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UBS 성장 선례, 걸음마 수준 韓 인식제고 허들 될 듯 

ⓒ위클리서울/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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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이현아 기자] 금융사의 자산관리(WM) 시장이 여성의 경제력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사들도 여성특화 서비스를 속속 도입 중인 만큼 해당 사업 분야가 기회 용인이 될지 주목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2019년부터 향후 3년 간(2019~2026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여성 부의 연평균성장률이 10.6%로 전망된다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분석을 토대로 향후 잠재적인 경제력을 지닌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 개발과 서비스 제공이 필요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는 북미(8.3%), 서유럽(5.8%) 보다 높은 수치로 최근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아시아 여성 부유층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 특화 금융서비스는 여성 창업가, 기업가와 같은 잠재적으로 상당한 자산가가 될 수 있는 대상이나 기존의 부유층 등을 대상으로 고객을 확보해 관련 시장 선점을 시도 중이다. 

금융회사들은 이들의 투자성향이나 선호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통해서도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고 개인 맞춤형 금융 서비스 개발에 몰두해 새롭게 부상하는 고객군을 선점하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금융서비스 여성특화시장 선점 노리는 중

과거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은 소비행위에 있어서도 수동성을 지닌다고 단정 짓는 경향이 있었다. 육아와 가사활동을 전담하는 여성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 시장에서 구매력 등을 높게 평가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새롭게 등장하는 여성 부유층은 금융서비스 산업에 있어서도 간과할 수 없는 타겟층이 되고 있다. 기존 금융상품은 여성의 선호나 행동패턴, 라이프스타일 등과 관련한 성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관련 비즈니스 영역의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의 재정투자성향을 비롯해 구체적인 특성을 파악하여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안정지향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며 사회적 가치를 경시하지 않는 기업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다. 최근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는 흐름과도 맞닿아있다.

스위스 금융기업 UBS WM 부문의 경우 여성 창업가에게 펀드레이징 교육을 비롯해 네트워킹 지원 등 비금융서비스의 제공까지 고려해 여성 고객과의 관계지향적 측면을 간과하지 않고 장기적인 신뢰 구축에까지 힘쓰고 있다. 이에 지난 5년 간(2018~2022년) 세전이익(PBT)이 연평균 11% 성장하며 수익성이 확대되기도 했다.

과거와 관점 달라졌지만 갈길은 멀어

전문직의 젊은 여성을 주요 소비자로 선정하여 성장한 요가복 브랜드인 ‘룰루레몬’은 여성의 니즈를 파악해 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운 대표적인 사례다. 창업자 데니스칩 윌슨(Dennis Chip Wilson)은 경제적 여유가 있어 일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투자할 수 있는 여성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운동복의 명품화를 선보이고 인기를 끌었다. 한 벌당 한화 10만 원이 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기능성과 디자인을 갖춰 여성 소비자의 만족을 얻어 매출은 성장하고 기업의 가치도 올라갔다. 하지만 데니스칩 윌슨은 여성 비하 발언으로 인해 경영진의 자리에서 물러난 바 그 지속성 또한 관건이라 하겠다.

한국은 아직도 갈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한국 ESG기준원이 발간한 11월 KCGS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상장회사 이사회 성별 다양성 평가와 관련해 여성이사의 비율이 전혀 없거나 10% 미만에 불과해 성별 불균형이 현재까지도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이 2조 이상에 해당하는 주권상장법인의 이사회 구성을 특정 성에 편중해 구성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 개정에 따라 최소한으로 준수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은 아닌가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추가적으로 사외이사 중 여성이 있는 경우는 국내 상장회사 기업 중 50% 정도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간 여성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불균형이 상당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신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소비판매 부문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서도 부를 가진 여성 소비자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며 “국내 금융회사도 금융혜택을 제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여성의 니즈를 세심하게 만족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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