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들, "인간중심적·종차별적 사회서 더불어 사는 관계 경험"

'달뜨는보금자리' 생추어리 ⓒ위클리서울/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동물을 살리는 일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동물이 공존하며 사는 모습을 그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고기 상품이 그냥 제품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생명이었다는 것도 알 수 있죠”.

“생추어리(sanctuary)를 통해 학대의 흔적을 지닌 채 살아가는 비인간동물의 삶을 사회에 드러내고, 지구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인간과 비인간이 맺어 나가야 할 올바른 관계의 대안을 제시하며, 동물의 지위와 권리를 향상하고자 합니다”.

생추어리의 중요성에 대해 생추어리 활동가들은 이같이 설명했다.

생추어리란 ‘피난처’, ‘안식처’라는 의미로 공장식 축산 혹은 동물 학대 등 위급하거나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구조된 동물들이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일종의 보금자리를 뜻한다.

생추어리 조성운동은 1980년대 미국의 동물권 활동가 진 바우어로부터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종돈장에서 살아남은 돼지 ‘새벽이’와 실험동물로 태어나 죽임당할 위기에서 구조된 ‘잔디’가 살고 있는 ‘새벽이생추어리’, 도살 직전의 소들을 구조하여 조성한 ‘달뜨는보금자리’ 등 다양한 생추어리가 조성되고 있다.

한인정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리서치랩 연구자(멘토)는 “인간중심적·종차별적 분위기가 공기처럼 퍼져 있는 사회에서 공간 대부분이 인간중심적인 공간으로 설계·운영되고 있다”며 “지구의 동반생활자로서 동물이라는 ‘타자’에 대한 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인정 연구자는 “동물을 돌보는 일은 벌거벗은 생명과 마주치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세상에 균열이 벌어지는 일”이라며 “또 거대한 폭력의 관성에 틈을 내고, 이를 붕괴시키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동물을 돌보는 마음-국내 생추어리 현황과 과제' 라운드테이블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위클리서울/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

앞서 진 바우어는 “생추어리 농장의 특별함은 동물들이 인간의 먹이사슬에서 탈출했다는 것에 둔다”며 “더 이상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동물들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헛간을 드나들고 풀밭에서 논다”고 말한 바 있다.

보리 새벽이생추어리 활동가는 “공장식 축산, 동물실험 등 종차별적인 산업의 학대와 방치에서 구조된 새벽이와 잔디가 생추어리에서 풀을 뜯으면서 꼬리를 흔들때, 경계 없이 잠에 푹 빠졌을 때 비인간동물도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이 주어진다면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고 밝혔다.

추현욱 달뜨는보금자리 활동가는 “생추어리 운동은 단순히 축산업의 축소를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에게 살 수 있는 마땅한 권리를 보장해주는 아주 기본적인 해방 운동의 일종”이라고 강조했다.

추 활동가는 “인간에게 인권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비인간동물에게는 동물권이 매우 중요하다”며 “종을 넘어선 동물해방이 탄탄하고 다양한 인권 보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동물 착취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고 기후위기·생태위기를 목도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동물을 돌보는 생추어리 활동가들의 경험은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 준다”며 “착취하고 죽이는 삶이 아닌, 더 많이 돌보고 살리는 삶에 대한 고민이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 의원은 “생추어리는 인간이 얼마나 동물과 왜곡되고 착취적인 관계를 맺어왔는지 현실을 드러내고, 앞으로 인간이 동물을 비롯한 다양한 비인간존재와 어떤 상호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며 “모든 생태 환경을 지키고 생명윤리를 실현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울림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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