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SK하이닉스‧ASML 등 반도체 협력 동맹으로 격상
반도체 외에도 원전·첨단산업·무탄소에너지·물류·농업 등 협력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위클리서울/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위클리서울/SK하이닉스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한국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초격차’를 위해 동맹을 맺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계기로 우리 기업들과 함께 반도체 관련 협력을 이끌어낸 것이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약 1조 원을 들여 한국에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기술을 연구하는 R&D시설을 짓기로 했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수소 친환경 공정 공동 개발에도 함께 나설 계획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총리와의 한국·네덜란드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양국의 ‘반도체 동맹(semiconductor alliance)’ 관계를 명문화 했다. 동맹 관련 문구는 우리나라에서 먼저 제안해 네덜란드가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기존에 양국 간의 반도체 ‘협력’ 관계를 ‘동맹’ 관계로 격상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반도체 관련 공급망 위기가 발생할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에 긴밀하게 대응하고자 공급망 위기 극복 시나리오를 즉각 발동‧공동대처한다. 

이를 위해 양국은 핵심품목 공급망 협력을 위한 ‘반도체 대화’ 외에도 2년 마다 개최되는 ‘2+2 외교·산업 장관급 대화체’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기업‧정부‧대학을 아우르는 반도체 인력 양성 프로그램 개설, 핵심 품목의 공급망 회복력 증진을 위한 정부 간 지식‧정보 교류 증진 등도 포함됐다.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우리나라는 KAIST·울산 UNIST·성균관대 등 3개 반도체특성화 대학원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네덜란드 측에서는 아인트호벤 공대·IMEC·Brainport Development·ASML·ASM·NXP 등이 참여한다.

양국에서 선발된 석박사급 대학원생과 엔지니어 등 100여명의 교육생들은 아인트호벤 공대에서 반도체 석학의 첨단 반도체 공정기술 특강을 수강하고, 업계 난제를 해결하는 ‘반도체 솔버튼’에 참여한다. 이후 ASML‧NXP 등 기업현장에서의 실무교육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동행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SK 최태원 회장 역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과 3건의 MOU를 맺으며 협력에 힘을 보탰다. 

먼저 삼성전자는 ASML과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연구개발센터 설립’ 관련 MOU를 체결했다.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기술을 연구하는 R&D시설을 한국에 짓는 것이 주요 내용인데, 이를 위해 양사는 약 1조원(7억유로)을 공동투자해 수도권에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ASML과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 공동 개발’ MOU를 체결했다. EUV 장비 내부의 광원 흡수 방지용 수소가스를 소각하지 않고 재활용함으로써 EUV 한대당 전력사용량 20%를 감축할 것으로 기대 되는데, 이를 통해 반도체 공정에서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반도체 뿐만 아니라 경제안보·공급망·원자력·무탄소에너지(CFE)·정보통신기술(ICT)·국방·물류·인적교류 등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전방위로 확대·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실제로 양국 정부 및 기업 간에도 원전·첨단산업·무탄소에너지·물류·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32건의 사업계약이 체결됐다. 기업 간 계약은 19건이었다. 32건을 구체적으로 보면 MOU가 30건, 투자의향서(LOI)가 1건, 계약이 1건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지에서 진행된 한-네덜란드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우리 기업들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대통령은 “반도체와 함께 무탄소 에너지 역시 앞으로 양국이 긴밀히 협력할 분야”라며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두 나라는 원전‧수소‧해상풍력 등 분야에서 서로 협력할 부분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상풍력 분야에서 한화오션과 LS전선 등이 네덜란드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양국간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정부에서 이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양국은 네덜란드 경제기후정책부와 ‘원전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원전 건설·운영 및 기자재 공급과 SMR(소형모듈형원자로) 등 기술개발 등 원전 산업 전주기에 걸쳐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네덜란드에서는 2035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신규원전 2기 건설을 추진 중인데, 신규원전 수주 지원 및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MOU의 역할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역시도 국빈방문에 동행해 네덜란드 경제기후정책부와 신규원전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계약을 맺었다. 

뿐만 아니라 양국은 핵심품목 공급망 협력 MOU를 체결하고 국장급이 참여하는 핵심품목 공급망 대화체 신설 및 MOU 이행을 위한 한-네덜란드 공급망 워킹그룹을 신속히 구축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우리 정부는 네덜란드와 경제안보협력 MOU를 통해 양국 간 연례 경제안보대화를 실시하고, 국방‧방위산업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11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의 방한 당시 네덜란드 측의 제안을 MOU로 발전시켜 방산군수공동위원회를 열고, 독일과 네덜란드가 주도하는 방공 및 미사일 방어 훈련(JPOW)에 한국이 2025년 옵서버로 참여하기로 했다.

ICT분야에에서는 인공지능(AI)·양자·차세대 네크워크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스마트 농업 및 지털파밍 관련 협력도 확대한다. 양국간 청년들의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2배 확대, 박물관 간의 소장품 교류 역시도 이번 국빈방문에서 결정돼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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