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1㎾h 당 5원으로 3분기와 동일하게 유지
전기요금 인상 유보적인 정부여당…추경호 부총리도 “지켜보자”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최악의 적자를 겪고 있는 한국전력이 올해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3분기와 동일한 수준인 1㎾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국제연료가 하락으로 ㎾h당 1.8원을 낮출 여력이 있었지만, 한전의 누적적자 상황 등을 감안해 동결로 결정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4분기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을 재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위클리서울/ 한전 홈피, 디자인=이주리 기자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1㎾h 당 5원으로 3분기와 동일하게 유지

21일 한전은 올해 4분기(10월~12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3분기(7~9월)와 같은 1kW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책정의 기반이 되는 연료비 조정단가는 지난 3개월 간의 유연탄·LNG(액화천연가스) 등의 무역통계가격 평균가격 등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 원자재 가격은 유연탄이 6월 ㎏당 171.00원에서 8월 146.79원으로, LNG는 ㎏당 891.71원에서 8월 865.00원으로 하락하는 등 상대적으로 안정됐다.

한국전력거래소가 발표한 ‘8월 전력시장 운영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전력 도매가격은 ㎾h당 147.22원으로 1년 전보다 25.5% 떨어졌다.

이러한 요인으로 4분기 ㎾h당 1.8원의 단가인하가 가능했지만, 현재 한전의 재무상황 등을 감안해 지난 분기에 이어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더군다나 국제유가가 다시금 급등하면서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한전에서는 4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밝히고 있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중장기 재무 관리계획’ 보고서를 보면 올해 한전의 누적적자 규모는 205조8400억원, 이자비용도 4조392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전은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5월 주요 건물을 매각하고, 임직원 임금을 반납하는 등 오는 2026년까지 25조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이러한 움직임 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부터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며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한전 사장으로 취임한 김동철 사장 역시도 취임식에서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이 다시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정상화는 더더욱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한전의 바람과는 달리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은 여러 변수가 너무 많아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전기요금 인상 유보적인 정부여당…추경호 부총리도 “지켜보자”

정치권에서 물가상승에 따른 여론악화를 의식해 미온적 태도를 이어가는 것도 변수 중 하나다. 정부여당이 전기요금 인상의 키를 쥔 상황에서 전력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겨울을 앞두고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할 경우,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방문규 장관 역시도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한전 차원에서의 자구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만큼, 연내 전기요금 인상까지 넘어야할 인식의 벽이 상당히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러모로 한전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김동철 신임 사장은 “절체절명 위기 앞에서 환골탈태해야 한다. ‘제2의 창사’라는 각오로 결연하게 나아가야 한다”며 구조조정과 함께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의 이미지 대변신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김동철 사장은 지난 20일 나주 한전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무후무한 위기 앞에서 모든 원인을 외부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한전 스스로의 냉철한 반성은 없이 위기 모면에만 급급한다면 위기는 계속되고 한전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며 “뼈를 깎는 경영혁신과 내부개혁 없이는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한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을 언급하기에 앞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현 정부의 기조와도 결을 같이한 내용이다.

김 사장이 꺼내든 돌파구는 ‘신사업 확장’이다. 그는 “대변신으로 성공한 기업들이 있다. KT와 포스코다. 그들은 기존 사업영역에서 과감히 벗어나 변신에 성공했다”며 유선전화 사업자였던 KT가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고, 철강업을 하던 포스코가 2차전지 사업에 진출하는 사례를 언급했다.

김 사장은 ▲에너지 플랫폼과 신기술 생태계 주도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제2의 원전 수출 등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는 “에너지 신기술을 통해 전력공급비용은 줄이고 새로운 수익은 창출하면서, 에너지 신산업이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전이 신재생 사업을 직접 수행하게 된다면 발전원가는 대폭 낮아지고 전기요금 인상요인도 그만큼 흡수될 것”이라 분석했다.

그러면서 “신재생 사업을 하더라도 한전과는 독립된 조직으로 운영하겠다. 회계도 분리하겠다. 망 중립성과 관련 계통 접속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고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4분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과 관련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좀 지켜보자”며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한전 경영에 부담이 되지만 또 무겁게 고민해야 하는게 국민 부담”이라 말했다.

산업부 뿐만 아니라 경제 부문 컨트롤타워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전기요금 인상에 보수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만큼,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실제로 이뤄지기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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