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4일 계도기간 종료…실효성 논란 여전
300원 돌려주는 컵 보증금제 안착도 ‘아직’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서울시가 일회용품 사용규제 확대 계도기간 종료를 3개월 앞두고 법 시행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고자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이를 지켜야 할 당사자인 카페업계 종사자들은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 종이빨대가 환경과 인체에 이롭지 않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어 혼란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카페 음료를 일회용컵에 받으려면 컵 보증금 300원을 내야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제주도와 세종에서 시행한지 9개월이 지났지만, 제도 안착은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위클리서울/ 이주리 기자

3개월 남은 일회용품 사용규제

일회용품 사용규제는 지난해 11월 24일 ‘자원재활용법’ 개정으로 시행됐다. 제한 품목은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 우산 비닐, 일회용 봉투 및 쇼핑백, 응원용품이다. 기존 ‘무상제공 금지’에서 ‘사용 금지’로 준수 사항이 강화됐다. 정부는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올해 11월 23일까지 1년간의 참여형 계도기간을 운영 중이다.

서울시는 계도기간이 3개월 가량 남은 현 시점에서 일회용품 사용규제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시행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8월 29일 서울시 청 본관 8층 다목적홀에서 자치구 업무 담당자 및 관련 업종 종사자,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업계 종사자들이 실질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사례 중심의 제도 안내 및 질의응답 등으로 진행됐다.

설명회와 더불어 9월 11일부터 10월 25일까지 25개 자치구, 한강유역환경청과 함께 팀을 구성해 ▲집단급식소 ▲식품접객업 ▲대규모 점포 ▲체육시설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확대 품목에 포함되는 일회용 종이컵 및 플라스틱 빨대, 우산비닐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계도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인 법이 시작되는 11월 24일부터 규제 확대 품목을 포함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사업주(매장주)에는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위반행위에 따라 5~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과태료 부과에도 시정하지 않고 추가로 적발되면 적발 횟수에 따라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인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일회용품 사용규제 참여형 계도 기간 종료에 대비해 관련 사업장과 시민들의 혼란을 줄임으로써 제도가 원활하게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종이빨대 안전성 도마위…카페 업주들 ‘시름’

서울시가 9월 중순부터 일회용 종이컵 및 플라스틱 빨대를 집중 점검한다고 밝힘에 따라 카페 업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여전히 소비자들이 종이 빨대 대신 플라스틱 빨대를 찾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제품 단가 역시 플라스틱 대비 종이빨대나 생분해성 수지 제품이 더욱 비싸 모든 품목을 다 지키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카페 업주는 “종이빨대 가격은 제품에 따라 플라스틱 빨대의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비싸다. 그러나 가격대비 소비자의 호응이 좋지 않아 업주로서는 상당히 고민되는 부분”이라며 “많은 카페업주들끼리 대나무빨대 등 다양한 제품을 공유하고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할 만큼의 튼튼한 제품을 찾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종이빨대가 환경과 인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독일 dpa 통신에 따르면 벨기에 연구진은 자국에서 유통되는 39개 친환경 빨대 브랜드 제품을 상대로 과불화화합물(PFAS) 함유 여부를 검사했다.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분석에서 연구진은 이들 39개 브랜드 중 무려 27개(69%)에서 PFAS를 검출했다고 밝혔다.

확인된 PFAS는 모두 18종이다. 특히 종이 빨대는 20개 제품 중 무려 18개(90%)에서 PFAS가 나왔다. 대나무는 5개 중 4개(80%), 플라스틱 빨대는 4개 중 3개(75%), 유리 빨대는 5개 중 2개(40%)에서 PFAS가 나왔다. 스테인리스스틸제 빨대에선 PFAS가 검출된 사례가 없었다.

PFAS는 자연적으로는 잘 분해되지 않으며 인체나 동식물, 환경에 유해해 세계 각국이 앞다퉈 규제를 추진 중인 물질이다. 종이빨대에서 검출 비율이 높은 것은 물에 닿아도 눅눅해지지 않게 하기 위한 방수코팅에 PFAS가 쓰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4월 스타벅스가 제공한 종이빨대에서도 휘발유 냄새가 난다는 지적이 나와 회사가 이를 전량 회수한 바 있다. 당시 해당 냄새는 제조사가 종이 빨대 강도를 강화하기 위해 제조 과정에서 코팅액의 배합 비율을 조정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 연구진은 가장 많이 검출된 PFAS인 과불화옥탄산(PFOA)의 경우 이미 2020년부터 사용이 금지된 물질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트리플루오르아세트산(TFA)과 트리플루오르메탄설폰산(TFMS) 등 물에 잘 녹는 ‘초단쇄(超短鎖)’ PFAS로 분류되는 물질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빨대에서 검출된 PFAS가 음료 등에 실제로 녹아 나오는지는 다뤄지지 않았다. 또 연구진은 PFAS의 체내 축적 정도가 낮고, 대다수의 사람은 가끔만 빨대를 사용하므로 이런 빨대의 인체 유해도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벨기에 앤트워프대학 소속 환경과학자 티모 그로펜 교수는 “그 자체로는 해가 없을 적은 양의 PFAS라도 이미 체내에 존재하는 화학 물질에 따른 부하를 증가시킬 수 있다”며 “종이나 대나무 등 식물 기반 재료로 만든 빨대는 종종 플라스틱 빨대보다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이라고 선전된다. 하지만 PFAS가 든 빨대의 존재는 이런 광고가 꼭 진실은 아닐 수 있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며 종이빨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국내 대형 제지회사 중 하나인 한솔제지는 “자사에서 생산하는 일반 종이, 식품용 종이, 종이 빨대 등의 제조 공정에 PFAS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올해 5월에 자사의 종이빨대류를 비롯, 컵, 종이용기 등의 제품에 적용 중인 테라바스 수성 코팅액과 관련해 PFAS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공인기관의 시험 성적 결과를 받았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식약처는 앞서 스타벅스의 휘발유 냄새가 가는 종이빨대에 대해서는 “제조회사 현장조사 및 제품 수거검사를 실시한 결과, 기준에 적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 벨기에 연구진이 발표한 종이빨대 PFAS 검출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서울시 일회용품 사용규제 현장 계도 모습 ⓒ위클리서울/ 서울시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반환율 60%대

테이크아웃 시 일회용컵에 대한 보증금 300원을 내게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역시 갈 길이 멀었다는 평이 나온다. 소비자가 일회용컵 보증금을 포함한 음료를 구입한 후, 이를 다시 구매매장이나 동일 브랜드 매장 등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2003~2008년 동안 시행된 바 있으나 컵 회수율이 증가하지 않았고 법적 근거 없이 국민들에게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과 함께 폐지된 바 있다. 하지만 커피 소비량이 늘어남에 따라 일회용컵 사용량 또한 급증했고 이에 일회용 컵 보증금제 도입을 명시한 ‘자원재활용 개정안’이 2020년 5월 20일 국회를 통과, 지난해 12월부터 세종과 제주 한정으로 제도가 시작됐다.

이에 이 제도 역시 시행 초기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잔여 음료 내용물과 빨대, 컵홀더 등의 부속물을 모두 분리배출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으며, 음료를 구매할 때부터 300원의 비용을 더 내야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카페업주 입장에선 컵에 하나하나 바코드 스티커를 붙여야 하고, 반납한 컵에 대한 보관을 직접해야 한다는 책임이 따른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따르면 보증금제 시행 후 현재까지 제주와 세종에서 보증금제를 통해 매장으로 돌아온 컵은 총 259만 1421개다. 반환율로 보면 61%다. 제주만 보면 반환율이 63%로 집계됐다. 제주 반환율이 높은 이유로는 제주도가 지난 6월 7일부터 제도 미참여 매장에 과태료를 부과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과태료를 부과하기 이전에는 보증금제도가 잘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운동연합과 컵가디언즈가 지난 6월 2일부터 5일까지 제주도를 방문해 컵 보증금제 모니터링을 시행한 결과, 매장 내 컵 보증금제를 시행 중이라는 안내(포스터, 스티커 등)가 있는 경우는 60.3%이었다. 컵 보증금제 보이콧을 하거나 연기 중이라거나, 다음 주부터 시행하겠다 등 컵 보증금제를 하지 않는 사실을 알리는 곳도 15.4%나 있었다.

환경운동연합은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환경부의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제대로된 홍보와 참여 독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더 잘 자리 잡기 위해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홍보와 참여 독려의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며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된 문제점을 바로잡아 법을 준수하는 업체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 현실이 바로잡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