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시장, "집회제한구역서 도로점용허가 없어 행정대집행"
김수영 청장, "공공질서 위협 안 돼...집회의 자유 보장해야"
대구시 중구, 지난해 도로점용허가 1건·집회 신고 2400건

스웨덴 퀴어축제인 ‘유로프라이드 2018 스톡홀름’ 퍼레이드 ⓒ위클리서울 DB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지난 17일 도로점용허가와 집회의 자유를 놓고 대구시와 경찰 간 물리적으로 충돌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무대 설치 차량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대구시 공무원들이 차량 진입을 막았고 경찰은 이들 공무원들을 막아 축제 진행을 보호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대구시와 중구 공무원은 500여명, 대구경찰청 소속 등 경찰관은 1500여명으로 결국 경찰 측이 공무원 측을 해산시켰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퀴어축제가 열린) 동성로 거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집회가 제한된 구역”이라며 “집시법에는 집회신고를 하면 도로점용허가를 당연히 받은 것으로 한다는 의제 조항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퀴어축제를 막은 게 아니라 공공도로를 불법점거 하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대구지역은 중앙대로와 국채보상로·태평로·달구벌대로·동대구로 등 모두 9개 주요 도로가 집회 제한 구역이며 이 가운데 이번에 문제가 된 중구 대중교통지구가 포함된 도로는 7곳이다.

도로법에는 △반복적, 상습적으로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도로를 점용하는 경우 △도로의 통행 및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실시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해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도로에 있는 적치물 등을 제거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는 등 행정대집행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김현수 객원기자
홍준표 대구시장 ⓒ위클리서울/김현수 객원기자

즉 홍 시장은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경찰에 집회신고를 한 것만으로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것으로 인정할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축제가 열린 지역이 집회가 제한된 도로라는 것이다.

이에 홍 시장은 "엄연히 집시법 시행령에 주요도시 시위 제한 구역이 명문화돼 있는데 대구경찰청장이 그걸 몰랐다면 옷을 벗어야 하고, 알았다면 경찰이 불법 도로 점거를 방조해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준비가 끝나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이번 퀴어문화축제 진행을 보호하기 위해 공무원들을 막은 것이 집시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집시법에 따르면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해야 하며 누구든지 폭행, 협박, 그 밖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면 안 된다고 규정했다. 헌법에도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했다.

퀴어문화축제가 '집회의 자유' 범주에 있는 집회로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더라도 정당한 집회로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는 것이다.

김수영 대구경찰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노총 등의 집회도 경찰에 신고하면, 주최 측이 별도로 대구시로부터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더라도 시가 통상적으로 길을 터줬다”며 “퀴어문화축제만 제재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또 김 청장은 “집회가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는 있지만, 보통 법원을 통해 집회를 강제로 해산해야 할 만큼 공공질서에 명백한 위협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으면 행정대집행은 위법이라는 통상적인 법원 판례 등에 따랐다”고 덧붙였다.

본지취재 결과, 실제로 대구 중구에서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건수는 지난 해 1건(반려), 올해 6월까지 0건이었다. 그러나 중구에서 집회신고건수는 같은 기간 2488건, 630건에 달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홍 시장이 주장하는 집시법상 집회 제한구역은 금지가 아니라 ‘제한’ 구역이며, 집회를 제한할 수 있는 주체 또한 행정청장이 아니라 관할경찰관서장이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시법 12조 1항에는 관할경찰관서장이 주요 도시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또 다른 관계자는 “집회 신고 시 도로나 장소 점용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하는 등 신고 범위를 벗어난 집회를 규제해 시민의 교통 편의와 안전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대구 동성로상인회 등이 대구지법에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재판부는 집회가 소수자 의사를 표현하는 유일한 장이 될 수 있다며 기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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