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23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고금리·고물가에도 사교육비 지출 늘어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장기간 이어지는 고금리·고물가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가운데 지난 3분기 가계 실질소득이 5분기 만에 증가로 전환됐다. 그러나 하위 20%인 ‘1분위 가구’와 ‘1인 가구’의 소득은 축소됐다. 의류와 외식, 숙박 등에서 소비를 줄였으나 먹거리와 주거비에서 부담이 커진 탓이다. 그러나 국내 가구의 교육비 지출은 11분기 연속 증가해 사교육 비용은 불황을 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클리서울/디자인=이주리 기자

가계 실질소득 증가 전환

통계청이 11월 23일 발표한 ‘2023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3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물가(3분기 물가 상승률 3.1%) 영향을 제외한 실질 소득은 지난해 동기보다 0.2% 증가했다.

가계 실질소득은 지난해 2분기 6.9% 증가한 후 3분기 -2.8%, 4분기 -1.1%, 올해 1분기 0.0%, 2분기 -3.9%로 감소 또는 보합하다, 5분기 만에 증가했다.

소득 부분별로는 근로소득(3.5%)·재산소득(16.5%)·이전소득(11.7%)이 늘었다. 다만, 사업소득(98만4000원)은 원자재 가격 인상, 대출 이자 상승 등으로 0.8% 줄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취업자 증가와 임금 상승 등의 영향으로 근로소득이 증가하고 높은 물가 상황이 연금에 반영되면서 이전소득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387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이 가운데 소비지출은 280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소비지출은 2021년 1분기부터 11분기 연속 증가하고 있다.

물가 상승 영향을 고려한 실질소비지출도 0.8%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오락·문화(16.7%), 식료품·비주류음료(6.0%), 주거·수도·광열(7.9%), 교통(4.7%) 등에서 지출이 증가했다.

세금, 이자비용과 같은 비소비 지출은 106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늘었다. 항목별로 보면 이자비용(24.2%), 사회보험료(5.5%), 가구간이전지출(1.8%) 등에서 증가했다. 반면 비경상조세는 6.9% 감소했다.

전체 소득에서 비소비 지출을 뺀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97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늘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각종 소비지출을 빼고 남은 가계 흑자액은 116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 규모를 가리키는 ‘평균소비성향’은 70.7%로 전년 대비 0.5%p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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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팍팍해진 하위 20%·1인 가구

3분기 소득과 지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소득분위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전체 5분위 중 유일하게 소득과 지출이 모두 감소했다.

3분기 1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은 112만2000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0.7% 감소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각각 -9.2%와 -12.7%로 모두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1분위 가구 소득이 2분기 연속 감소한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도 지난해 3분기보다 0.7% 감소한 123만7000원을 기록했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 -19.7%, 교육 -13.9%, 통신 -10.4%, 교통 -8.1%, 주류·담배 –7.2% 등에서 크게 줄었다.

통계청은 이에 대해 날씨 영향을 요인으로 꼽았다. 올해 7~9월 집중호우에 따라 임시일용직이 많은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1인 가구의 소득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분기 1인 가구 월평균 소득은 278만3000원으로 지난해 동 분기보다 2.4% 감소했다. 반면, 2인 가구는 6.9% 늘었고 3인과 4인 이상 가구도 각각 3.1%, 10.6% 늘었다.

1인 가구는 근로소득이 0.8% 증가하는 데 그쳐,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2인은 3.8%, 3인은 7.8%, 4인 이상은 8.2% 씩 근로소득이 늘었다. 1인 가구에서는 사업소득과 재산소득도 15.6%씩 급감했다.

소득에서 세금, 연금,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 역시 1인 가구만 감소했다. 1인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217만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2.9% 줄었다. 이에 반해 2인(7.0%), 3인(3.0%), 4인 이상 가구(10.0%)에서는 증가했다.

1인 가구는 소득이 줄면서 의류·신발(-7.9%) 소비부터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0년 4·4분기(-19.0%)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전환이다. 외식비와 호텔 숙박료 등이 포함된 음식·숙박 지출도 3·4분기 0.1% 줄었다. 이 역시 11개 분기 만에 첫 감소다.

반면, 식료품·비주류 음료 등 필수용품 소비는 3.8% 늘었다. 지난 2021년 4·4분기(3.9%)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주거·수도·광열 지출도 11.7% 늘었으며 이 중 월세 등 임차로 인한 비용을 뜻하는 실제 주거비가 8.4% 크게 올랐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내 1인 가구의 비중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공개한 ‘2022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서 2021년 기준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3.4%이며 2050년 39.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위클리서울/디자인=이주리 기자

돈 없어도 ‘교육비’는 쓴다

고물가로 삶이 팍팍한 가운데 자녀를 위한 교육비 지출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80만8000원 가운데 교육 지출은 25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소비지출 중 9.1%를 차지한다. 1년 전 교육 지출은 23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7.0%나 증가했다. 2021년 1분기부터 11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다.

교육비 지출 항목 분기별 평균 증가율 역시 11.5%로 전체 소비지출의 평균 증가율(5.2%)을 웃돈다. 지난 2분기 실질 소비지출이 0.5%, 처분 가능 소득이 5.9% 각각 감소한 상황에서도 교육 지출은 0.4% 늘었다. 가계 전체적인 소비를 줄였지만 교육비는 늘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교육비 중에서도 ‘사교육비’ 지출이 특히 늘었다. 명목 교육 지출을 세부 항목별로 보면 학생학원교육, 성인학원교육 등 ‘학원 및 교습 교육’이 7.3% 증가했다. 공교육으로 분류되는 정규교육 항목이 분기별로 증감을 반복하는 반면, 사교육은 지출은 11분기 내내 감소 없이 꾸준히 늘었다.

‘미혼 자녀’가 있는 가구에서의 교육 지출 증가 흐름 역시 두드러진다. 3분기 미혼 자녀를 둔 부부 가구의 교육 지출은 62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8% 증가했다. 소비지출에서 교육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14.9%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이들 가구의 학원 및 보습교육 지출은 43만8000원이었다. 교육 지출 중 절반 이상이 사교육비로 들어간 것이다.

교육 지출은 저소득 가구보다 고소득 가구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교육 지출은 67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19.4% 크게 증가했다. 반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교육 지출은 2만8000원으로 13.9% 감소했다. 전체 지출에서 교육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5분위 가구는 13.7%, 1분위 가구는 2.2%로 차이를 보였다.

사교육비 증가는 유치원에서도 크게 늘었다. 지난 9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김혜자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의 ‘사회에 대한 인식과 교육비 지출 관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급별 자녀 1명당 사교육비 월평균 지출액은 유치원이 22만4000원, 초등학교가 42만원, 중학교가 54만5000원, 고등학교가 68만4000원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유치원은 지난 2018년 16만2000원에서 38.3%(6만2000원) 증가해 증가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지출액 증가율은 각각 18.0%, 9.4%이었다. 반면, 고등학교는 2018년 대비 1.6% 줄었다.

이 보고서에서도 교육비 지출과 소득의 연관성을 엿볼 수 있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지난해 5분위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은 유치원 30만1000원, 초등학교 58만9000원, 중학교 75만1000원, 고등학교 95만1000원이었다. 1분위 가구의 유치원 사교육비 지출은 16만원이었다. 초등학교는 25만원, 중학교는 36만원, 고등학교는 54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사회 인식 및 태도가 사교육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소득 격차에 대한 부모의 인식이 부정적일수록 자녀 사교육비 지출을 늘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정치에 대한 신뢰와 관련해서는 정치인과 공무원, 언론인을 불신할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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