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상대로 한 ‘암묵적 해고’ 근절 돼야
고용노동부의 직접적인 관리 감독 요구도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온라인 유통 시장점유율 1위 기업 쿠팡이 성장하기까지 고용 불안정과 가혹한 노동조건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쿠팡 블랙리스트를 화두로 지난 14일 오후 국회의원 회관서 열린 ‘노무관리 전략 문제점과 대응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이같이 말했다.

양 위원장은 “이번에 드러난 1만6450명의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는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언론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쿠팡에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14일 열린 국회토론회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14일 열린 국회토론회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 쿠팡, 이미지처럼 좋은 기업인가?

이날 토론회에는 권영국 대책위원회 대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지회장, 강민욱 전국택배노조 쿠팡준비위원장, 위대한 라이더유니온지부 쿠팡이츠협의회장, 양경규 녹색정의당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우선 쿠팡의 노무관리 부분에 대한 지적으로 토론이 시작됐다.

권영국 대책위원회 대표는 최근 불거진 블랙리스트를 언급하며 “쿠팡의 노무관리는 상당히 비인간적이고 가려진 게 많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실상은 노동법을 계속적으로 이탈하는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향후 플랫폼을 근거로 한 노동에 대해 어떻게 견제를 해 나가야 할지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귀연 노동권연구소장은 쿠팡에 대해 “어떻게 최대한 노동자를 짜내면서 좋은 기업 이미지를 안겨줄지에 대한 전략을 짜는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또,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지회장은 “기존의 쿠팡은 쿠팡맨을 포함해 직원을 직접고용 했으나 주 52시간 노동시간제한 적용 등으로 인해 인원관리의 어려움을 느끼고 현재는 간접고용의 형태로 변화했다”며 “이후 노동법에 적용되지 않는 애매한 경계를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라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쿠팡의 노동 환경에 대해 질타를 이어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양경규 녹색정의당 국회의원은 쿠팡을 ‘노동자를 갈아 넣어 전진하는 기계’에 빗대 표현하며 50년 전에나 있던 관행이 재발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기만을 멈춰야한다”고 말했다.

14일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정성용 지회장이 발언하는 모습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14일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정성용 지회장이 발언하는 모습.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 택배 노동자 ‘클렌징 제도’ 무서워 부당한 요구 거부 못해…

토론회에서는 쿠팡의 노무관련 문제뿐만 아니라 택배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불합리한 처우에 대한 부분에 대한 부분도 비중있게 다뤄졌다.

강민욱 전국택배노조 쿠팡준비위원장은 쿠팡의 클렌징 제도를 심각한 문제점으로 꼽았다. 클렌징 제도는 쿠팡이 대리점과 구역을 보장하지 않는 계약서를 체결해 구역을 가변적으로 만든 뒤 각종 서비스 평가기준(수행률, 명절 배송율 등)을 근거로 마음대로 구역을 회수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강 위원장은 “쿠팡은 대리점에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구역을 제공했고, 책임구역이라 칭하며 수행이 잘 이뤄질 경우 대리점에 보상을 하는 형태를 만들어 대리점 또한 노동자에게 더 요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택배 노동자들이 쿠팡이 요구하는 회전율을 맞추기 위해 택배 수령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전화해 “시간 내로 도착이 어려울 것 같은데 늦게라도 꼭 전달하겠다”며 우선적으로 ‘택배 수령 완료’ 버튼을 눌러 달라 부탁하는 상황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쿠팡 택배노동자들은 클렌징이 두려워 대리점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택배노동자가 부당함을 호소하더라도 쿠팡 측은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며, 수행률이 맞지 않으면 대리점의 구역을 회수할 뿐”이라는 답변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례로 쿠팡 택배노동자 A씨는 1년 6개월 동안 야간 주 6일을 빠짐없이 일했는데 1일의 공백이 발생됐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 이튿날 일정표에 해당 구역 관할 업체가 변경된 것은 물론, 대리점도 해당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등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위클리서울/(사진=연합뉴스)
ⓒ위클리서울/(사진=연합뉴스)

■ “쿠팡, 도로 위 범법자를 양성 중“

이뿐만이 아니다. 쿠팡 측이 보험을 가입하지 않아도 배달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 '보험사기'를 유발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위대한 라이더유니온지부 쿠팡이츠협의회장은 “쿠팡의 가장 큰 문제는 도로 위 ‘범법자’를 양성하고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배달일을 하기 위해서는 유상운송보험을 가입해야 하는데, 쿠팡이츠는 보험을 가입하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사고 시에 쿠팡이츠 파트너는 보호 받을 수 있는 제도가 거의 없다는 것. 즉, 쿠팡이 ‘보험사기’를 유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위 협회장은 “쿠팡이츠 플러스라는 3PL을 만들어 지사장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업무의 결정권을 본사가 가지고 있어 불법 하도급 의심이 들게끔 운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 위 협의회장은 쿠팡과 51차례에 걸친 교섭을 했음에도 쿠팡은 “확인해보겠다, 고려중이다” 등으로 상황을 넘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퀵플렉서나, 쿠팡이츠 플러스나 다를게 없다. 일거리를 잃지 않기 위해 라이더들이 신호위반을 하고 과속을 하는 등 위험한 환경에 처해 있다”며 “일하기 좋은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