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기회 찾고 성장 메커니즘 확립해야”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채널, 식품, 화장품 등 유통업계 CEO들의 새해 신년사 키워드는 단연 ‘수익 개선’이었다. 지난해 고물가 기조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낮아지고, 중국의 경제 위기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그와 연관된 기업들의 수익 역시 대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는 특히 글로벌에 대한 확장을 천명했다. K-푸드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현시점에서, 더 넓은 시장으로의 진출을 목표하겠다는 포부다. 새로운 성공 방식을 만들어 나가, 단순한 외연 확장이 아닌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복안이다.

 

(왼쪽부터) 손경식 CJ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 ⓒ위클리서울/ 각사 
(왼쪽부터) 손경식 CJ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 ⓒ위클리서울/ 각사 

유통기업 CEO들 “위기 극복으로 수익 개선”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우리는 넷플릭스, 쿠팡 등 새로운 혁신적인 경쟁자가 등장해 우리를 위협하고 후발주자들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임직원 모두가 1등을 하겠다는 절실함, 최고가 되겠다는 절실함,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실함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그룹 핵심가치인 ‘온리원(ONLYONE)’ 정신을 재건해 초격차 역량을 갖춘 압도적 1등이 되자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올해 수익성 극대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이미 초격차 역량을 확보한 사업은 글로벌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2426 중기계획인 그룹의 ‘퀀텀점프 플랜’을 새롭게 도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단순한 숫자 목표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공감과 동의를 바탕으로 사업별 초격차 역량, 글로벌 목표, 구체적인 실행방안 등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초불확실성 시대에 기회의 창을 열자”고 당부했다. 그는 인류가 직면한 인구 변화와 기후 문제는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 전망했다. 롯데그룹이 과거 성공 경험에 안주하지 않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위기 속 기회를 만들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그는 ▲각 사업 영역에서 우리의 핵심 역량을 더욱 고도화할 것 ▲‘AI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사업 혁신을 서두를 것 ▲창의적이고 실행력이 강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줄 것 ▲고객과 주주, 파트너사와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진정성 있는 ESG 경영 등을 당부했다.

신 회장은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창조적 파괴를 통해 끊임없이 혁신한다면 올해도 풍성한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시대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말고 가능성이란 용기를 따라가 달라”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ONE LESS CLICK(한 클릭의 격차)’과 ‘ONE MORE STEP(업무의 깊이를 한 걸음 더 나아가자)’ 등을 핵심 화두로 던졌다. 그는 “단 한 클릭의 격차'가 고객의 마음을 흔들고 소비의 패턴을 바꿨다”며 “사소해 보이는 '한 클릭의 격차'에 집중해야 경쟁사와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특히 수익성 강화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기업 활동의 본질은 사업 성과를 통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고 이를 재투자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라며 “2024년에는 경영 의사 결정에 수익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조직 문화 개선에 대해 당부했다. 그는 “올해는 지주회사 체제의 경영기반을 바탕으로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 사업 안정화를 추구하면서, ‘기민하게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성장 메커니즘(Growth Mechanism)의 확립’을 최우선 목표로 다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밝혔다.

이어 “고객과 고객사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협력사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한 협력의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계열사 간 협력은 물론 다양한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혁신은 사소한 생각의 차이에서 나오는 만큼 리더는 구성원이 스스럼없이 새롭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 과정도 함께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양라운드스퀘어 김정수 부회장 신년사 영상 캡쳐
삼양라운드스퀘어 김정수 부회장 신년사 영상 캡쳐

식품업계 CEO들 “목표는 글로벌 종합식품기업”

식품업계는 글로벌 확장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은 “2023년은 새로운 사명 삼양라운드스퀘어 아래 미래 비전을 널리 공표하고,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한 의미 있는 한 해였다”며 “새해에는 어떠한 외부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초격차 역량 강화를 통해 단순한 외연 성장이 아닌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닭볶음면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어내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미래를 내다볼 때 절대 과거에만 근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의 3년은 우리의 코어인 식품 기반 아래 미래 식문화를 선도하기 위한 저변 확대를 목표로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학 농심 대표는 ‘전심전력’의 자세로 글로벌 사업 확대와 함께 건강기능식품, 스마트팜 솔루션 등 신사업 확장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새로운 시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중장기 전략을 실행하며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영역 다각화를 위해 최근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건강기능식품과 스마트팜 솔루션 등 다양한 신규 사업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인수합병(M&A), 스타트업 투자 및 전략적 제휴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승풍파랑(乘風破浪·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 나간다)의 자세로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1등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윤 회장은 “지금까지는 한국 토종 브랜드로서 K-푸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탄생한 프랜차이즈 종주국 미국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며 “2024년은 미국 50개 주 전 지역 가맹점 개설과 남미와 동남아 지역 본격 확장을 통해 전 세계 고객들에게 1등 치킨 프랜차이즈 BBQ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은 “뉴(NEW) 아워홈으로 도약하는 변곡점을 만들자”고 말했다. 그는 “AI와 빅데이터, 푸드테크 등을 통해 식음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 글로벌 식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구 부회장 역시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도전적인 목표 설정과 과감한 실행력’, ‘위기의식에 기반한 파괴적 혁신과 변화’, ‘주인의식과 책임감’, ‘데이터에 기반한 업무 추진’, ‘소통의 조직문화 강화’ 등을 주문했다.

 

이랜드월드 가산사옥 ⓒ위클리서울/ 이랜드
이랜드월드 가산사옥 ⓒ위클리서울/ 이랜드

패션·뷰티업계 “조직 개편으로 성장”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이 신년사에서 올해 경영 목표를 '성장 전환'으로 밝히며 “2024년은 우리 LG생활건강이 지난 2년간의 부진을 털어내고 새롭게 성장하는 변곡점의 한 해가 돼야 한다”며 “‘차별적인 고객 가치를 위한 몰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중점 추진사항으로 ▲더후(The Whoo) 등 주요 브랜드의 글로벌 뷰티시장 공략 확대 ▲조직역량 강화 ▲데이터를 통한 업무 효율성 제고와 성과 창출 ▲차별적 고객가치를 위한 몰입 등 총 4가지를 제시했다.

뷰티업계 양대 산맥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올해는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다.

국내 대표 패션브랜드인 이랜드는 이랜드월드·이랜드리테일 등 양대 법인의 기업문화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언론에서 보도된 행사 직원 강제 동원 논란과 관련해 조직문화 TFT(태스크포스팀)을 출범하겠다고 선언했다.

최운식 이랜드월드 대표는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사내 문화행사 관련 내용과 이슈로 공동체 구성원 여러분들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며 “올해는 직원 여러분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가 되도록 더 열린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성대 이랜드리테일 대표는 역시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여러 내용으로 모든 임직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조직문화 혁신에 대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내 문화행사를 본질적 차원에서 검토하기 위해 조직문화 혁신기구를 설립하고, 노사 발전 재단 및 전문적이고 공신력 있는 외부 자문 기구를 통해서 조직문화 및 노사관계 관련 컨설팅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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