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 불씨 짚히나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국민의힘이 26일 사실상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50세 새내기 정치인인 한동훈 비대위원장 지명자가 위기에 놓인 집권당 비상 사령탑으로 데뷔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온라인으로 전국위원회를 열어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로 한 지명자 임명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한 지명자는 임명된 후 비대위원 인선을 진행한다. 완료 시점은 오는 29일로 예상된다. 이런 국민의힘의 변화에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도 지난주보다 소폭 상승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여당의 ‘체질개선’이 향후 정국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혁신 의지가 관건

비대위원은 비대위원장과 당연직인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을 포함해 15명 이내로 구성된다. 한 지명자는 최대 12명을 인선할 수 있다. 한 지명자는 '실력'을 비대위원 인선 키워드로 제시했다. 당내에서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표심을 견인할 수 있는, 1970년대생 이하 젊은 피로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점과 맞물리며 때 한 지명자가 젊은 전문가 위주의 인선을 통해 쇄신 의지를 드러낼 수 있는 관측이 나온다. 여성도 비대위원으로 다수 포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정당 비대위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거론되는 2011년 ‘박근혜 비대위’는 외부 인사 6명, 당내 인사 4명 등 10명의 비대위원을 선임한 바 있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 이준석 전 대표 등이 당시 비대위의 외부 인사였다. 70대로 ‘올드보이’에 속하지만, 보수 정당과는 거리가 있는 경제민주화 개념을 정립한 개혁 성향 정치인부터 하버드대 출신 젊은 신인, 20대 벤처 기업인까지 아우르는 비대위 진용이 큰 관심을 받았다. 당내 인사로도 당시 쇄신파로 분류됐던 김세연·주광덕 의원을 선임하면서 혁신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있었다.

비대위원 선임이 이제 막 여의도 정가에 입문한 한 지명자의 주요 정치 구상의 단면을 공개하는 첫 무대인 만큼, 한 지명자가 ‘박근혜 비대위’의 전례처럼 파격 인선을 준비해 비대위 성공 및 총선 승리에 대한 의지를 확실히 드러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한 지명자가 내놓은 비대위 인선안이 상임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비대위는 공식 출범하고 기존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는 자동 해산된다. 이후 한 지명자는 사무총장·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자 인선과 공천관리위원장 등 선거기구 인선을 고민해야 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지명자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파격 행보 기대

한 지명자의 향후 공개 행보에도 당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에도 거침없는 직설 화법에 세련된 패션 감각 등으로 ‘뉴스 메이커’로 떠오른 만큼, 비대위원장으로서 내놓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내에선 한 지명자가 26일 전국위 의결 후 수락 연설을 통해 그간 품어온 각종 구상의 얼개를 처음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내년 1월 1일 국립현충원 참배가 공식적인 첫 공개 행보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런 행보를 통해 당 쇄신과 정치 개혁, 총선 전략에 대한 한 지명자의 청사진도 더욱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지명자는 특히 더불어민주당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86그룹’(80년대생·60년대 학번) 운동권 세력을 정조준하면서 ‘젊고 혁신적인 국민의힘’과 ‘낡고 부패한 민주당’이라는 이미지를 대비시킬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다만 한 지명자의 이런 메시지에 힘이 실리려면 국민의힘 내부의 세대교체와 ‘주류 기득권 물갈이’ 등 고강도 인적 쇄신도 전향적이고 파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명자의 최대 강점이자 약점이기도 한 ‘대통령 최측근’ 이미지 활용법도 관심이다. 여권 지지도 하락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받는 ‘수직적 당정관계’의 변화 여부가 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한 지명자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면서 건강하고 긴장감 있는 당정 관계를 만든다면 비대위가 성공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기대다.

반대로 윤 대통령과의 친분과 검사 시절부터 법무부 장관 재직 때까지 이어져 온 서열을 의식해 ‘용산 직할 체제’라는 비아냥을 들어온 당의 모습을 유지한다면 비대위 실패는 물론 총선 승리도 멀어질 것이라는 쓴소리도 당 내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 한 지명자 등판 후 처음 열리는 28일 본회의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강행 처리를 벼르는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대응 방향이 당장 직면한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 핵심’ 장제원 의원도 국민의힘 변화의 물결에 합류했다. 장 의원은 지난 23일 지역구인 부산 사상 사무실에서 마지막 '민원의 날'을 열었다. 그는 지역주민 300여 명이 참석한 행사에서 "윤석열 정부가 실패하고 어려워지면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힘이 있고 성공해야 제 정치적 미래도 있다고 생각해 결단했다"고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시간, 사상구민들의 목소리를 하늘처럼 받들어 모두 해결해드리려 노력했지만 많이 부족했다"며 "구민과 함께 울고 웃던 '민원의 날'이 이제는 제 인생의 소중한 기억의 한켠으로 남게 됐다"고 썼다. 그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가 가진 마지막(국회의원직)을 내어놓는다"며 "나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대통령 지지율 상승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소폭 상승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알앤써치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지난 조사(13∼15일)보다 0.8%포인트(p) 오른 38.8%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는 0.9%p 하락한 58.2%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 보면 70세 이상(긍정 59.6%·부정 36.1%)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많았다. 지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에서 지지율이 직전 조사 대비 7.0%p 오르며 52.1%를 기록했다.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57.1%)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치 성향별 긍정 평가는 보수층에서 1.2%p 하락한 64.7%, 중도층에서 6%p 상승한 35.7%, 진보층에서 3%p 상승한 14.1%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직전 조사보다 3.5%p 오른 38.1%, 더불어민주당이 0.6%p 내린 45.7%를 기록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12.2%로 나타났다.

‘적합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묻는 조사에서는 지난 21일 지명된 한동훈 비대위원장 지명자가 34.3%로 지지도가 가장 높았다. 한 지명자는 국민의힘 지지층의 66.3%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전체 9.0%·국민의힘 지지층 10.6%), 김한길(5.2%·3.1%),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5.1%·4.0%) 등의 순이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별·연령대별·지역별 인구 구성비에 따른 비례 할당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전화 RDD(무작위 추출)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2.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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