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막막한 개성공단 기업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막막한 개성공단 기업들
  • 우정호 기자
  • 승인 2020.06.25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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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기업들, 개성에 남겨둔 자산 9000억원 규모
개성 다음은 금강산?…현대그룹 1조 5000억 자산 어쩌나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지난 16일 북한이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가운데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위기감이 가중되고 있다. 앞서 개성공단 기업들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의 빌미가 된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달라고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으나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고 나자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암울한 분위기다. 협회는 당장 북한이 어떤 식으로 추가 대응에 나설지 예상할 수 없는 만큼 협회 차원에서 손 쓸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과거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개성에 남겨두고 온 자산만 9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현대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북한 내 자산에 대한 손실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위클리서울/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

지난 16일 통일부는 북한이 오후 2시49분께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고 밝혔다.

이날 북한이 공동 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하면서 개성공단 지역에서 폭음 소리와 함께 연기가 목격됐다. 통일부는 이와 관련 연락사무소가 완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항의하며, 연락사무소 폐쇄와 폭파를 예고한 바 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만약 남조선 당국이 자기 동네에서 동족을 향한 악의에 찬 잡음이 나온 데 대해 응분의 조처를 따라 세우지 못한다면 북남 공동 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마 나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 공동 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러한 김 제1부부장의 언급이 있은 지 사흘 여 만에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청사를 실제 폭발한 것.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번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청사 폭발에 대해 "일단 예고된 부분이 있다"며 "조금 더 정확한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br>
ⓒ위클리서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구실된 ‘대북전단 살포’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되기 직전인 15일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의 구실이 될 것을 인지하고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와 금강산기업협회, 내륙투자·교역기업은 15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 및 4대 공동선언 비준 동의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평화와 개성공단 등 남북협력을 위협하는 대북 전단 살포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와 개성공단 등 남북협력의 상징들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며 "극소수 탈북자 단체들의 전단 살포를 강력 규탄한다. 전단 살포는 한반도 평화와 휴전선 일대 주민들의 신변안전을 위태롭게 했다. 남북협력의 소중한 자산인 개성공단이 폐쇄된 상태에서 더 나아가 영구히 사라질 위기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남북정상간 4대 공동선언의 적극적인 이행을 촉구한다"며 "정부가 미국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남북 양정상이 합의한 공동선언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이 사단이 발생했다"고 정부의 안이한 대처도 비판했다. 비상대책위는 "이번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는 정부가 4·27과 9·19공동선언을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비상대책위는 "국회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현 상황을 야기한 것은 6·15공동선언부터 9·19평양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남북 양 정상이 합의한 사항과 그간 여러 분야의 각종 남북합의서가 제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막막한 개성공단 기업들 “북측의 대승적 판단 간곡히 호소”

한편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암울한 분위기다. 협회는 당장 북한이 어떤 식으로 추가 대응에 나설지 예상할 수 없는 만큼 협회 차원에서 손 쓸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공장 재가동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17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침통한 마음으로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개성공단은 남북 주민들의 땀과 열정으로 민족단결의 정신이 서린 곳이다. 북측의 대승적인 판단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또 비대위는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에 대한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북한의) 행위가 지나치고 자제되지 못한 부분은 개탄스럽다”면서도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중 어느 것 하나 이행이 안 돼 남측에 대해 신뢰가 깨지고 분노하던 상태에서 전단 문제가 기폭제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이어 “미국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협력에 대해 사사건건 제동을 건 결과가 현 사태를 야기했다”며 “미국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의 대화와 협력을 존중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성공단 사업권자이자 금강산관광 독점사업자인 현대그룹도 당혹감에 빠져 있다. 특히 금강산 지역에 있는 해금강호텔 등 현대와 정부가 건설해 운영하던 남쪽 시설물도 위협을 받게 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금강산지구 남쪽 시설물(해금강호텔·온정각·문화회관 등)을 철거하라고 지시했고, 이 ‘철거’ 문제는 그 뒤 남북 당국 사이에 의견 교환이 이뤄지다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지금은 유보된 상태다.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 50년 독점사업권 및 개성공단(3단계 총 2천만평) 장기 개발·시행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전날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직후 이 사무소에 공급해온 전력망을 문산변전소에서 즉각 차단 조치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개성에 남겨둔 자산 9000억원 규모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과거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개성에 남겨두고 온 자산만 9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보험금 등으로 투자 손실의 일부를 보전 받았지만 부족하다고 보고 헌법소원과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아직 별다른 진척은 없는 상태다.

17일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 기업 120여곳이 2016년 2월 개성에서 철수할 당시 남겨두고 왔다고 정부에 신고한 자산만 9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기계설비를 비롯한 고정자산과 완제품 등 유동자산만 고려한 금액이다. 그 외 투자 손실까지 합하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보험 등을 통해 정부에서 지원한 금액은 5천억원 정도 된다"며 "정부에서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남은 금액은 기업에서 손실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본인들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 게 아닌 만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과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2016년 2월 북한의 핵실험에 따라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는 정부 발표와 북한의 즉각적인 추방 결정에 따라 제품 등을 남겨두고 부랴부랴 남쪽으로 넘어와야 했다.

북한은 기습적으로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하며 남측 인원을 전원 추방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기업들을 대신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가 위헌이라며 2016년 5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4년이 넘도록 공개 변론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정부를 상대로 투자 손실 보전을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민사소송은 개별 기업들이 진행하므로 구체적인 사항까지 알지는 못하지만 1심 판결이 나온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부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정부가 개성공단 사업이 완전히 종료됐다고 선언하기 전까지는 폐업 절차도 밟기 어려운 실정이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개성공단 및 금강산 철거가 다음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2018년 금강산관광 20주년 남북공동행사에서&nbsp;ⓒ위클리서울/ 현대그룹
2018년 금강산관광 20주년 남북공동행사에서 ⓒ위클리서울/ 현대그룹

개성 다음은 금강산?…현대그룹 1조 5000억 자산 어쩌나

북한의 개성공단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현대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북한내 자산에 대한 손실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강산, 개성공단 철수 협박에도 대북사업 재개를 위해 차분히 준비해왔던 현대그룹 측은 북한의 개성공단연락사무소 폭파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현대아산을 중심으로 북한이 위협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나타나면서 그동안 답보상태였던 대북사업이 전면 백지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룹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현대아산측은 지난 17일 긴급임원회의를 열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 관련한 대응책 마련을 논의했다. 현정은 회장은 이 회의에는 직접 참석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북한의 행동에 당황스럽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현대아산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에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산업과 관련 50년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총 9229억원을 투자했다. 이 중 3632억원은 현재 금강산 내 토지개발권 및 부두, 호텔 등 주요 시설물에 투자했으며 나머지 5597억원은 북한에 사업권 대가로 지불했다. 현대그룹이 금강산에 지은 시설물을 5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이미 지불한 셈이다.

또, 관광공사, 에머슨퍼시픽 등도 33개 골프장 등 주요시설에 1330억원을 투자했다. 토지에 대한 사용권과 금강산 관광 사업권 등을 합해 약 1조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박왕자 사건이후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된 이후 지금까지 현대아산이 보고 있는 손실은 매출만 1조5000억원, 영업손실은 2284억원에 달한다.

개성공단마저 2016년 2월에 철수하면서 손실이 더욱 커졌다.

현대아산은 개성공단에 현재까지 사회기반시설(SOC) 사업비 5800억원, 개성공단 내 사무실·숙소 등 유형자산 400억원 등 약 6000억원을 투자했다. 현대아산은 개성공단 가동중단에 따라 연간 100억원의 매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희 한국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금강산과 개성공단에까지 군대를 주둔시킨다는 언급으로 볼 때 당분간은 남북 경협이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북한 스스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국경이 차단되는 등 남북 경협이 이뤄질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해 일방적으로 금강산 내 남측 자산의 몰수 조치를 단행한 데 이어, 이번에 군대 주둔까지 언급하면서 금강산 관광 사업의 재개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며 “이로 인해 현대아산 등 기업들은 자산의 손실 가능성이 높아져 향후 이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성윤모 장관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실물경제 영향 면밀히 대응”

한편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에 대해 "실물경제 영향을 면밀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산업부는 17일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해 성윤모 장관 주재로 긴급 1급회의를 개최하고 실물경제 영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점검결과 수출, 에너지 및 원자재 수급, 산업생산 등 주요 소관 분야에서 현재까지 특이 동향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성 장관은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경색이 산업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긴장감을 갖고 주력산업과 수출 등 실물경제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기업과 소통하면서 필요한 지원을 해나갈 수 있도록 산업부 및 소관 공공기관이 최선을 다해 대응하라”고 당부했다.

산업부는 현재 운영중인 코로나19 비상대응 테스크포스(TF)를 통해 북한 조치 관련 영향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필요한 대응 및 지원조치를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또 유관기관과 함께 산업 및 에너지 시설 안전관리, 에너지 수급 안정, 사이버 보안 등에도 만전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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