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뜨거운 여름’

[위클리서울=이유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 생명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윤리위원회 징계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세력 및 안철수 의원과의 신경전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 대표의 대표직 상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선 이합집산 움직임이 한창이다. 이 대표를 둘러싼 뜨거운 여름을 전망해 봤다.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킨 이 대표의 모험수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월을 힘겹게 맞을 전망이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7월 7일 4차 전체회의를 열고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 및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윤리위는 이 대표의 소명을 들은 후 징계 여부를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윤리위에서 내릴 수 있는 징계 수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등 4단계로 구분된다. 만약 징계를 결정한다면 경고 혹은 당원권 정지 수준의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는다면 당대표직 수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

경고 처분을 받는다 해도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엔 큰 타격이다. 재심 청구나 당 대표 직권의 징계 취소·정지 조치 가능성도 있지만, 만약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되면 차기 대표를 향한 레이스가 바로 시작되며 여당 내 권력 투쟁이 바로 가시화할 가능성이 있다.
 

‘간장’ 한 사발

이미 이 대표와 ‘윤핵관’ 장제원 의원 및 ‘앙숙’ 안철수 의원의 갈등은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장 의원은 이 대표의 징계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 대해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인가”라며 윤석열 대통령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표는 해당 발언이 인용된 기사를 언급하며 “디코이(미끼)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한다. 다음 주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맞받았다.

이 대표가 언급한 ‘간장’은 ‘간철수(간보는 안철수)와 장제원’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특히 안 의원은 장 의원이 주축이 된 공부모임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참석할 예정으로, 차기 당권주자인 안 의원과 ‘친윤’ 의원들 간의 동행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개별 모임에 대해 따로 입장을 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그 모임이 활동하는 것을 보고 이야기할 것이 있다면 이야기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는 윤리위 징계와 관련한 위기 상황의 대처로 혁신위를 통한 ‘정면 돌파’를 택했다. 이 대표가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 직후 띄운 혁신위는 첫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특히 혁신위에서 차기 총선에 대비한 공천 시스템을 정비할지 여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는 으뜸당원 도입 등 예측 가능한 공천시스템 도입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혁신위를 두고 ‘이준석 사조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80만명에 달한 당원 구조에 걸맞은 당 운영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며 “그런 이야기를 하면 또 공천제도나 이런 쪽으로 항상 논의를 몰아가시는 분도 있는데, 그것은 그것(혁신)의 일부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혁신에 대한 의지를 재차 밝혔다. 전날 자신의 SNS에 흰머리 세 가닥 사진을 올린 그는 “1개씩만 났는데 3개가 나서 특이해서 올렸다.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면서도 “신 정부도, 당도 개혁동력이라는 것은 항상 유한하기 때문에 적재적소에 써야 하는데, 시기상으로나 이런 것들을 실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의를 앞두고 여당 내부의 혼란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정치권의 분위기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동 사실을 부인하지 않음으로써 ‘윤심’에 기대려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국가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정에 대한 책임이 막중한 집권여당 인사들이 내부 권력다툼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 아니냔 비판도 제기된다.

그는 윤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저희는 지금까지 대통령과의 논의사항, 접견 일정을 외부로 유출한 적도 없고 이야기한 적도 없는데 그저께 언론 기사로 이런 이야기가 나와서 오히려 제가 당황스럽고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이 해당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한 것과 온도차가 느껴지는 답변이다.

한편 이 대표의 발언과 관련 ‘세 가닥’이 최근 공개적으로 충돌한 배현진 최고위원,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을 직격한 장 의원, 입당 후에도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는 안 의원 등 세 사람을 의미하는 것 아니냔 해석도 존재한다.

이 대표는 안 의원과 불편한 조우를 하는 장면을 연출했기도 했다. 이 대표와 안 의원은 경북 칠곡군에서 열린 6·25전쟁 72주년 기념 백선엽 장군 2주기 추모 행사에 나란히 참석했으나 가벼운 인사만 나눈 채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행사 이후 서로를 겨냥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천을 둘러싼 안 의원과의 갈등에 대해 “그런 문제는 여의도에서 언제든지 정리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반면 안 의원은 “협상의 문제가 아니라 대국민 약속”이라며 “국민의당 ‘출신’이 아니라 국민의당에서 추천한 인사로 한다고 돼 있다”고 맞섰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곳곳 ‘직격탄’

국민의힘 내부 갈등은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의 징계 심의가 다시 열리는 내달 7일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당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조기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장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연구모임 ‘미래혁신포럼’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특강을 여는데, 여기에 안 의원도 참석하기로 하면서 두 의원의 밀월 관계는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와 장 의원 모두 실명을 걸고 상대방을 비판하기 시작하면서 싸움이 걷잡을 수 없게 흘러가게 됐다”고 했다.

상황은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윤리위가 이 대표에 대한 징계 가능성을 시사한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자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당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장 의원은 “대통령에게 부담이 돼선 안 된다”며 차단막을 쳤다.

일각에선 이 대표와 비공인 핵심 권력인 친윤그룹 사이의 신경전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단 이 대표는 당 혁신위를 통해 ‘정면돌파’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그는 “유한한 개혁동력을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며 “당이든 정부든 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때가 올 여름 어떤 식으로 흐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