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신사업 진출 꾀하는 OCI로서는 긍정적 전략
경영권 분쟁 닻 올린 한미약품 그룹, 모녀 vs 장‧차남 구도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한미약품과 소재·에너지 전문기업 OCI가 그룹간 통합을 위해 손을 잡은 가운데, 한미약품 그룹 내부에서 경영권 분쟁의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완전히 다른 업태를 보유한 이종기업 간의 결합이라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故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인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위클리서울/ 각사, 디자인=이주리 기자

제약‧바이오 신사업 진출 꾀하는 OCI로서는 긍정적 전략

이들은 현재 OCI 그룹과 한미약품 그룹의 통합 중단을 위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로, 양사 통합 절차에 다소 먹구름이 끼는 양상이다.

지난 12일 한미약품그룹은 OCI그룹과 각사 현물출자 및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 간 통합에 대한 합의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이사회 결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에 따라 OCI홀딩스는 구주 및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등을 포함,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취득하고 故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녀인 임주현 사장과 부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주주들은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한다.

절차가 마무리 되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가 되고, 임주현 사장 등은 OCI홀딩스의 1대주주가 된다.

양측은 통합지주회사를 만들어 각자 대표 체제로 공동경영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통합에 따른 새로운 출발‧도전‧혁신의 염원을 담아 사명 및 CI 통합 작업도 진행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M&A(인수합병) 형태의 결합이 아니라 각자 상대방 지주사(한미약품그룹은 한미사이언스, OCI그룹은 OCI홀딩스)의 지분을 취득해 동등한 지위에서 경영 체제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사례로 꼽힌다.

한미약품은 제약‧바이오, OCI는 태양광‧반도체‧이차전지 소재 등의 사업을 영위해온 만큼 양측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를 놓고 업계 안팎에서는 의구심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표면적으로는 동등한 지위에서의 경영체제 구축이지만, 결과적으로는 OCI에 한미약품이 흡수되는 형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팽배하다.

실제로 OCI는 최근 신사업으로 제약‧바이오 사업을 낙점하고 관련 업계 진출에 관심을 보여 왔다. 이를 위해 지난 2022년 3월 부광약품 지분을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한 바 있으며 이번에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 통합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10월부터 OCI 이우현 회장과 임주현 실장이 만나 이종기업 간 합병에 대해 결정하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OCI로서는 제약‧바이오업계 내에서 R&D 강자로 꼽히는 한미약품 그룹과 함께 함으로써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고, 한미약품 그룹으로서는 OCI의 현금창출 능력을 신약개발 투자에 투입할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창업주인 故임성기 회장이 떠난 이후 발생한 5000억원 가량의 상속세 문제도 해결될 길이 열렸다.
 

경영권 분쟁 닻 올린 한미약품 그룹, 모녀 vs 장‧차남 구도

장밋빛 구상과는 달리 한미약품 그룹 내에서는 경영권 분쟁의 조짐이 일고 있다.

17일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코리그룹 회장)과 차남인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두 그룹 통합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한 것이 알려졌다. 장남인 임종윤 사장 측은 이번 통합에 대해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임종윤 사장 측은 법적절차를 밟음과 동시에 우호지분을 확보하고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이번 통합이 OCI에는 득이 될지 몰라도 한미로서는 잃을 손실이 더 많다며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 9.91%, 차남인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이 10.56%,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11.52%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그룹 통합 쪽인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은 11.66%, 장녀인 임주현 사장은 10.2%의 지분을 갖고 있어 합치면 21.86% 가량이다.

한배를 탄 모습을 보이는 장남과 차남의 지분을 합치면 20.47% 가량으로 비등한 수준이지만, 무엇보다 신동국 회장 측의 지분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분싸움과는 별개로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의 수도 있다. 만일 법원이 임종윤 사장 측 손을 들어준다면 한미-OCI 그룹간 통합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고 지분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현재 한미약품그룹 측에서는 임종윤 사장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미약품 그룹은 지난 13일 임종윤 사장이 자신의 SNS를 통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로도 이번 통합과 관련해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반발했을 당시에도 공식 입장문을 통해 정면반박한 바 있다.

당시 한미약품 측은 “이번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으로,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이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있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임종윤 사장과 만나 이번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고 통합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故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배우자이자, 임종윤‧임주현‧임종훈 사장의 어머니인 송영숙 회장은 그룹 내부 게시판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한미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동반자와 함께 보다 크고 강한 경영 기반을 우선 마련해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한미그룹과 OCI그룹 통합에 힘을 실었다. 이를 놓고 경영권 분쟁이 일어도 결국에는 통합 쪽으로 가닥이 잡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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