건이 있다면, 예술작품을 기획하고 창조하는 과정에 직원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 예술적 영감을 융합한 경영이 대세다.

▲ 직원들이 화가들과 함께 활동하면 예술적 상상력과 창조력을 얻는다. 이게 가장 앞서가는 기업들의 무기이다. 예술이 삶 속에 들어오면 한계를 모르게 된다. 학자들은 아무리 그럴듯한 생각이 있어도 함부로 내놓지 못한다.

논리, 근거, 증명 이 세 가지를 제시하지 못하면 동료학자들에게 비판을 받고 깨지고 욕을 먹는다. 그래서 학자들은 자기검열이 심하다. 반면에 예술가들은 다르다. 예술가는 남과 달라야 산다. 꽃을 집보다 크게 그려도 아무도 시비하지 않는다.

‘태양을 왜 파란색으로 그렸나, 강물이 왜 붉으냐, 사람이 하늘에 어떻게 떠 있냐 등 아무도 간섭이나 잔소리가 없다. 오히려 독특한 발상이라고 칭찬을 받는다. 그러니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고, 그 결과 무한 상상이 가능하다.

 

- 한국 작가들의 상상력과 창조적 수준을 평가한다면.

▲ 예술은 상상력을 먹고 자란다. 말이 되든지 안 되든지 작가들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예술교육조차도 답습과 모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상상력이 고갈된 상태다.

손재주는 늘지만, 상상력은 말살되는 구조다. 개인의 삶도 문제가 있고, 사회도 병들어 있고, 기업도 경쟁력을 잃었다. 우리가 과거처럼 해외기업들의 상품을 모방하고 카피해서 싸게 만들어 내다 팔던 시대는 지났다.

그때는 상상력도 필요가 없었다. 그냥 부지런하면 됐다. 싸게 만들면 통했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를 이끌고 나가야 하는데 상상력을 키우려들지 않는다. 오히려 상상력을 죽이고 있다.

지식을 달달 외우는 시험은 잘하는데, 남들을 뛰어넘는 상상은 하지 못한다. 이래서는 한국 사회에 미래가 없다. 세계 10위권의 경제선진국까지 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 나는 여기에서 위협을 느꼈고, 이제 더는 안 되겠다 싶었다.

 

- 기업의 현실은.

▲ 국내에는 외국처럼 예술을 대하는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이렇게 되면 우리 사회가 점점 황폐해질 텐데. 그렇다면 예술발전을 위해서 나라도 나서서 한 역할을 해야겠다는 뜻을 세웠다. 그런데 힘이 없다.

개인적으로 대기업 그룹 총수들을 대상으로 경영 자문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내가 얘기를 하면 도와줄 줄 알았다. 그런데 회장이 ‘별로 관심 없다’는 말 한마디만 하면 그룹 전체가 얼어붙는다. 전혀 도움도 못 받고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나도 몰랐으면 좋았을 걸, 알고 나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양심상 견딜 수가 없었다. 정부나 기업을 움직일 수 없으니 나라도 하자, 그 대신 힘이 없으니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할 수 있을 때까지 하자는 원칙을 정했다.

 

- 국내 초유의 ‘화가협동조합’을 태동시켰다.

▲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으니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그래도 하고 보자, 잘못하면 고치면 된다는 자세로 시작했다. 경영의 핵심이 합리성인데 합리적인 사고로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 고치면서 여기까지 왔다. 하다가 안 되면 서로 뒤끝 없이 헤어지면 그만이다. 그러면 양심의 가책은 안 느낄 거다. 문제는 생각보다 잘되는 경우다. 잘 되면 욕심을 내는 사람이 생기고,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초심은 사라지고 갈등만 남게 될 것이다. 그래서 특정 개인의 독주나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협동조합 형태를 선택했다. 협동조합은 아주 민주적인 조직이다. 누가 만들던 누가 출자를 많이 했든, 누가 주로 기여를 많이 했든 상관없이 1인 1표 체제다.

게다가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무보수를 원칙으로 채택했다. 이사장인 나부터 임원들도 일체의 보수를 받지 않는다. 그러면 순수한 마음으로 기부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 쓸데없이 욕심을 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벌써 6년째다. 초기에 조합원 20명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사실 협동조합은 만들기는 쉽지만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다. 제대로 돌아가는 곳은 찾기 힘들다. 다행히 우리 화가조합은 성공적이다.

 

- 일반인들은 예술의 문턱을 높게 보고 다소 부정적으로 여긴다. 그런 미술시장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함께 시장분석을 했는데 어떻게 나왔나.

▲ 조합을 만들 때, 미술계에 정통한 지인들 몇 사람 만나 작가들을 돕기 위해 화가조합을 만들고 싶은데 어떤가 하고 조언을 구했다. 이구동성으로 ‘하지 마라, 돈 못 번다. 그림 못 판다’라는 말만 했다. 나는 돈 버는 게 목표가 아니고 돈에 전혀 관심도 없다.

그러나 그림이 안 팔리면 작가들을 도울 길이 없으니 이것은 분명 문제였다. 작가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면 굳이 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마케팅 교수다. 남들 말만 듣고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결과가 반대로 나왔다. 그림 좋아하고 사고 싶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잠재적 수요가 살아 있다는 뜻인데.

▲ 그림을 좋아하고 사고 싶은데 왜 안 사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불안감과 부담감’ 때문이라고 했다. 그림을 사고 싶지만 그림을 잘 모르니 과연 이 그림이 좋은 그림인지, 믿을 만한 작가인지 알 수가 없다. 한두 푼짜리도 아닌 그림을 함부로 살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그림에 대한 인식이 왜곡된 데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언론에서 누구의 그림이 수천만 원 혹은 수십억 원에 팔렸다는 기사만 나오니 그림을 순수하게 즐기기 전에 투자수단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 문제다. 이러니 그림을 쉽게 사지 못하는 것이다. 그림을 즐기는 것보다 사두면 나중에 값이 얼마나 올라갈까만 관심이 있다.

 

- 순수한 예술보다 자본이 시장을 잠식했다는 뜻으로 들린다.

▲ 지금 미술시장이 매우 어렵다. 미술시장은 재테크(財 Tech) 시장과 애호가 시장으로 나뉜다. 현재 한국 미술시장은 1%도 안 되는 소수 재테크 고객들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9%의 대중은 그림에 관심이 없다. 이 사람들이 그림과 가까워지고 친해져야 한다. 돈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그림과 친해질 수 있고 그림을 즐길 수 있다.

관심이 없을 뿐, 돈이 문제가 아니다. 이런 점을 타개하기 위해 화가조합은 그림 파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림과 친해지게 하는 것을 최상위목표로 삼고 있다. 예술을 보는 자세가 순수해야 한다. 예술은 즐기는 것이다. 즐기다 보면 내가 산 그림이 인기를 끌고 작품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희귀한 일이다.

 

- 예술과 마케팅을 결합한 갤러리를 오픈한 지 6년이 됐다. 소회가 어떤가.

▲ 우선 그림 좋은 줄을 알아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인정해주면 더 좋다. 그림 좋은 줄을 알게 하려면 부담 없이 그림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화가조합은 현재 갤러리를 두 곳 운영하고 있다. 서초동에 갤러리 쿱이 있고 대관령에 티롤 갤러리가 있다.

일 년 365일 쉬는 날 없이 전시하고 있다. 심지어 설날이나 추석에도 오픈한다. 대중이 그림이 생각나면 언제든지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예상했던 것 보다 잘하고 있다. 인지도도 높아졌고 방문자도 많아졌다. 무엇보다 우리들의 진정성을 믿어주는 분들이 많아졌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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