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환 지음/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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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이 책은 게임 시나리오 작가 11년 차, 판타지와 현실 세계를 오가며 ‘현타’ 속에 마주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과 직장생활의 비애를 재치있게 풀어냈다. 멋있는 어른으로 살기 위해 가난한 취준생을 거쳐 운 좋게 직장인이 되었지만 ‘직장인’과 ‘멋’이 한 쌍으로 놓일 수 없음을 일찌감치 깨닫고 멋 대신 ‘공감하는 삶’을 살며 겪고 느낀 이야기를 담았다. 끊임없는 경쟁에 숨 막히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매일을 겪고 있는 ‘어른이’들에게, ‘어쩌면 우리는 꽤 근사한 사람들’이라는 짧지만 친근한 위로 110편을 전한다. 

첫 시작은 영수증에 끄적인 낙서 몇 마디였다. 새로울 것도 없는 일상, 별일 없이 사는 자신의 이야기를 트위터에 올렸다. 글은 널리 퍼졌고, 사람들은 위로받았다고 했다. 공감의 시작이었다. 저자는 오랜 시간 취준생으로 살며 무수히 꺾여버린 과거의 자신에게 쓸쓸한 위로를 보내는 한편, 직장인으로 살면서 느끼는 ‘어른이의 비애’에 대해 이야기한다. 직장에서의 나의 존재감, 내가 맡은 일의 중요도, 나와 동료의 거리, 직업에 대한 회의감,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심리 등 나이를 먹고 연차가 쌓여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어른의 삶’에 대해 특유의 낙관적이고 나른한 톤을 입혀 위트있게 풀어냈다.  

유난히 외롭고 가난했던 이십 대를 보내고 어렵게 직장인이 된 저자는 사회로 나오면 마냥 행복한 어른으로 살 수 있을 줄 알았다고 한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지고, 내 결정에 따라 내 인생이 좌지우지될 줄 알았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내 인생은 나보다 직장 상사의 결정이나 직장의 흥망에 의해 좌우됐고, 내 기분은 나의 마음보다 동료의 기분에 따라 좌우됐다. 내 마음은 추락하는 자존감을 붙잡기 위해 다짐하는 용도로 쓰일 뿐이다. 기분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배웠지만, 나 빼고 모두 기분을 드러내며 살고 있는 것 같아 아직도 인간관계가 힘들게 느껴진다. 

'준비한 마음이 모두 소진되어 오늘은 이만 쉽니다'는 아직도 어둡고 긴 터널을 걸어 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등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무한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글로 채워져 있다. 누구에게나 기대고 싶은 어깨 하나쯤 필요한 요즘, 화려하진 않지만 진심을 다해 공감해주는 그의 글이 그러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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