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처벌 강행에 교수 삭발식 단행, 사직서까지…

응급실 대기 줄 ⓒ위클리서울/(사진=연합뉴스)
응급실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 줄. ⓒ위클리서울/(사진=연합뉴스)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정부의 ‘면허정지’ 조치에도 오히려 의료파업이 심화되면서 전공의·전임의 등의 대거 이탈로 인해 병원들은 병동 통폐합을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습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술을 축소하고 진료를 연기하며 버텼던 병원들이 의료파업 장기화로 병동을 통폐합하고 병상수를 대거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병원은 병동 통폐합 등을 검토하면서 남은 인력으로 환자를 효율적으로 볼 수 있는 대책을 마련 중이다. 전체 전공의 중 94%가 이탈한 제주대병원은 금주 중으로 통합병동을 2개에서 1개로 통폐합하고, 내과 중환자실 운영 병상 수도 20개에서 8개로 축소하는 계획을 세웠다. 경북대병원 응급실은 매주 수·목요일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경기도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출근한 교수 등이 최대한 근무 시간을 늘려야 응급 및 중증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의료공백'이 극심해지면서 죄 없는 환자들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의료공백 속에 우리 중증질환자들은 긴장과 고통으로 피가 마르고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며 "의료계는 '나 몰라라'하며 현장을 떠났고, 정부의 대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미봉책"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의대 교수 삭발식 ⓒ위클리서울/(사진=연합뉴스)
5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앞에서 의대 교수들이 대학 측의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삭발하고 있다. ⓒ위클리서울/(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도 의료계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설상가상으로 의대교수들의 집단행동 조짐 또한 보이고 있다.

정부의 전공의 처벌 강행과 전국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시행한 의대 정원 수요조사와 관련해 의과대학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삭발식을 단행하는 등 “제자를 지키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전공의 처벌에 반기를 들고 “전공의들을 겁박하는 정부의 사법처리가 현실화된다면 스승으로서 제자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 경고했다.

경북대병원의 한 외과교수는 SNS에 “우는 아이한테 뺨 때리는 격으로 정부는 협박만 하고 있다”며 사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또, 같은 날 오전 강원대 의대에서는 앞서 진행 된 교수 회의에서 77%가 의대 증원 신청을 거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으나,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항의와 함께 교수들이 삭발식을 단행했다.

일부에서는 의대 강의와 병원 진료를 겸하는 의대 교수들이 진료를 거부하는 방안마저 논의되고 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 ⓒ위클리서울/(사진=연합뉴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 ⓒ위클리서울/(사진=연합뉴스)

한편, 전국 대학들의 의대 정원 3401명 증원 결과에 대해 의사협회는 “정부의 압반에 의한 무리한 신청”이라고 규탄한 바 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의 자체 조사 결과 대부분의 의대 학장은 많아야 10% 정도의 증원을 이야기했는데, 대학본부에서 일방적으로 많은 숫자를 정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보건복지부 차관의 브리핑에 따르면 정부의 압력이 전혀 없다고 했는데, 사실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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