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여린 등을 어루만지며 불러주시던 외할머니의 자장가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을 때부터 어둑…어둑 처마 밑으로 저녁 긴 그림자가 드리워지면겁이 무지 많던 아이는 작은 손으로 성냥개비를 움켜쥐고탁‥탁…탁……하얀 심지에 불을 밝혔습니다.그리고 불혹을 훌쩍 넘겨버린 지금, 그…그리움에 불을 밝힙니다.눈꽃 하얗게 흩날리는 날이면 더욱 선명하게 그립습니다.
겉 희고 속 벌건... 호,호,호~박이닷!
도시의 저녁,어스름이 내리면온 하늘에맘몬 교회의 십자가가 서로 다투듯 황홀하다.시골,종각이 보이는 이 작은 예배당,남루한 옷을 걸친 예수 그리스도님이 계실 것 같다.이 십자가, 황홀하진 않다.
사진=이정
저 파랗게 깊어가는 하늘이, 몸뚱이 벌겋게 불태우는 자연이,그저 한없이 부러울 뿐인 요즘…
이전투구(泥田鬪狗)가 아닙니다. 이전유구(泥田唯狗)입니다. 진흙난장판에 보이는 건 개뿐입니다. 오로지 개판입니다. 죄 없는 `진짜` 개들이 무색해할 지경입니다. 그런 난장판에 자기 이름 좀 올리지 말아달라고 애원이라도 할 듯합니다. 미안합니다, 개님들!! 아직 채 수확하지 않은 작물들이 있는데 서리가 내립니다. 하긴 상강(霜降)도 지났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계절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서리 내린 배춧잎에 찬 햇살이 드리웁니다. 춥습니다. 그저 안으로 안으로 움츠러들기만 하는, 아니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혹독한 야만의 계절입니다
농부의 손길이 바쁩니다. 풍년입니다. 덕분에 내다파는 작물의 값은 떨어졌지만 기분 좋기만 한 요즘입니다. 입동이 지나면 본격적인 김장철로 접어듭니다. 배추와 무는 그날만을 기다리며 튼실하게 몸집을 불려가고 있습니다. 논에서 가져온 짚으로 배추 몸통을 묶어주는 농부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납니다. 배추 속을 헤집은 손엔 연두색 벌레가 꿈틀거립니다. 배추벌레는 추워진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마지막 먹이 챙기기에 바쁩니다. 배추밭 언저리 감나무에는 황금색 축제가 한창입니다. 이파리 흩날려 떨어지는 사이로 속살이 주렁주렁 야릇한 빛을 뿜어냅니다
경기도 이천과 양평, 여주의 경계에 파사성이 있습니다. 치열한 세력 다툼과 정복전쟁이 한창이던 삼국시대 신라에 의해 축조된 유서 깊은 성이라고 하더군요. 파사성을 휘감고 도는 강이 남한강입니다. 파사성이 있는 파사산 바로 아래에 서울과 경기, 강원과 경상도를 잇는 이포나루가 있었습니다. 뱃사공들과 상인들의 쉼터요, 정거장이기도 했지요. 흔적도 없이 사라진 나루자리, 지금은 4대강 사업으로 탄생한 이포보가 기괴한 모습으로 들어앉아 뭇 생명들의 숨통을 옥죄입니다. 사진은 파사성 바로 아래 자그마한 산골마을에서 만난 아주 오래된 어느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