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한국의 사회동향 2023' 발표
정부 “맞춤 지원으로 사회 복귀 도울 것”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대한민국 미래 경제를 이끌어 가야 할 청년들이 위기에 빠졌다. 소득은 감소하고 빚은 점점 증가하며 반지하나 지하, 옥상 등 열악한 거주지로 내몰리고 있는 것. 여기에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하는 고립·은둔 청년도 최대 54만명으로 추정돼, 이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19~39세 청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심층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 결과를 토대로 고립·은둔 청년을 대상으로 한 ‘원스톱 도움창구’를 마련, 마음치료 상담부터 취업 지원 등 일상 회복을 위한 조치에 나선다.

 

ⓒ위클리서울/ 디자인=이주리 기자

20대 소득 줄고 부채 늘어…무너지는 청년 경제

통계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3'에 따르면 2018년에 비해 2021년까지 20대 이하 가구주의 소득은 7.4% 줄어들었다. 전체 가구소득이 2018년 4567만 원에서 2021년 5022만 원으로 증가하는 동안 20대 이하는 3363만 원에서 3114만 원으로 나 홀로 감소했다.

근로소득은 인건비 상승으로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20대의 증가폭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적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20대 이하 가구주의 재산소득과 사적이전소득은 오히려 더 줄었고, 사업소득에서만 증가를 나타냈다.

반대로 부채는 다른 연령대보다 크게 늘었다. 전체 가구의 부채 보유 비율은 2018년 64.1%에서 2022년 63.3%로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20대 이하에서는 같은 기간 50.8%에서 60.4%로 9.6%p 증가폭을 보였다.

특히 2018년 대비 2022년 부채보유액 증가율은 20대 이하와 30대에서 두드러지는데, 20대 이하의 부채보유액 증가율은 93.5%로 가장 높았다. 30대는 2018년 8088만 원에서 2022년 1억 1307만 원으로 39.8% 증가해 40대(22.0%) 다음으로 높았다.

이는 코로나19 전후로 부동산 가격 폭등했으며, 이와 더불어 주식·코인 시장에 대한 관심으로 2030세대에서 ‘빚투(빚내서 투자)’ 때문으로 분석된다.

20대 이하의 자산보유액은 2018년 9892만 원에서 2022년 1억 3498만 원으로 3606만 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른 연령대의 경우 모두 1억원 이상의 자산증가를 기록했다.

2018년 대비 2022년 40대 이상 가구의 순자산은 32% 이상 증가했으나, 20대 이하는 16.2%, 30대는 27.9%로 상대적으로 낮은 순자산 증가율을 보였다.

20대 이하의 금융자산 중 전·월세 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70.1%로 2018년 대비 13.7%p 큰 폭으로 늘었다. 자산 대부분을 집값에 활용한 셈이다.

이에 청년들의 주거 만족도도 낮은 수준이다. 지하·반지하·옥상의 거주 비율은 수도권 거주 청년독거가구가 3.24%로 가장 높았다. 건물 유형별로도 청년 독거가구는 연립다세대가 40~50%, 오피스텔 거주 비율은 32.4%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수요가 높은 아파트 진입에 성공한 청년층이 많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9~34세 청년 가구 유형은 부모와 동거하는 미혼청년가구가 59.7%로 가장 많으며, 청년독거가구는 25.4%로 나타났다. 결혼해 부부를 이루거나(8.1%) 자녀가 있는 가구(6.8%)는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주거정책으로는 전세자금과 주택구입자금 대출, 주거비 지원 등 금전적인 지원이 80% 이상으로 높았다. 청년부부 및 청년·자녀 가구는 주택구입자금 대출이 50% 이상으로 높으며, 독거 및 부모동거 청년은 주거비 지원과 공공임대 입주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이, 30대보다 20대에서 결혼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더 낮았다. 반면, 20~30대의 독신·동거·무자녀·비혼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증가 추세다. 2015~2020년 사이 독신은 8.6%p, 동거 14.7%p, 무자녀 16.4%p, 비혼출산 9.5%p 증가했다.

한편, 60대 이상은 근로소득 증가율은 18.1%로 가장 높았다. 2018년 432만 4000명이던 60대 이상 취업자 수는 2021년 540만 6000명으로 증가했다. 60대 ‘젊은 노인’의 숫자가 늘어났을뿐 아니라, 20대가 기피하는 제조업 등의 일자리를 60대가 메꾸면서 근로소득 격차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집에 숨은 청년 54만명…세상 나오도록 돕는다

스스로 집에 갇힌 고립 청년에 대한 문제점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 청년의 삶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에 응답한 청년은 2016년 24만 9000명에서 올해 7월 기준 40만 2000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고립·은둔을 생각하는 위기 청년 규모가 최대 54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실태 조사 결과, 대부분 청년들은 10대~20대를 거치며 고립되기 시작했다. ‘직업 관련 어려움(24.1%)’, ‘대인 관계(23.5%)’와 ‘가족 관계(12.4%)’, ‘건강(12.4%)’ 등이 계기다.

응답자의 62%는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했고, 47.8%는 대인 접촉 자체를, 44.2%는 지인을 만나는 것조차 두렵다고 응답했다. 일을 하더라도 대부분 청년들이 물류센터 등 사람과 접촉이 적은 직업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립·은둔 생활이 이어질수록 청년들의 ‘삶의 질’은 현저히 떨어졌다. 이들의 삶의 질은 3.7점으로 나타났는데, 청년 평균이 6.7점인 것과 비교해 절반 가량 낮았다. 실제로 응답자 중 75%가 자살을 생각해 봤고, 27%는 실제 시도까지 해봤다고 답했다.

고립에 따라 온라인 활동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았다. 돈을 덜 들이면서 시간 소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로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 시청(23.2%), 커뮤니티 등 온라인 활동(15.6%)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청년들의 의지는 있었다. 10명 중 8명 이상이 고립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했고, 67.2%는 민간 기관에 지원 프로그램을 문의하거나, 취미를 갖으려고 노력하는 등 적극적으로 고립 탈피를 시도했다.

다만, 하지만 탈고립 과정에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청년들은 56%였다. 이들은 ‘지원 정보를 몰라서(28.5%)’, ‘비용이 부담돼서(11.9%)’, ‘지원 기관이 없어서(10.5%)’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지원(88.7%)’과 ‘취업 및 일 경험 지원(82.2%)’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정부는 고립·은둔 청년이 언제든 비대면·온라인 방식으로 외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원스톱 도움창구’를 마련한다. 방안은 ▲고립·은둔 청년 조기 발굴 ▲전담 지원 체계 마련 ▲학령기·취업·직장 초기 일상 속 안전망 강화 ▲지역사회 내 자원 연계·법적 근거 마련 등 4가지로 구성됐다.

정부는 우선 고립·은둔 청년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중앙 차원의 상시 발굴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복지부 소관 공공사이트에 자가진단시스템을 마련해 24시간 누구든지 고립·은둔 위기 정도를 간편 진단할 수 있게 된다.

가족이나 친구, 편의점 등 주변에서도 위기 징후가 보이는 청년들에 대한 도움을 쉽게 요청할 수 있도록 129 단일번호로 도움 요청이 가능해진다. 지자체, 경찰, 소방, 지역주민(고시원·원룸촌·편의점 등) 등 기존 복지사각지대 발굴 협력망과 협조체계도 강화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번 심층조사 과정에서 공식으로 공적 도움을 요청한 당사자들도 1903명이나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에 대해서는 내년 시범사업과 연계해 우선적으로 전담 사례관리사가 초기상담 및 사례관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년에는 4개 지역에 고립·은둔 청년 또는 청소년만 전담 지원하는 ‘청년미래센터(가칭)’가 문을 연다. 공모를 통해 4개 광역시·도를 선정해 고립·은둔 청년 지원 시범사업(약 13억원, 총 32명 전담 인력)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13~19세 학령기와 대학 졸업 후 구직활동기, 직장 취업초기 등 청년기 전후 생애주기별 안전망도 구축한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업중단 학생에 대해선 관련 정보를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로 연계한다. 취업 실패·이직 등의 과정에서 쉬고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는 가칭 ‘청년성장프로젝트’를 10개 지자체에 신설할 예정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진행한 제11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청년정책 보완방안’과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청약에 당첨되면 2%대의 금리로 40년까지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자립준비청년 자립 수당을 늘리고 전담 인력도 증원하겠다”라며 “가족 돌봄 청년의 자기돌봄비를 연 200만원까지 확대하고, 일상 돌봄 서비스도 확대해 가족돌봄에 따른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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