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그룹, 대우건설 지분 50.75% 인수 본계약 체결…합산 시공능력 업계 3위
대우건설 인수 통해 해외건설 및 개발사업 시너지 효과 기대
브랜드 가치 보존‧대우건설 직원 불안 종식 등 해결과제도

중흥그룹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위클리서울 /중흥그룹
중흥그룹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위클리서울 /중흥그룹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건설업계 순위 17위 중흥이 5위 대우건설을 품었다. 시공능력평가액으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어 3위로 평가된다.

중흥그룹 정창선 회장은 지난해 광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년 내 대기업을 인수해 재계 서열 20위 안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의 실적을 이끌고 있는 주택 사업을 품고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됐다. 실적에 따라 정 회장이 천명한 재계 서열 20위 권 진입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흥그룹은 '독립경영'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각 기업의 장점을 상호보완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지만, 대우건설 직원들의 불안·부족한 해외 사업경험 등의 우려를 불식시켜야만 대형건설사 간 '빅딜'이 성공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중흥그룹, 대우건설 지분 50.75% 인수 본계약 체결…합산 시공능력 업계 3위

중흥그룹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50.75%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자로 선정된 지 5개월 만에 본계약까지 체결하면서 사실상 인수 실무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

중흥그룹은 이달 중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하고, 후속 작업에 들어간다.

약 한 두 달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면 중흥그룹은 곧바로 인수대금 납부를 완료하고 대우건설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최종 인수대금은 정밀 실사를 거쳐 2조∼2조1천억원 선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종합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서 대우건설은 5위(8조7290억원),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은 각각 17위(2조585억원), 45위(1조1130억원)였다. 세 회사 시공능력평가액을 합치면(11조9178억원) 순위는 GS건설(9조9286억원), 포스코건설(9조5157억원)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서게 된다.

다만 중흥은 인위적인 합병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계약 체결식에 직접 참석한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해외 역량이 뛰어난 대우건설 인수는 중흥그룹 '제2의 창업'과도 같다"면서 "어떠한 외적 환경의 변화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건설그룹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대우건설이 글로벌 건설회사로 재도약하기 위해선 임직원 개개인과 조직간 신뢰와 협력이 중요하다"며 "그런 여건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 깊이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흥그룹은 자산총액이 9조2천70억원(2021년 공정위 발표 기준)에 달하며 보수적인 자금운영으로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대우건설 인수도 재무적투자자(FI) 없이 단독으로 인수작업을 진행해 무난히 잔금 납부까지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중흥그룹 아파트 브랜드 중흥 S-클래스 ⓒ위클리서울 /중흥그룹
중흥그룹 아파트 브랜드 중흥 S-클래스 ⓒ위클리서울 /중흥그룹

대우건설 인수 통해 해외건설 및 개발사업 시너지 효과 기대

한편, 중흥그룹은 이번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취약점 가운데 하나였던 해외건설 및 개발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중흥그룹은 1983년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이 설립한 금남주택에서 출발했다. 1942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난 정 회장은 40대 초반 본격적으로 건설사 경영에 나섰다. 금남주택은 1989년 지금의 이름인 중흥건설로 사명을 바꿨다.

정 회장은 1993년 중흥종합건설, 2000년 중흥건설산업 등을 설립하며 건설 계열사를 늘려왔다. 중흥그룹의 성장은 2000년대 들어 빨라졌다. '중흥S-클래스' 브랜드를 선보이며 광주·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전국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들어서부터다. 2011년 세종시 개발 당시 미분양이 발생할 때 쏟아져 나온 매물을 대거 매입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세종시 주택 시장이 호황세로 돌아서면서 특수를 누리게 됐고 1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었다.

사세를 키운 중흥그룹은 2015년 처음으로 자산총액 5조원을 넘어서며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중흥그룹은 이제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맞게됐다. 대우건설 인수가 확정되면 2021년 기준 자산총액 19조540억원을 기록하며 재계 서열 21위에 오르게 됐다. 올해 재계 순위인 47위와 단순 비교하면 26계단 상승한 셈이다. 중흥그룹의 올해 자산총액은 9조2070억원, 대우건설은 9조8470억원이었다.

이제 과제는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간 시너지 강화다. 양사의 실적 상승이 본격화되면 재계 서열 20위 안으로 진입도 노릴 수 있다. 중흥그룹은 SPA 체결 전부터 주택 사업에서 대우건설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정원주 부회장은 “중흥그룹과 오랜 관계를 쌓아온 디벨로퍼가 많은데 대우건설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으로 벌써 대우건설에 수주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흥그룹은 현재 대우건설 실적을 이끌고 있는 주택 사업 외에 새로운 사업도 찾을 계획이다. 기존 사업과 상승 효과를 내면서도 건설업이 어려워질 때 실적 방어를 해줄 수 있는 분야에 관심이 크다. 특히 대우건설은 플랜트와 토목 사업 적자로 인해 실적 등락을 반복한 경험이 있어 사업 다각화 필요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정 부회장은 “현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건설 실적이 조금 하락해도 회사를 영위해갈 수 있는 사업을 개발하려 한다”며 “이미 관련 검토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대우건설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브랜드 가치 보존‧대우건설 직원 불안 종식 등 해결과제도
 
대우건설을 품고 도약을 앞둔 중흥그룹이지만 일각에선 브랜드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흥그룹은 '독립경영'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각 기업의 장점을 상호보완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지만, 대우건설 직원들의 불안·부족한 해외 사업경험 등의 우려를 불식시켜야만 대형건설사 간 '빅딜'이 성공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2006년 대우그룹은 현재 중흥그룹보다 규모가 컸던 금호산업에 인수됐음에도 3년 만에 산업은행에 다시 매각된 바 있다.  

이에 대우건설 노동조합(노조)는 대우건설의 브랜드 가치 하락이 이뤄지지 않도록 독립경영의 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11월 아파트 브랜드 평판 빅데이터 순위'에서 대우건설의 '푸르지오'는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의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반면 중흥건설의 대표 브랜드 'S클래스'는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노조도 특정 본부의 분리, 해체라는 조직개편 가능성은 물론 처우·복리후생 악화 가능성을 문제시했다. 7월에는 '중흥그룹 인수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도 구성해 단체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중흥그룹도 이런 내부 우려를 인식해 지난달 중순부터 ▲대우건설 노조 ▲KDB인베스트먼트 등 3자로 구성된 '실무협의체'를 만들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담에서 중흥그룹은 조직개편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대우건설 노조 측에 전했다. 인위적 구조조정에도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와 함께 ▲독립경영 및 임직원 고용 승계 보장 ▲부채비율 개선 ▲임직원 처우개선 ▲핵심가치(도전과 열정·자율과 책임)의 고양 ▲내부승진 보장 ▲능력 위주의 발탁 인사 등 현안사항을 선별하고 향후 중점 추진해 나갈 것도 약속했다.  노조와 성실한 협의를 통해 상생 방향도 찾겠다고 언급했다. 

또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이 그간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한 '해외투자'에도 힘을 쏟겠다는 경영계획을 전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경험 부족' 우려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토목·플랜트 부문에 대한 사업 경험이 미진한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의 해외 수주 등에 성급히 개입할 경우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단 것이다. 성급한 투자가 사업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정 회장은 "우리 대우건설이 더욱 역동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하길 소망한다"며 "새로운 변화의 시기에 도전과 열정, 자율과 책임, 신뢰와 협력으로 뭉친다면 제가 꿈꾸는 대우건설과 임직원 모두가 꿈꾸는 기업이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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