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빚’ 1인당 2000만원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긴축재정’를 선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일 "나랏빚이 1000조에 육박해 정부가 긴축할 수 밖에 없지만 서민과 어려운 분들, 미래를 위한 투자에 돈 쓸 때는 확실히 쓸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국민에게 제일 어려움을 주는 게 물가인 만큼 추석까지 최소한 추석 성수품목에 대해선 1년전 물가 수준을 유지하기로 방침을 잡았다"며 "또 수해로 인한 재난 지원금은 피해가구와 소상공인에 추석 전까지 확실하게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생경제의 어려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또한 여기에 상당 부분 갈릴 가능성이 높다. 한가위를 전후로 한 한국 경제를 전망해 봤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디자인=이주리

나라빚 1000조원 시대다.

정부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나설 태세다. 윤 대통령은 "지금 나랏빚이 몇년 사이에 늘어서 1000조를 육박하고 물가와 전쟁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정부가 긴축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걸 국민 여러분도 다 아실 것"이라면서 "하지만 서민, 어려운 분들, 미래를 위한 투자 등 돈 쓸때는 확실히 쓰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서민경제, 민생, 취약계층 지원 등을 부쩍 강조해오고 있다.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도 고위당정대회의를 갖고 폭우 피해 소상공인에 추석전 최대 400만원 재난지원금 지급, 할인 쿠폰 지원 등을 통한 추석 차례상 물가 1년전 수준 근접 관리, 특별재난지역 추가 선포, 추석 연휴기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 추석연휴전 민생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재정 기조를 '긴축 재정'으로 전환하고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을 도입해 악화된 재정을 정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국가채무시계’ 경보음

국회 예산정책처의 '국가채무 시계'에 따르면 최근 국가채무는 1048조 5476억 7304만원을 기록했다. 국민 한 명당 갚아야 하는 나랏빚이 2000만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국가채무 예상액을 기반으로 예측한 결과 1초에 약 184만원씩, 1분에 1억 1000만원씩 나랏빚이 쌓이고 있는 셈이다. 이를 올해 4월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5159만3000명)로 나누면 국민 한 명당 2032만원의 나랏빚을 짊어져야 한다.

국가채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순채무를 합한 나랏빚을 의미한다. 예정처는 국가채무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2013년 9월부터 실시간으로 나랏빚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정부는 불과 3년 전인 2019년 8월 '2020년 예산안'을 발표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국가채무 규모가 2023년에서야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당시 올해 말 국가채무는 970조 6000억원으로 점쳤다. 하지만 정부의 예상보다 나랏빚은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재정은 급격히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한 문 정부는 평균 총지출 증가율이 8.7%에 달할 정도로 지출을 크게 늘린데다가 임기 5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매년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편성했다.

문 정부는 일자리 지원 목적 등으로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11조원, 3조8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2019년에는 사상 처음 '미세먼지' 추경(5조8000억원)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코로나19 감염병이 확산하자 2020년에는 59년 만에 네 차례의 추경을 강행했다. 이어 지난해 2차 추경, 올해 초 1차 추경까지 문 정부에서만 총 10번의 추경이 편성됐다.

이 사이 나랏빚은 415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다. 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660조 2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임기 마지막 해 편성한 올해 1차 추경 기준으로 1075조 7000억원까지 불어나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3년 전 예측한 1000조원 돌파 시점인 2023년보다 1년 앞당겨진 셈이다.

윤 정부는 임기 5년 동안 이전 정부에서 악화된 재정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정부는 올해 2차 추경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초과 세수 일부를 국채 상환에 활용했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1068조 8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기존 50.1%에서 49.7%로 낮아질 전망이다.

윤 정부는 또 처음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부터 '긴축 재정'에 시동을 건다. 2차 추경을 포함한 올해 총지출보다 규모를 줄여 재정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3% 이내로 개선하고 2027년 국가채무비율은 50% 중반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예산 편성 관련 당정 협의에서 "내년 예산 총지출 규모를 올해 추경보다 대폭 낮게 함으로써 이전 정부 대비 관리재정수지와 국가채무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얼마 전 '재정준칙 콘퍼런스'에서 "건전재정 기조로의 전환·정착을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며 "경제 위기로 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준칙 적용을 면제하되, 위기 종료 시에는 바로 준칙 기준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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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마리 토끼잡기’

윤석열 정부는 이전보다 더 ‘강력하고 단순한’ 내용의 재정준칙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3.0% 이내로 관리하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때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2.0% 이내로 조이는 것이 골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재정준칙 면제 요건 등 세부 내용을 다듬어 발표하고 입법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발표했던 ‘한국형 재정준칙’보다 더욱 엄격해진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준칙은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3%로 나눈 수치와 국가채무비율을 60%로 나눈 수치를 서로 곱한 값이 1.0 이하가 되도록 산식을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3% 이내, 국가채무비율은 60% 이내로 각각 관리하되 두 개의 기준선을 일정 부분 넘나들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시행 시점은 유예기간을 둬 2025년으로 설정했고, 관리 기준은 시행령에 위임하도록 했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준칙은 우선 통합재정수지 대신 관리재정수지를 재정 관리 지표로 채택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빼 계산하는 통합재정수지와 달리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 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하고 산출해 나라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며, 적자비율도 통합재정수지보다 높은 경향이 있다.

또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는 것으로 방식도 단순화했다.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어가면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GDP 대비 2% 이내로 더 엄격히 관리하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관리 기준은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규정하고, 시행 시점도 유예기간 없이 재정준칙의 근거를 담은 국가재정법이 통과되는 즉시 바로 적용하도록 했다. 법안은 아직 통과되지 않았으나 정부는 당장 내년 예산부터 준칙을 적용해 편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재정준칙처럼 대규모 감염병이나 경제 위기 등 비상 상황에서는 적용을 면제하는 규정을 두기로 했다. 준칙 적용 면제 요건은 추경 편성 요건과 유사하게 설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전쟁이나 자연재난·사회재난 등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대량 실업·남북관계의 변화·경제협력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거나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등이다.

예외적으로 적용을 면제하더라도, 위기가 종료되면 바로 재정 건전화 대책을 수립해 다음 해에는 준칙을 지키도록 규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재정 여건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주기적으로 준칙 기준을 재검토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8일 “재정준칙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역사적 책무로, 어떤 일이 있어도 미루거나 외면할 일이 아니다”라며 재정준칙 도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긴축재정과 민생을 함께 해결하기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민심의 벽에 막힌 윤석열호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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