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국제기구 등…“잠재성장률 수준”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국내외 주요 경제연구기관과 국제 기구, 민간연구소들이 새해 한국 경제의 연간 성장률로 평균 2.0%를 제시했다. 지난 2023년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1%대 저성장 흐름은 탈피했으나, 극적인 반등을 이루지 못한 채 2% 안팎의 ‘잠재 성장률’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지난 2022년(5.1%)과 지난해(3.6%) 크게 뛰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완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는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을 2.3%대로 내다봤으며,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기관들은 대부분 2.6%대로 전망했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기관들, 한국 GDP 증가율 ‘2%대 초반’

국책 연구기관과 민간연구소, 국제기구 등이 발표한 2024년도 한국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평균 2.0%로 집계됐다.

기관별로 보면 KDI와 산업연구원은 각각 2.2%, 2.0%를 전망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1%를 제시했다. 이들의 전망치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성장률 전망치(2.1%)와 대체로 비슷하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전망치(2.4%)보다는 낮다.

KDI 측은 “경제성장률이 내외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소폭 상회하겠으나 이는 2023년(1.4%)의 낮은 성장률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기인한 바, 경기 회복세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민간소비는 고금리 기조로 인한 상품소비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2024년에도 전년(1.9%)과 유사한 1.8%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라며 “설비투자도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겠으나 수출의 완만한 회복과, 2023년(0.2%)의 기저효과로 인해 2.4%의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정학적 갈등 고조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거나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급락하는 경우 우리 경제의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여타 중동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생산비용 상승과 실질소득 감소로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연구원은 ‘2024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2024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2.0%를 기록할 것”이라며 “고금리와 높은 가계부채로 이자 부담이 확대되고 금융부문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로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고물가에 따른 구매력 약화 등이 경제 성장을 제약할 것”으로 봤다.

이어 “설비투자는 2.1% 증가하고 건설투자는 0.2% 감소할 전망”이라며 “자동차 부문 수출이 이어지고 반도체 업황도 개선되면서 수출에 훈풍이 불 것”으로 진단했다.

국제기구들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며 한국의 2024년 예상 성장률을 기존 2.4%에서 2.2%로 0.2%p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존 대비 0.2%p 올린 2.3%로 제시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2%를 유지했다.

 

ⓒ위클리서울/ 디자인=이주리 기자

연구소들 “저상장 고착화 우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상대적으로 비관적인 전망치를 제시했다. LG경영연구원은 ‘경영인을 위한 2024년 경제 전망’을 통해 2024년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을 1.8%(상반기 1.9%·하반기 1.7%)로 전망했다.

LG경영연구원 측은 “2023년 수출 부진 지속과 소비 회복세 약화 속에 1.3% 성장에 그치고, 2024년에도 2년 연속 2% 성장률에 미달하면서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고조될 것”이라며 “성장률이 높아진 것은 기저효과 때문으로 전반적 경기 회복세는 미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높은 물가와 금리로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늘어난 재고 부담으로 기업 설비투자도 부진할 것”이라며 “건설경기 선행지표 악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 표면화 가능성 등으로 건설투자의 경우 역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정책금리 인하 시점은 올해 중반 이후로 내다봤다. LG경영연구원은 “2024년 국내 금융·자금 시장은 여전히 부정적”이라며 “우리나라 정책금리(기준금리) 인하는 2024년 중반에야 시작되고, 폭도 1%p보다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경제동향과 전망: 2023~2024년 보고서’에서 올해는 글로벌 경기가 완만하게 개선되면서 수출 실적도 나아져 국내 경제성장률이 2.0%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내수 회복은 통화 긴축 종료가 실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이후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보고서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민간부채가 금융시장 위기로 이어지면 2.0% 수준의 낮은 성장률마저 달성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물가가 점진적으로 안정돼 실질 소득이 늘고 소비 여건이 개선돼도 폭증한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등으로 회복세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전망치 2.2%보다 1%p 하락한 수치다. 디스인플레이션 추세 및 주요국 금리 인상 기조 종료, 제조업 경기 개선 등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투자가 회복하면서 지난해보다 개선된 2.1% 성장할 것으로 봤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4년 국내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나, 2023년 큰 폭 둔화에 따른 기저효과 등을 감안할 때 성장 모멘텀은 크지 않은 수준”이라며 “건설투자 증가율은 올해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착공과 수주 등 선행지표 부진 심화로 0.2%에서 내년 -0.3%로 마이너스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위클리서울/ 한국은행

물가상승률 2.6% 전망…‘저물가’는 아직

기관과 은행들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평균 2.6%로 나타났다. 내수 둔화와 고금리의 영향이 반영되면서 2022년 5.1%, 2023년 3.6%로 2년 연속 이어진 고물가 흐름이 다소 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의 7월 전망치는 2.3%였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내놓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물가 상승률을 연 2.6%로 예상했다.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3.0%, 2.3%다.

한국은행은 “유가가 다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2024년에는 상반기중 3% 내외로 점차 둔화되겠으며 연간 전체로는 2.6%를 나타낼 전망”이라며 “향후 물가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흐름, 이차 파급영향의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을 통해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단기적으로 크게 올랐던 유가·농산물가격이 하락하면서 지난 11월 중 상당폭 둔화됐으나, 앞으로도 이처럼 빠른 하락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2024년 연말로 갈수록 2% 부근으로 근접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향후 물가 전망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누적된 비용압력의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국내외 수요 부진 심화, 유가 하락 등의 하방 리스크와 중동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 고조에 따른 유가 재급등, 비용압력의 파급영향 강화, 기상이변 등의 상방 리스크가 혼재돼 있다”고 진단했다.

새해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면서 ‘저물가 시대는 아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4년 글로벌 트렌드’를 발표하고 ‘중간에 닻 내린 물가’ 키워드를 통해 이 같이 진단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물가 상승률은 1980~90년대 평균 10%대 후반대를 기록한 것과 달리, 2000년대와 2010년대에는 각각 각각 4.2%, 3.6%로 떨어졌다. 2021년 하반기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뒤 2022년 8.7%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6.9%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구원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둔화에도 불구하고 물가의 하방경직성으로 중물가 현상이 고착화돼 2000~10년대의 저물가 시대가 재도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에도 탈세계화, 기후변화 등으로 현재의 중물가 수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저물가 시대는 상당 기간 도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어 “각국의 중앙은행은 중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중금리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며, 더 나아가서는 정책목표(물가상승률 2%) 수정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의 경우 소비재를 이전보다 비싼 가격에 사야 하는 상황에서 소비 심리가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물가-중금리라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금융 불안정성, 경기침체 장기화 등의 리스크에 대비하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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