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위클리서울=박석무] 오늘 또 『논어』를 읽습니다. 다산의 『논어고금주』도 함께 읽어봅니다. 공자의 『논어』를 주자는 『논어집주(論語集註)』 20권 10책으로 새롭게 주해(註解)하여 이른바 신유학(新儒學)의 기본틀을 구성하였습니다. 다산은 주자의 『논어집주』 문제점을 지적하여 175칙의 새로운 학설을 제시하고 많은 부분에서는 주자 학설에 보충의견을 제시하여 40권의 방대한 『논어고급주』를 저술합니다. 강진에서 귀양살던 1813년 겨울이니 52세 때의 일입니다. 다산 경학이 주자학을 딛고 이룩하던 핵심적인 작업의 하나가 바로 그 책의 완성이었습니다. 4서6경의 경학연구가 모두 다산 경학을 탄생시킨 업적들이지만, 논어연구에서 얻어낸 새로운 학설은 다산경학의 핵심이론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박석무 다산학자 ⓒ위클리서울 DB
박석무 다산학자 ⓒ위클리서울 DB

『논어』 19권의 자장(子張)편에 “자하왈: 소인지과야필문(小人之過也必文)”이라는 짧막한 구절입니다. 주자의 주해가 짧지만 옳고 바르게 되어있기 때문에 다산은 큰 비판 없이 그대로 주자의 해석을 인용하고 짧게 자신의 의견을 보충하였습니다. 때문에 주자의 주해와 다산의 보충의견을 함께 읽으며 본문의 뜻을 제대로 파악해보려고 합니다.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의 말로 표현했지만 아마도 공자에게 배운 내용이리라 생각됩니다. “소인은 허물(잘못)이 있으면 반드시 꾸며된다.”라는 뜻인데, 주해 없이 본문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은 내용입니다. 주자는 문(文)은 꾸민다(飾)라 해석하고 “소인은 허물 고치기(改過)를 꺼려하고 자신을 속이는 일을 꺼려하지 않기 때문에 꾸며되어 반드시 허물을 더 무겁게 해버린다.”라고 풀이 했습니다. 소인배들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는 것을 싫어하여 자신의 양심을 속이며 잘못함이 없다고 꾸며되는 변명이나 한다는 것입니다.

다산은 주자의 주해를 받아드리면서 보충 의견을 제시합니다. “군자(君子)의 허물은 마치 일식?월식과 같아서 사람들이 모두 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소인은 반드시 이를 차단하여 가리려는 방법을 생각하기 때문에 허물을 꾸며대는 것이다.”라고 해석하여 소인들이 허물을 꾸며대는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군자라면 허물을 저지르면 양심의 가책 때문에서도 개과(改過)하지 않을 수 없지만 소인배들은 허물을 어떻게 해서라도 숨겨보려는 노력을 기우리고, 양심의 가책은 무겁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잘못한 일을 꾸며서 숨겨보려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야필문(過也必文)’, 소인배들의 심리를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꼭 짚어 알아낼 수 있었을까요. 허물을 인정하고 개과천선하겠다는 양심은 거역하고, 변명과 숨김을 시도하여 있는 허물을 없는 것으로 만들려는 소인배들, 자기(自欺)는 꺼려하지 않고 개과는 꺼려한다니, 그런 양심을 지닌 사람들을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오늘 이 나라의 고관대작들의 모습을 생각해봅시다. 인사청문회와 기자회견을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각성하여 반드시 개과천선하겠다고 답변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요. 엄청난 허물을 저지르고도 허물이라 인정하지는 않고 뭔가의 이유를 대고 뭔가의 속임수를 부려 허물을 꾸며대고만 있으니, 도대체 어떻게 된 세상일까요. 자기 속이기는 쉬어도 잘못고치기는 꺼리니, 이런 세상이 과연 올바른 세상일까요. ‘과야필문’, 이제 이런 잘못에서 벗어나 잘못을 시인하고 개과천선으로 세상을 바르게 할 일에 힘을 기우려야하지 않을까요.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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