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레온 포켓’ 3일 만에 초도물량 완판…신조어도 속속 등장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사상 최대의 폭염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 선풍기 옷, 입는 에어컨 등 기상천외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폭염 등 재난 대응을 하나의 시장 트렌드로 보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을 출시하며 소비자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작업복 전문 제조사 쿠쵸후쿠는 의류 내에 배터리로 작동하는 소형 팬을 설치해 체감온도를 낮추는 기술력을 활용, 이를 결합한 일상복을 내놨다. 이 옷은 과거 건설 및 운송업 근로자, 농업 종사자 등 특정 소비계층을 중심으로 보급돼 왔으나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일상복에도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가방, 유아용 포대기, 유모차 등 생활용품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에까지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판매는 백화점 등 대형 유통망에서 이뤄지며 현지 유명 연예인들의 SNS 홍보 등으로 제품 지명도를 높이고 있다.

소니의 입는 에어컨 레온 포켓4. ⓒ위클리서울/쿠팡홈페이지캡쳐
소니의 입는 에어컨 레온 포켓4. ⓒ위클리서울/쿠팡홈페이지캡쳐

전자기기 제조사 소니는 ‘입는 에어컨’이라는 콘셉트를 가진 ‘레온 포켓’의 4번째 신제품을 지난 4월 출시해 3일 만에 초도물량을 전부 판매했다. 2020년 소니 사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슬래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최초 출시된 이 제품은 착탈식 웨어러블 기기로 옷의 목덜미 부분이나 가슴에 있는 소형 주머니에 모듈을 넣어 해당 부위를 직접 식히거나 따뜻하게 만든다. 이 제품은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연결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물체의 양쪽에 걸린 전위 차로 전류와 함께 열이 흘러 양쪽 끝에 온도 차가 생기는 펠티어 효과를 활용한 기술이다. 총 3단계의 냉각모드, 부스트 모드, 팬 속도 조정 등으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80g에 불과한 무게이지만 1회 충전에 약 2~3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건축 부문에서도 새로운 소재와 기술이 접목된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의 주택은 다른 나라에 비해 단열성이 뒤처져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 건재·주택설비산업협회의에 따르면 일반 주택의 단열효과가 가장 떨어지는 이유는 냉난방의 약 60~70%가 창호를 통해 빠져나가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에 일본 건축업계는 창호의 단열 기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해 왔다. 창호업체 일본판유리가 내놓은 ‘스페시아’가 대표적으로 올해 국토교통성의 주택 에너지절약 캠페인 추진에 맞춰 3월 기준 수주 물량이 전년 동월 대비 90% 이상 증가했다는 후문이다.

일본 후민사는 휴대전화 배터리의 열 차단 기술을 활용, 기존의 유리창호를 코팅해 자외선과 적외선을 흡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후민코팅’이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했다. ‘후민코팅’은 기존 건축물에도 쉽게 사용 가능하며 유리창호에 도료를 코팅할 경우 자외선의 약 90%, 적외선의 약 70%를 차단해 여름철 실내온도를 2~5℃ 낮추고 겨울에는 열 손실을 막는 효과가 있다.

한편 BBC는 일본 기업들이 폭염 마케팅을 통해 신조어를 만드는 등 오히려 폭염을 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많은 기업들이 섭씨 35도 이상의 강렬한 더위를 뜻하는 ‘고쿠쇼’라는 단어를 광고에 활용하는가 하면 일본사회가 매우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여름 바람(쿤푸)이 있으니 이를 기다리며 더위를 이겨내자고 독려하는 분위기라고 조명했다. 포카리스웨트의 경우 더위를 없애기 위해 몸과 마음을 응원하는 ‘쇼키바라이’ 캠페인으로 이에 동참하기도 했다. 사망한 사람을 기리는 여름 축제인 고봉이 열리는 8월에 맞춰 극장가에서 많은 공포영화들이 개봉하는 것도 일본의 폭염 마케팅 가운데 한 사례로 소개했다.    

KOTRA 관계자는 “폭염 등과 같은 이상기후 현상은 앞으로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서 발상을 전환해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는 만큼 이상기후에 따른 재난 대응은 일시적 조치가 아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도 이상기후에 대한 우려와 불편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일본 현지 소비자들의 수요에 집중해 시장진출 난이도가 낮은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시장 진입을 우선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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