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투톱의 온라인 사업 각축전

소공동 신세계 백화점, 롯데 백화점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소공동 신세계 백화점, 롯데 백화점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국내 유통업계 투톱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이 약 200조 시장으로 추정되는 온라인 시장 선점을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2019년 135조원에서 지난해 161조1000억원으로 뛰었고, 올해는 185조원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내년 211조8600억원, 2023년 421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신세계와 롯데는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e커머스 개발자 등 인재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 온라인 몰 ‘SSG닷컴’ 출시 7년 만에 4배 성장…올해 거래액 4조원 넘길 듯 
 
신세계는 백화점과 이마트 등이 판매하는 상품을 한 곳에서 살 수 있는 통합 쇼핑몰 ‘SSG닷컴’을 지난 2014년에 선보였다. 현재 SSG닷컴에서는 백화점, 마트를 비롯해 트레이더스, 스타벅스 등 그룹사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SSG닷컴은 초창기 연간 거래액 1조원대에서 2017년에 2조를 넘기고 지난해에는 3조9236억원을 나타냈다. 올해는 4조원은 훌쩍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신세계는 3조5000억원을 투자하며 G마켓과 옥션 등 몸집 큰 온라인 쇼핑몰을 지닌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전통적 유통기업을 넘어,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으로 자리 잡는데 나섰다. SSG닷컴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 3%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 점유율 12%가 더해지면서 신세계는 네이버(17%)에 이어 이커머스업계 2위로 올라서게 됐다.  
또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인해 신세계는 기존 강자였던 ‘식품군’뿐 아니라, ‘비식품군’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신선식품을 당일에 배송하는 ‘쓱배송’ 서비스로 식품 매출이 큰 곳이 SSG닷컴이라면, 이베이코리아는 비식품 분야 매출이 비교적 커 판매 품목 확장에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 온라인 몰 ‘롯데온’ 출시로 뒤늦은 응수

한편 롯데는 신세계에 비해서는 늦게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롯데그룹은 디지털 혁신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해 4월 그룹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을 출시했다. 소비자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프레시, 롭스, 토이저러스, 롯데홈쇼핑 등의 제품을 온라인에서 구입할 수 있다. 

롯데온은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주문부터 배송까지 2시간 이내 소화할 수 있는 바로배송' 등을 도입했다.

롯데온은 내년 말까지 바로 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점포를 50여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경쟁사인 이마트가 전국 150여개 마트 중 110여 곳에 온라인 물류 처리가 가능한 'PP센터'를 구축하는 것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더욱이 상품·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롯데는 온라인 강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이베이코리아에서 나영호 부사장을 영입해 롯데온을 운영하는 이커머스 사업부 수장으로 앉혔다. 롯데그룹 공개채용으로 뽑힌 직원들로만 똘똘 뭉친 ‘순혈주의’가 강한 기업으로 꼽히는 롯데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자본 투자도 아낌이 없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의 디지털 혁신을 말하며 롯데온에 3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온은 올해 신동빈 회장이 신년 사장단 회의에서 질타할 정도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분기 롯데쇼핑 이커머스 부문은 매출액 240억원, 영업적자 463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매출은 40억원이 감소하고 영업적자는 180억원이 늘어났다. 지난해 롯데온 출범 당시 목표 온라인 매출을 20조원으로 잡은 것과 완전히 다른 기대 이하 실적이다.  

 

ⓒ위클리서울 / 디자인=이주리 기자

롯데-신세계, 온라인 인재 확보 경쟁도 치열

한편 신세계와 롯데는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인재확보 전쟁까지 펼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사업 중심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행보에 발맞춰 개발 인력 확보에 속도를 낸다. 지난 7월에는 SSG닷컴이 두 자릿수의 개발 경력직을 채용했다. 법인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단일 직군 채용이다. SSG닷컴 IT개발자는 본사 근무인력의 절반인 400여명에 이른다. 

이마트에 인수된 G마켓·옥션 역시 신입 개발자를 대거 채용한다. 신세계그룹은 정보기술(IT) 전문 인력을 확보해 온·오프라인 통합 커머스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다. G마켓과 옥션은 이마트에 피인수된 후 개발자 확보에 더 적극적이다. 이보다 앞서 8월에도 총 27개 포지션 직무의 개발 경력직을 평년보다 2배 넘게 채용했다.

G마켓·옥션은 올해 하반기 신입 공채에서 안드로이드·iOS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을 비롯해 프론트·백엔드 등 5개 주요 개발직무에서 두 자릿수 인력을 채용한다고 20일 밝혔다. 개발자 채용 규모를 지난해의 2배 이상으로 확대했다. 블라인드 채용 방식으로, 오직 코딩 테스트를 통해 실무형 인재를 선발한다. 이번 채용으로 G마켓·옥션은 500명이 넘는 IT개발 인력풀을 확보하게 된다.

신세계그룹의 개발자 채용에 따라 온라인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는 롯데그룹과 인재 확보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롯데는 e커머스 사업 강화를 위해 개발자 확보에 적극 나선 상황이다. 롯데온은 이달에만 개발직군 경력사원을 100명 이상 채용한다. 롯데온 론칭 이후 대규모 공채는 이번이 처음이다. 

데이터와 테크, 사용자경험(UX) 등 5개 부문에서 경력과 신입 인턴사원을 채용, 롯데온 성장 기반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유통 대기업이 IT 개발자 확보에 사활을 거는 것은 디지털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다. 특히 e커머스가 상품기획자(MD)보다 개발자 중심 조직으로 개편되면서 우수 IT 인력 확보가 기업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떠올랐다.

롯데와 신세계는 개발자 유인을 위해 각종 인센티브도 내걸었다. 롯데온은 개발 직군에 본인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근무하는 유연근무제를 적용하며, 자기계발지원금도 지급한다. G마켓과 옥션은 이번에 채용하는 개발자 대상으로 기본적 보상 패키지 외에 장기 성과급을 제공한다. 

새해 상장을 앞둔 SSG닷컴은 올해 4월부터 개발자 전원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했다. 전문 테크기업으로부터 우수한 개발 인력을 영입하기 위한 새로운 직급제 도입도 검토한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가진 신세계지만 뒤늦게 뛰어들어 온라인 전환에 모든 걸 쏟아붓고 있는 롯데의 추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롯데가 온라인 인재 확보에 성공하고 나면 신세계와의 격차를 금방 따라잡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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