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이재용, 재수감 207일 만에 '가석방' 결정
총수 복귀 삼성전자 경영 정상화 가능할까?
TSMC·인텔 등 경쟁사들 총공세 대응 과제도
취업제한 리스크‧가석방 특혜 비판 여론도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늘(13일)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다. 지난 1월 재수감 된 지 207일 만이다.

고(故) 이건희 회장 별세에 이어 이 부회장의 재구속으로 내부가 침체된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계기로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이와는 반대로 이 부회장의 형이 아직 살아있는 데다 굵직한 재판들이 줄줄이 예정돼있어 이 부회장이 경영 행보에 온전히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맞아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국정농단' 이재용, 재수감 207일 만에 가석방 결정

복역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광복절을 맞아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이 부회장은 올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지난달 말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 예비 심사에 오를 수 있는 형 집행률 기준(50%∼90%)을 충족했다.

다만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나도 5년간 취업제한 규정은 그대로 유지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법 제14조는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취업을 제한한다고 돼 있다. 

이번 광복절 가석방 대상자는 이 부회장을 포함해 총 810명이다. 가석방 대상자들은 13일 오전 10시 전국 54개 교정시설에서 일제히 출소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번 가석방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며 "사회의 감정, 수용 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총수 복귀 삼성전자…경영 정상화 가능할까?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총수 복귀로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특히 고(故) 이건희 회장 별세에 이어 이 부회장의 재구속 등 연이은 악재로 내부가 침체 돼 있는 상황에 이 부회장이 경영 복귀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의 복귀로 삼성전자가 미국 등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재계에서는 회사 장기 미래를 좌우하는 굵직한 투자는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이 부회장이 수감된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삼성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아직 후보지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 로이터 통신은 최근 이 부회장이 출소하면 삼성전자의 주요 투자와 M&A 프로젝트가 가동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공장 신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등과 관련한 결정도 이 부회장의 복귀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끊겼던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도 가시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컨퍼런스콜에서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바탕으로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인수합병을 진행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분야는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전장 사업 등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위클리서울/ 삼성전자
ⓒ위클리서울/ 삼성전자

TSMC·인텔 등 경쟁사들 총공세 대응 과제도

한편, 이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해외 경쟁사들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졌다.

삼성전자가 따라잡아야 할 파운드리 경쟁사 대만의 TSMC와는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고, 인텔까지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와 M&A로 삼성전자를 압박했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부문에서도 미국의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각각 176단 낸드와 DDR5 D램의 기술 개발과 생산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르는 등 삼성전자의 초격차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시장 절반을 석권한 대만의 TSMC는 일찌감치 향후 3년간 1천억 달러(114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데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발 빠르게 올라타 미 애리조나주에 360억 달러를 들여 6개의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정부의 K반도체 전략 발표 당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7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모두 파운드리에 투입한다고 해도 연간 투자액은 17조원으로 TSMC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4%로 압도적 1위였고 2위인 삼성전자는 17%에 머물렀다.

반도체 종가인 인텔은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며 200억달러(22조8천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2개를 짓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엔 파운드리 세계 시장 점유율 3위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1위인 메모리 부문에서의 초격차에도 균열 조짐이 보인다. 미국의 마이크론은 삼성전자보다 앞서 세계 최초로 176단 모바일용 낸드플래시 양산에 들어갔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하드웨어는 강하지만 소프트웨어 열세로 수익성에선 애플에 눌리고 있고, 물량에선 중국 샤오미에 밀릴 조짐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2분기 판매량에서는 세계 1위를 지켰으나 6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샤오미가 1위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위클리서울 /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위클리서울 /삼성전자

취업제한 리스크‧가석방 특혜 비판 여론도

이 가운데 이 부회장의 경영 최전선 복귀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아직 형의 효력이 살아있어 보호관찰 대상인데다 이 부회장의 계열사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와 관련한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인 데다 프로포폴 투약 혐의와 관련된 재판도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어서, 이 부회장이 경영 행보에 온전히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게다가 이 부회장이 가석방 되더라도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 규정이 유효하다. 이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예외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에는 제약이 따를 수 있다.

형 집행 면제와 함께 유죄선고의 효력이 상실되는 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형기만료 전 조건부 석방이어서 법무부의 보호관찰과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취업제한, 거주지 제한 등을 받게 되며 해외 출국 때에는 법무부에 보고하고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대상인지에 대한 법령 해석을 놓고 법무부와 삼성 측의 견해가 엇갈리지만, 법무부는 이미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대상자라고 통보했다.

운신에 여러 제약을 받는 이 부회장은 진행 중인 재판 등에 대비하면서 표가 나지 않는 방식으로 삼성전자의 큰 투자 결정 등을 지휘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노동·인권·시민단체와 여권 일각에서 여전히 이 부회장의 석방에 비판적이어서 경영 보폭을 넓히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9일 논평(이재용 가석방, 부끄러운 역사로 남을 것)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결정은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도 정의롭지 못한 명백한 재벌총수에 대한 특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가 이재용을 위해 가석방 심사 기준을 낮추는 등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위클리서울과의 통화에서 “공식 입장은 내지 않고 있다”면서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가석방 요건에 맞춰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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