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대출부실 위험에도 …1년간 이어져온 동결기조
기준금리 인하하려면 소비자물가 2% 목표수준으로 수렴해야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해 2·4·5·7·8·10·11월에 이어 올해 다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벌써 8차례 연속 동결로, 1년간 동결 기조가 이어져온 셈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현재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3%p 올린 뒤, 지난해 2월부터 지금까지 약 1년간 동결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위클리서울/ 디자인=이주리 기자

이날은 올해 첫번째 기준금리 결정일로, 다음번 기준금리 결정 회의는 2월22일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 위험이 높아지고 있고, 경제성장률 추락 등의 문제도 산적해 금리를 낮춰야한다는 목소리도 끊이질 않고 있지만 통화정책의 제1목표인 물가안정 측면에서 여전히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로 높은 것을 감안한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2%로,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0%까지 내려오는 시점을 올해 말 또는 내년 상반기로 보고 있다. 거기가 가계대출 증가세 역시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는 만큼 일단은 금리를 묶고 물가·가계부채·미국 통화정책 등을 더 지켜보자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태영건설발 부동산PF 위기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시장 불안을 가져올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 금통위원들 역시 해당 사안은 금리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바탕에 둔 모양새다.

여기다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이후 기준금리 조기 인하 전망이 약화되고, 통화 정책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당분간 한은이 관망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위클리서울/ 이주리 기자

기준금리 인하하려면 소비자물가 2% 목표수준으로 수렴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데이터가 바뀌면 다시 봐야겠지만 현 상황의 전제 하에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미 연준(Fed·연방준비제도)의 물가 상승률 변화에 따른 금리결정, 유가의 안정 지속 여부, 소비가 예측대로 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물가 경로가 예상대로 갈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가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국제유가, 중동사태 등 해외 리스크가 완화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이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금통위원들은 금리 인하 논의를 시기상조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며 “금리 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함으로써 물가안정을 이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금리는 동결 했지만, 취약 중소기업 지원 위해 9조원 푼다

한국은행은 이와 함께 취약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오는 7월말까지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유보분 9조원을 활용해 한시 특별지원을 하기로 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한은이 은행에 공급하는 대출의 총 한도를 미리 정해놓고 일정 기준에 따라 한도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금통위는 이번 결정 배경에 대해 “통화 긴축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융비용 부담이 증대 등으로 취약 업종과 지방 소재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사정과 조달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선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오는 2월부터 7월까지 업종신용등급 등 사전설정요건에 부합하는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 취급 실적에 대해 한시적으로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주점업이나 부동산업 등은 배제되며, 은행에 대한 대출 금리는 연 2.00%다.

지방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고려해 전체 한도의 80%에 해당하는 7조2000억원을 한은 15개 지역본부에 배정하기로 했다. 나머지 1조8000억원은 서울에 배정한다.

물론 이러한 한은의 결정에 대해 부정적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금융중개대출 지원 확대에 대해 “물가안정을 강조하고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정책과 다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창용 총재는 “다른 위원들은 그런 위험이 있지만 경제 전체의 유동성을 크게 늘리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일각에서는 신생아 특례대출을 둘러싸고 주택시장이나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신생아 특례대출과 관련해 무주택 서민, 특히 젊은층과 저출산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제도가 좋다고 해서 소득수준이 안 되는 사람에게 많은 돈을 빌려주는 것은 심각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층이 집을 마련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저금리일 땐 좋은 일이지만 금리가 올라갈 경우엔 도움을 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어느 정도 DSR 규제를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고금리‧고물가 속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 여력 제약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고금리로 인한 소비 여력 제한은 자영업자 등 전반적으로 다 겪는 일이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통화정책이 이를 통해 물가(상승률을) 낮추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중간점검을 해보면 지난해 11월 예측했던 것보다 소비는 다소 둔화해 성장률을 낮추는 쪽으로 작용했다. 반면 수출은 생각보다 높아졌고, 그래서 성장률 (전망은) 2.1%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