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인터뷰]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위클리서울/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위클리서울/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녹색 단체협상’이 건전한 노사관계의 새 지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언뜻 보면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필연적인 기후위기와 금융산업, 나아가 이에 대한 인식 제고를 강조하는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녹색단협’이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녹색 단체협상’이란 노사 간 단체협상과 협약에 기후위기 대응 등 환경적 의제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최근 기업, 산업, 국가 수준 등에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단체교섭 및 협약은 노동조합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여기에 기후변화에 관한 사항을 포함을 시키는 시도는 노동조합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핵심 영역으로 평가된다. 한국 민주노총도 2022년 노동자들의 현장 연구가 집약돼 제시되는 당면 과제로 기후위기 대응, 기후정의 실현은 단협에 반영돼야 할 노동자들의 가장 우선적인 과제 중 하나로 선언한 바 있다.

해외에서 먼저 이에 대한 논의와 협상이 활성화된 걸로 안다
2015년 기후변화 협약이 열렸던 프랑스의 경우 전반의 환경정책이 강화되면서, 노동 영역에서도 이런 흐름이 반영되고 있다. 프랑스 노동민주동맹(CFDT)과 노동총연맹(CGT)이 자신들의 강령에 지켜야 할 사회적 권리로 환경 보호를 포함시킨 것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녹색단협의 주요 내용을 보면, 정보 제공과 협의, 이익 공유를 위한 임금 정책 관련 집합적 성과 지표, 환경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 촉진, 녹색일자리를 위한 훈련 지원, 환경보호, 원격 근무를 포함한 좋은 통근 정책 등을 포함하고 있다.

프랑스 기업 노사의 녹색단협 사례가 있다면?
2017년 진행된 프랑스 주류판매기업, 페르노리카(Pernod Ricard Group)의 녹색단협을 살펴보면 기후 변화 저감에 기여하기 위한 직접 활동을 통해 온실가스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정기적으로 측정할 것을 약속했다. 녹색단협이 제품의 운송을 포괄하는 유통으로 확장된 사례다. 공급업체와의 대화뿐만 아니라 물류팀이 운송 유형, 적재 최적화, 계획 등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 이러한 배출을 줄이도록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 분야에서 인정된 탄소 배출권 상쇄 조치에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시사점은 무엇인가... 
노조가 단협을 통해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비교적 새로운 일이기 때문에 조합원을 설득하고 또 사측이 응하도록 만드는 일 자체가 중요한 도전이라고 평가된다. 녹색단협은 산업적 차원에서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노사 공동선언과 함께 시작되는 경우도 관찰된다. 하지만 산별교섭에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녹색단협 역시 회사 및 사업장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금융회사의 역할을 정의한다면?
사무금융노조는 2022년 민주노총의 녹색단협운동 기자회견에 참여하면서, 기후위기와 관련해 자신들이 기반을 두고 있는 금융산업에 대해서 평가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금융은 돈이 흐르는 방향을 통제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스튜어드십코드나 사회책임투자에 기반해 반환경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궁극적으로 금융회사들이 역할을 확대해 기후를 파괴하는 투자를 제어한다면 그 자체로 기후 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금융기관들이 탈석탄 투자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투자·대출대상에 대한 기후변화 관점에서 정보공개를 적극 요구할 수 있겠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노조의 급선무는 무엇인가?
사무금융노조는 일찍부터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대응의 방향과 전략을 마련하
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활동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고 본다. 이전 활동과 경험에 기초해 전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조합원들의 인식과 태도에 대한 조사와 함께 기후위기와 금융산업과의 관계 등에 대한 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

금융회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금융산업은 산업 자체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량 감축에 초점을 맞추는 다른 산업과 달리 자신의 영업 관행을 바꿔 다른 산업 기업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데 기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금융기업들이 시도하고 또 자랑하는 ‘페이퍼리스’ 업무 환경 구축이나 업무차량의 전기차 전환 등의 접근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만 ESG(환경·사회 ·지배구조) 투자 접근이 금융배출량의 감축이라는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지 않을 경우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전략 수립에 대해 조언한다면?
금융산업은 생산 공정의 변화 혹은 작업환경의 개선보다는 상대적으로, 투자·대출 등의 영업 전략과 관행을 개선해 ‘금융배출량’을 감축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앞서 말했듯 조합원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노조 대응 필요성과 방향 등에 관한 인식과 태도에 대해서 체계적인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이에 기반해 교육 및 사업의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금융배출량 감축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공동 선언할 것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금융기관들이 사회책임투자를 지킬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 인간 권리와 환경보호를 강조하는 ‘적도원칙’에 가입하도록 금융당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본다. 이를 통해 대형 기후파괴 개발사업에 자금을 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사전심사를 통해 기후파괴 투자․대출행위가 걸러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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