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세상] 고홍석

[위클리서울=고홍석 기자]

ⓒ위클리서울/ 고홍석 기자

현재 시간은 정지되어 있습니다.
이 사진은 추낙하식 괘종시계이고
시계추가 움직이지 않으면 시간은 정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추를 세속적 저잣거리 표현으로
고환(점잖은 한자 표현으로 睾丸, 콩그리쉬로 Fire Ball)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매달려 있지 않고 무너져 있으면
'시계가 죽었다'고 사망 선고를 받습니다.

시계 점포에 가면
죽은 시계의 사망 시간은 대개 10시 10분 전후로 맞춰있습니다.
궁금해서
주인장(내지는 사장님)께 여쭤보았더니
그 시간이 가장 보기에 좋다, 는 답변이었습니다.

빈티지한 색깔에
비록 고환은 무너져 버렸지만
멋지게 사망한 이 시계에
오늘 진심으로 조문을 표합니다.

문득
조선 순조 때 유씨부인이 지은 국문 수필 조침문(弔針文)이 생각나서
조시계문(弔時計文)을 올립니다.
억지 영어로 '시계를 위한 레퀴엠(Requiem)'을....

 

<고홍석 님은 전북대학교 명예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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