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샤니·코스트코·DL이앤씨 대표들 줄줄이 출석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처벌을 내리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10월 10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2023년 국정감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부상·사망사고 등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들에 대한 강도 높은 신문이 진행됐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 중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발생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에 적용된다. 지난해 1월 27일 부터 시행되고 있다.

해당 법이 적용되는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 책임자는 최소 징역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는 회사의 주가나 자금 흐름에 영향을 주는 경영 리스크가 될 수 있어 기업들은 최대한 처벌을 피하기 위한 소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년 만에 또 노동자 사망…SPC 샤니 소환

지난 12일 진행된 국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샤니 성남공장 사망사고와 관련해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가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질의를 받았다. 앞서 지난 8월 샤니 성남 공장에서는 50대 근로자가 근무 중 다쳐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이틀 만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15일에는 SPC 계열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배합기 기계에 몸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당시 허영인 SPC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1000억 원을 투자해 안전 경영 시스템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국감장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샤니 공장에서 하루에 2만 5000여 봉지의 빵이 만들어진다”며 “기계가 빨리 돌아가니 사람이 기계 쫓아가다 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계열사가 있는데 그 중 대표 한명이 나와서 할 얘기는 아니다”라며 “허 회장이 직접 출석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는 “안전 시설 확충 등에 113억원을 투자했으나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8월 발생한 사고는 노동부와 경찰 조사 중으로 어느 쪽에 책임이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야박하다”고 질타를 받았다.

윤 의원은 “샤니의 산재 중 89%가 사고로 이는 현대중공업의 41%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산술적으로 변화된 게 없고 전혀 개선 의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재 조사 중이니 향후 가려질 것”이라며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 기계는 고장 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본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았나 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8월 2일 진행된 코스트코 카트노동자 사망 49재 추모집회 ⓒ위클리서울/ 마트산업노조

코스트코, 폭염 속 카트 노동자 사망

창고형 대형마트인 코스트코에서도 올해 6월 카트 이동을 담당하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마트노동조합은 낮 기온 33도의 폭염 속에서 쉬지도 못하고 일하다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고인은 사고 당일 1층부터 5층까지 주차장을 오가며 4만 보 가량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인 역시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로 전해진다.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해 “직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자식이자 형제를 잃으신 가족분들에 다시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인이 근무한 주차장은 냉풍기 등이 전무했다고 한다”며 “빈소에 가서 ‘원래 지병이 있었다’, ‘지병 때문인 것 아니야’라는 말씀을 했다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며, 빈소에서 그런 언급을 한 적이 없다”며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은 “아직도 개선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며 “회사는 ‘노동조합이 사원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도 충분한 혜택을 주고 있다’며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인 단결권과 교섭권을 부정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은 고인의 유가족 중 친형이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유가족은 “회사에 동생의 사망 관련 서류와 CCTV 영상을 요청했으나, 영상은 여러 번의 거절과 말 바꾸기, 시간 지연 등으로 50일 만에 받을 수 있었다”며 “동생 관련 서류는 요청할때마다 자료가 왜 필요하냐 등의 말을 들어야 했고, 부모님이 직접 오거나 위임장을 가져오라는 비협력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대표와 하남점 관리자들은 8명 정도의 직원이 있는 자리에서 ‘원래 병이 있었지 않았느냐’, ‘아프지 않았냐’, ‘병을 숨기고 입사한 것 아니냐’는 등의 발언을 했다”며 “직원들 7~8명 정도가 들었는데, 어떻게 눈 시퍼렇게 뜨고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부정할 수 있느냐”고 분노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시 조 대표를 발언대로 세워 “코스트코에서 최근 3년 동안 계속해서 산업재해가 늘어나고 있다. 타 대형마트보다 산재 비중도 높다”며 “빈소에서의 발언이 사실이냐”고 따져 물었다.

조 대표는 “더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게 책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빈소에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다시 한번 주장했다.

고인의 친형은 다시 한번 발언대에 올라 “동생이 사망하고 직접 코스트코를 온도를 재 봤는데, 매장 1층과 2층의 온도는 40가 넘었던 적도 있다”며 “동생은 3일 내내 그 온도에 시원한 물도 없이 하루 4만 보를 넘게 걸었다. 이게 산재나 중대재해가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이냐”고 토로했다.

이어 “이미 예견된 산업재해였고 예방할 수 있었다. 똑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말란 법 없다”며 “다른 노동자를 위해서라도 안전과 관련된 가이드라인 및 개선 방안을 검토바란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제기된 진정에 대해서 과태료 처분 등 조치를 했다”며 “사망사고에 대한 조사 및 처벌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DL이앤씨, 중대재해법 이후 8명 사망

같은 날 DL이앤씨 역시 끊이지 않는 중대재해 사고로 여야 모두에게 질타를 받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DL이앤씨 건설 현장에서는 총 7번의 사고와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는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수치로, 모두 하청 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 부산 연제구에 있는 한 아파트 재개발 건설 현장에서 DL이앤씨 하청업체인 KCC 소속 근로자가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해,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와 차승열 KCC 환경안전보건 위원장을 증인대에 세웠다. 두 업체는 이 사고에 대해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 의원은 당시 공사 실무자 간 오간 메시지를 토대로 “DL이앤씨 실무자가 시공을 독촉하고, KCC 측은 안전 교육과 안전장치를 소홀히 했다”며 “매뉴얼을 그대로 시행했다면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장치를 누가 설치해야 할지 책임소재를 서로 네 탓 내 탓하고 있다”며 “창호 교체 지시 작업을 DL이앤씨가 했냐”고 물었다.

마 대표는 “사실관계는 따져봐야겠지만 말씀하신 취지는 최대한 공감한다”면서도 “(창호 교체 지시는) 조사 중이기 때문에 말씀을 못 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DL이앤씨는 지난해에도 당시 5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국감장에 선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이 자리에서 중대재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해놓고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1년 6개월간 7건, 8명 노동자가 사망하고 사망자 모두 하청노동자, 심지어 외노자(외국인 노동자)도 있다”고 꼬집었다.

마 대표는 “사고 막는 책임을 갖고있는 원청사로서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유감과 위로의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룹 총수인 이해욱 DL그룹 회장의 국감 출석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그룹의 최고 책임자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회장이 나와서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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