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풀무원 “정부 물가 안정 동참”
연말 호텔 케이크·뷔페 가격은 ‘껑충’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정부가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한 현장 대응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식품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여 12월부터 예정됐던 가격 인상을 철회하고 있다. 반면, 특급 호텔들은 일제히 지난해 보다 비싸진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출시하고, 12월 연말 특수에 따라 뷔페 가격을 한시적으로 인상했다.

 

ⓒ위클리서울/ 오뚜기 홈페이지

정부 압박에…인상 계획 ‘멈춤’

최근 식품 기업들은 하나둘씩 가격 인상을 철회하고 있다. 오뚜기는 12월 1일부터 분말 카레와 케첩 등 24종의 편의점 판매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가 이를 취소했다. 회사는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 속에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민생 안정에 동참하고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3분 카레’(200g)와 ‘3분 짜장’(200g) 등 간편식은 2000원에서 2200원으로, 분말 카레와 짜장(100g), 크림스프와 쇠고기스프 등 스프류(80g)는 2500원에서 2800원으로, ‘3분 미트볼’은 2800원에서 3300원으로 17.9% 인상될 예정이었으나 앞으로도 이전 가격으로 판매된다.

풀무원도 12월 1일부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요거톡 초코그래놀라’, ‘요거톡 스타볼’, ‘요거톡 초코 필로우’ 등 요거트 제품 3종 가격을 2200원에서 2300원으로 인상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21일 계획을 철회했다. 롯데웰푸드 역시 소시지 제품 ‘빅팜(60g)’을 기존 2000원에서 2200원으로 10% 올리려 했으나 취소했다.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편의점 우유도 값이 오를 예정이었으나 동결됐다. GS25는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가공유 ‘춘식이우유 시리즈(딸기·바나나·커피)’와 흰우유인 ‘유어스925’, ‘유어스925저지방우유’ 가격을 최대 8% 인상할 예정이었으나 계획을 철회했다.

초저가 상품을 출시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최근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 버거를 통해 단품 2900원짜리 ‘짜장버거’를 출시한 바 있다. 콜라와 감자튀김이 포함된 세트는 4900원이다. GS25는 990원짜리 용기면 ‘유어스 면왕(이하 면왕)’을 판매 중이다. 통신사 할인 등 각종 혜택을 더하면 600원대로도 구입 가능한 라면이다.

식품업계의 이 같은 행보는 정부의 적극적인 물가 밀착 관리에 따른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은 최근 식품기업을 상대로 물가 안정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마늘, 대파, 소, 쌀, 빵, 우유 등 28개 품목 가격을 매일 확인하고, 가공식품의 경우 ‘물가 관리 전담자’를 지정하는 등 특별 감시에도 나섰다.

현장 방문 협조도 나섰다. 권재한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오리온 본사를 방문해 과자 원료 구매 여건 등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물가 안정에 대한 기업의 협조를 요청했다.

권 정책실장은 “수입 가격이 오른 조제땅콩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을 협의하겠다”며 “할당관세가 소비자 가격 안정으로 이어져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업계가 더욱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정부의 압박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고물가 기조에 따라 먹거리 물가가 지속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8.0% 높았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4.9%다. 아이스크림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5.2%, 우유는 14.3% 뛰었다. 빵은 5.5%, 과자·빙과류·당류는 10.6%, 커피·차·코코아는 9.9%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행보가 일시적인 ‘땜질’에 불과하다는 평이 나온다. 제품 가격은 원부자재뿐 아니라 물류, 인건비, 전기세 등이 모두 포함된 가격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요금은 정부에서 관여하는 만큼, “정부가 인상 요인을 만들어놓고 기업들에게는 가격을 내리라고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는 용량이나 개수를 줄이는 꼼수 인상을 의미한다. 가격 인상보다는 티가 나지 않아 국내에서도 슈링크플레이션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최근 풀무원은 1봉지에 5개씩 들어있던 ‘모짜렐라 핫도그’를 4개로, 해태제과는 ‘고향만두’ 중량을 최대 16% 축소해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동원F&B도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를 100g에서 90g으로 줄였다.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서도 칼을 빼든 상태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7일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진행된 제33차 비상경제차관회의 겸 제2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11월말까지 한국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공정거래위원회를 주축으로 실태 조사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그는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다”며 “업계·소비자단체 등과 논의를 거쳐서 슈링크플레이션 규제 방안을 고민하고 있고 12월에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말했다.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 ⓒ위클리서울/ 서울신라호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 ⓒ위클리서울/ 서울신라호텔

특급호텔 케이크·뷔페 가격은 고공행진

식품 기업들이 물가 안정 기조에 따라 가격 인상을 철회하는 가운데, 국내 특급호텔들은 이와 반대 행보를 걷고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해 출시하는 케이크의 가격은 30만원을 돌파했다. 연말 특수를 누리기 위해 12월에는 뷔페 가격도 일시적으로 비싸진다. 성탄절이 포함된 주말과 30일~31일은 가격이 소폭 더 오른다.

지난해 25만원 짜리 최고가 크리스마스 케이크 ‘얼루어링 윈터’를 선보였던 서울신라호텔은 올해 30만원 짜리 하이엔드 케이크를 출시해 또 한번 기록을 세웠다. 호텔 내 베이커리 ‘패스트리 부티크’를 통해 올해 처음 선보이는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The Taste of Luxury)’가 그 주인공이다.

이 케이크는 블랙 트러플 중 향과 맛이 뛰어난 겨울 트러플을 주재료로 사용했다. 제한적인 생산량으로 마시는 황금이라고도 불리는 프랑스 디저트 와인 샤또 디켐(Chateau d'Yquem)을 리큐어로 썼다. 케이크 내부는 트러플 크림과 트러플 슬라이스, 밀푀유, 초콜릿 가나슈 등으로 쌓았으며 외관은 트러플을 형상화해 트러플 모양의 초콜릿 등으로 장식했다.

다만, 지난해 초고가 케이크인 얼루어링 윈터와 스페셜 케이크인 ‘화이트 홀리데이(15만원)’, ‘멜팅 딜라이츠(13만원)’ 등의 가격은 지난해와 동결했다. 이들 케이크는 사전 예약제로 한정 수량만 판매되고 있다.

호텔들의 케이크 가격은 인상됐다. 파라다이스시티의 크리스마스 대표 제품인 ‘딸기 트리’는 지난해(9만3000원) 대비 18.3% 오른 11만원이다. 롯데호텔 서울·월드 ‘베어 하우스’ 케이크도 지난해 대비 가격이 25% 비싸진 15만원에 판매 중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가 출시한 ‘메리고라운드’ 역시 지난해 20만원에서 올해 25만원으로 25% 뛰었다. 지난해 일체형 몰딩으로 사슴을 표현했다면, 올해는 사슴의 몸통과 다리, 뿔, 얼굴까지도 특수 제작한 커터로 하나하나 만들어 조립하는 방식을 택해 사슴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연출했다는게 호텔 측 설명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측은 “메리고라운드는 어린 아이들의 환상, 꿈, 순수성을 회전목마로 함축했으며 요소요소를 섬세한 쇼콜라티에 기술로 제작하는 시간만 8시간, 재료 프렙 시간까지 합치면 하나의 케이크를 완성하는 꼬박 24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호텔 뷔페 가격도 폭등했다. 롯데호텔 서울의 ‘라세느’는 12월 평일·주말 저녁 가격을 기존 대비 1만원 오른 19만원으로 결정했다. 크리스마스 주말 기간인 23~25일과 연말인 30일, 31일 저녁 가격은 20만5000원으로 더 올린다.

서울신라호텔도 평소 평일·주말 저녁 가격이 18만5000원이던 ‘더 파크뷰’ 가격을 12월 한달 간 19만5000원으로 인상한다. 21~31일 저녁 가격은 21만5000원으로 더 비싸진다.

조선팰리스호텔 ‘콘스탄스’ 역시 기존 18만5000원인 저녁 뷔페를 이달부터 19만4000원으로 5% 올렸다. 크리스마스 기간인 23~25일과 30, 31일 점심·저녁 뷔페 가격은 21만5000원으로 뛸 예정이다.

겨울철 인기인 딸기 뷔페 가격도 지난해 대비 올랐다.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 ‘그라넘 다이닝 라운지’의 딸기 디저트 뷔페는 성인 1인 기준 지난해 대비 15%가량 오른 9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이 선보이는 ‘살롱 드 딸기’의 주말 성인 1인 가격도 전년 대비 13% 오른 8만7000원이 됐다.

호텔업계는 연말 특수성과 해당 기간 인건비 상승, 주재료 가격 상승 등을 가격 인상 이유로 꼽았다. 정부와 식품업계가 100원단위 물가 인상을 막기 위해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만, 호텔업계의 20만원짜리 뷔페는 예약이 대부분 마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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