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홈볼트 빙하, 특수 이불 덮는다

베네수엘라 훔볼트 빙하. ©위클리서울/(사진=연합AP)
베네수엘라 훔볼트 빙하. ©위클리서울/(사진=연합AP)

[위클리서울=선초롱 기자] 기후 변화로 인한 빙하 감소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베네수엘라가 산악 지대에 남은 ‘최후의 빙하’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생태사회주의부 소셜미디어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환경 당국은 최근 안데스 산악지역 메리다주(州)의 시에라 네바다 국립공원 내 홈볼트 빙하(라 코로나)를 지키기 위해 특수 섬유 고분가 소재(지오텍스타일)로 만든 덮개를 고산 지대로 옮겼다.

이 덮개는 강한 태양 광선에 빙하가 노출되지 않도록 만든 것으로, 35개의 조각으로 구성돼 있다. 덮개는 조각당 80㎏ 무게에 달하는 탓에 공군 헬기 2대와 1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해발 4900m 높이의 정산 부근까지 실어 날랐다.

빙하 감소는 기후 변화에 따른 전 세계적 현상으로 지목되지만, 베네수엘라의 경우 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산악 빙하를 완전히 잃을 수도 있는 이유에서다.

베네수엘라 로스안데스대학(ULA) 연구팀은 훔볼트 빙하의 경우 과거 최대 4.5㎢에 달했던 면적이 현재 0.02㎢(0.4%)로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훌리오 세사르 센테노 교수(유엔환경개발회의(UNCED) 고문)는 AFP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에는 이미 빙하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곳에 있는 건 얼음 조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빙하라고 부를 수 있는 얼음덩어리의 최소 면적 가이드라인을 대체로 0.1㎢로 잡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훔볼트 빙하는 '빙하'로 보기 어렵다는 게 센테노 교수의 지적이다.

다만 특수 덮개의 환경 파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 덮개가 분해되면, 미세 플라스틱이 주변 농작물이나 석호, 공기 중으로 이동해 사람이나 동식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학자인 엔리케 라 마르카는 AFP에 "희귀종 이끼나 벌새 등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일부 생명체들에 적절한 산소 공급을 방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년, 낙관적으로 추정해도 5년 이내에 훔볼트 빙하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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