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탐방] ‘청춘일번가’로 주목받는 서울풍물시장

ⓒ위클리서울/ 최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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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자리한 서울풍물시장에는 골동품, 근현대사 상품, 우리의 옛것에부터 생활잡화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진을 치고 있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한 공간에 함께 펼쳐져 있어 남녀노소 불문 나아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문화적 체험을 선사시켜주고 있다.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출발한 서울풍물시장은 2003년 동대문구로 이동하면서 이곳 풍물시장으로 재탄생했다. 이후 2008년 현재의 아케이드몰 형태로 탈바꿈하며 볼거리 등을 두루 갖춘 곳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근래 들어 테마존인 ‘청춘일번가’가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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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글바글 식당가

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무지개색 안내도가 눈에 띈다. 무지개색 종류별로 주제별 구성이 나뉘어져 있다. 1층의 빨강동에서는 지역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가와 마주할 수 있고, 주황동에서는 구제 의류 용품 등을 구매할 수 있다. 노랑동에서는 각종 생활잡화, 초록동에서는 각종 레트로 물품을 만날 수 있다.

초록동을 비롯 섹션별로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점포에는 진품명품에나 나올 골동품부터 수십년 된 LP 플레이어, 필름카메라, 전축 등을 구경할 수 있다. 각종 복고풍 장식품, 가구 등 과거 우리 생활상과 밀접했던 물품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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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되고 있는 대부분 물품들 분위기는 복고를 자아내지만 이런 물품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랑동과 남색동에서는 다양한 생활잡화 물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일부 물품들은 구매 후 에프터서비스도 가능하다.

한 그림 판매대에는 헐리우드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베껴 그린 사람 얼굴 크기 만한 액자들이 수를 놓고 있다. 흔히들 재래시장이니 상품 가격이 저렴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오판이다. 판매상 박모(61.남) 씨는 “마를린 몬로 그림 한 점에 4만원”이라며 “이름은 없지만 나름 그림 좀 그린다는 장인들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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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가에는 많은 손님들로 바글거린다. 식사시간 때면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도 더러 볼 수 있다. 손님으로 온 이모(47.여) 씨는 “강남에서 여기까지 친구들과 밥먹으로 왔다”며 “오래전 고향에서 먹었던 굴비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 서울에서 이 가격에 식사할 수 있는 곳이 어디있겠는가”라며 “이곳에 한번 오면 가족들이 하루 먹을 수 있는 양만큼 음식들을 포장해 간다”고 했다.

여타 시장에 비하면 수준이 높은 곳이라지만 재래시장이라는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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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정모(남.59) 씨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좁고 협소한 점포와 통로 공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풍물시장 주변 노점단속안도 마련돼야 한다”며 “다른 지역은 그렇게 단속하면서 왜 이곳은 그렇지 아니한가. 개발이 덜 된 지역이라 무시하는 건가”라고 따졌다.

실제 풍물시장 주변 노점으로 인해 미관상 문제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이 시장 내부로 유입되는 경로가 차단되고 있는 상황. 풍물시장 주변 노점 단속 및 경관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이 외에도 미운영 점포 및 공실 관리감독 방안 요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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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의 연령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씨는 “이대로 가다간 시장이 노화될 수 있다”며 “역량과 의지 있는 젊은 상인들이 미운영 점포에 들어올 수 있도록 시장상인회와 시 차원에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심모(여.63) 씨도 “시장의 혁신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아이디어 넘치는 젊고 활기찬 청년 상인들이 들어와야 한다”며 “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 그리고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울시의 확실한 방향 수립 아래 상인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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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가 대세

서울풍물시장은 체험관을 따로 운영하고 있는 특색이 있는 시장이라 평판이 나 있고, 2015년도에는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코로나 여파에도 활기를 띠고 있다. 신구가 조화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2층은 이곳 시장의 테마존이자 핫플레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심엔 청춘일번가가 자리하고 있다. 근현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구경거리가 있고 직접 체험을 해볼 수 있어 추억을 만끽하려는 노년세대와 우리 과거를 체험하고 싶은 젊은 세대들이 어울리며 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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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년대 당시의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청춘사진관’을 비롯 복덕방, 국밥집, 전당포, 만화방, 문구점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그 시절 풍금 소리가 울려퍼지는 추억의 교실 등 ‘청춘’에 대한 향수와 이야깃거리로 가득한 장소이다. 과거 이발소를 재현한 ‘풍물미용실’에서는 실제로 컷트와 염색을 할 수 있고, ‘청춘다방’에서는 DJ박스에서 나오는 옛날 음악을 들으며 차 한잔과 담소를 나눌 수 있다.

60~70년대, 가까이는 90년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는 추세에서 젊은 세대들도 여기에 편승하고 있는 상황. 그래서인지 풍물시장과 청춘일번가에서는 20대 여성들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친구들과 청춘일번가를 찾은 20대 여성 김모 씨는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본지와의 취재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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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에서도 옛날 아이템들이 선점하고 있잖아요. 요즘은 복고가 더 새로운 것 같아요. 음식도 마찮가지잖아요. 소주는 옛날 병모양으로 팔리고 햄버거도 80년대 풍으로 판매되는 것 같고요. 다른 재래시장에는 없는 그런 느낌들이 즐비해서 이곳을 자주 찾는 편입니다.”

청춘사진관에 옷을 갈아입던 배모(58.남) 씨는 “고교 동기와 식당가에서 식사하다가 재미삼아 이곳에 들렀다. 앞서 손님들도 제 연배와 비슷했다. 젊은 친구들보다는 연세 드신 분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 씨는 옛 교복과 교련복 등을 입고 사진을 몇 컷씩 남긴다. 교복 등을 훼손하지 않는 한 무료로 만끽할 수 있는 행사이다 보니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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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국밥집 앞에서 만난 양모(58.남) 씨는 “대학시절이 떠오른다. 학교 앞에서 대포 한잔하고 외상하던 모습이 그려진다”며 멋쩍게 웃었다. 청춘문방구 앞에 선 양 씨는 “국민학교를 다닐 시절 십원 씩 넣고 오락하던 기억이 난다. 재래시장에서 이런 문화를 즐길 수 있어 이곳에 자주 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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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다방에서는 실제 커피나 차가 판매한다. 남녀노소가 공존하는 이곳에서 친구들과 커피맛을 음미하고 있던 우모(23.여) 씨. 앞으로 이곳 시장과 청춘일번가의 단골이 되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옛날 다방커피가 정말 이런 맛이었을까 궁금하네요. 요즘 마트에 파는 ‘다방커피’라는 상품과는 차이가 좀 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볼거리가 많아 좋아요. 앞으로 친구들과 이곳에 자주 오려고요. 다만 집이 멀어 고생입니다. 서울이나 지방 곳곳에 이런 재래시장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서울풍물시장, 앞으로 번창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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