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 책 한 권을 이렇게 오래 읽어보긴 처음이다.일단 잡았다 하면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삼 일정도면 책 한 권을 읽는다. 재미있는 책일수록 읽는 시간이 짧게 걸린다. 읽다가 재미없으면 나중에 읽어야지.. 하다가 잊어버린다. 그런 내가, 반수연 작가의 에세이 를 2주일에 걸쳐 읽었다. 그녀가 2021년에 쓴 이라는 소설을 누구보다 재미있게 읽었던 나였기에 이번 책 또한 기대가 컸다. 그런데 왜 책 한 권 읽는데 2주일이나 걸렸냐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이렇다.“책을 읽을 시간이 도
[위클리서울=정민기 기자]아직 닿지 않은 나의 목소리튀르키예 동부 끝을 함께 여행했던 중국인 여자애 단은 재빠르게 국경으로 떠났다. 튀르키예에 머물 수 있는 비자가 딱 하루 남았기 때문에 서둘러 다른 국가로 빠져 나가야 한다는 이유였다. 비자 기간을 초과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몰랐지만, 단은 서둘러 떠났던 것 같다. 추정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녀와 나누었던 마지막 인사가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단을 처음 봤을 때의 인상과, 함께 걸으며 했던 이야기는 또렷이 생각나는데, 마지막이 기억나지 않는다. 숙소에서 헤어졌었나,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빗속에서 노래하는 그 시절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영화사에 길이 남은 무수한 영화들이 몽타주로 삽입된다. 일일이 나열하기엔 너무 많으니,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영화 1001편 목록을 검색해서 보는 편이 낫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길게 삽입된 영화는 다. 희대의 스타 진 켈리가 감독과 주연으로 활약한 불후의 명작이다. 잭 콘래드를 연기한 브래드 피트가 우비를 입고 노래하는 패러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한 마디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최고의
[위클리서울=김일경 기자] 중학생 때였는지, 고등학생 때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영어교과서에서 처음 접한 이 글귀는 미국 속담이다. 학창시절이 아득하고도 먼 옛날이라 영어로 된 문장은 잊어버려서 번역기를 돌렸더니 이렇게 나온다. ‘Don’t look a gift horse in the mouth.’비록 영어 문장은 잊어버렸지만 아직도 이 글귀가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이유는 동물의 입속을 들추어서 그 속을 들여다본다는 것이 굉장히 해괴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동물을 선물로 주고받는다는 것도 낯선 이야기였다. 간혹 집에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이 책은 일회용품, 재활용, 분리배출, 업사이클링, 쓰레기 종량제 등을 주제로 나부터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에 대해 어린이 눈높이에서 알려준다. 어린이들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어떻게 되는지, 왜 쓰레기를 줄여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왜 일회용품을 쓰면 안 되는지, 왜 소비를 줄여야 하는지, 분리배출을 잘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음식물 때문에 왜 기후가 변하는지 등 어린이가 꼭 알아야 할 제로웨이스트에 대해 37가지 질문과 답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지난 1월 30일을 기점으로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에서 해방됐다. 정부는 1단계 의무 조정 시행으로 실외에 이어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환자 발생이 3주째 감소하고 있고 위중증‧사망자 수 또한 감소되고 있다는 것이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에 대한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라라랜드를 좋아하시나요한국인들이 유독 사랑하는 영화가 있다. 좋아하는 영화를 묻거나, 영화 동아리 지원서를 받아보면 열에 다섯은 꼭 나온다. 친구들끼리 이 영화 얘기가 또 나오면 ‘또또랜드'라고 장난스럽게 부를 정도다. 여기서 예상한 이도 있겠지만, 정답은 다. 데이미언 셔젤이 연출하고,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이 주연을 맡았다. 쨍한 색감의 아름다운 미장센, 다양하게 변주되며 귀를 사로잡는 선율, 꿈을 좇는 청춘의 사랑 이야기까지 관객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을 몽땅 조합했다. 덕분에 세
[위클리서울=정민기 기자]아니, 아니어느 순간, 나는 와보리라고 상상하지도 않았던 거대한 고대 도시의 유적을 걷고 있었다. 무려 1000년 전에 세워진 도시였고, 멸망한 지 700년이 지난 도시였다. 안쪽에 있는 건물들은 대부분 부서져 있었지만, 도시의 넓은 터를 가늠하게 하는 무너진 건물들이 비교적 군데군데 남아 있어, 원래 이 도시가 어느 정도 규모였는지를 상상할 수 있었다. 왁자지껄하게 드나들었을 수많은 사람들을 상상했다. 내가 걷고 있는 이 도시의 이름은 아니(Ani)였다. 영어를 병기하지 않으면 헷갈리기 딱 좋은 이름을 가
[위클리서울=김은진 기자] 나는 그동안 많은 요리책을 보면서 다양한 레시피를 접해왔다. 하지만 사실 내가 가장 많이 수집한 레시피는 사실 우리 어머니의 레시피다. 내가 가장 잘 아는 맛이고 좋아하는 맛이고 또 나도 집에서 재현해 볼 수 있는 맛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점에서 큰 이득을 보고 있다. 그날 어머니가 해 주신 어떤 반찬이나 요리가 맛있으면 바로 바로 만드는 법을 여쭤봐서 꾸준히 기록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만의 요리 노트에는 무엇보다 우리 엄마의 레시피가 가득하다.문득 기억나는 일화가
[위클리서울=정민기 기자] 어떤 시인을 제일 좋아해?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때로 난감해지는데, 특정한 시인을 이를테면 소위 ‘덕질’을 할 만큼 좋아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시집을 펴서 읽는다. 몇몇 시가 좋을 수도 있고 전반적으로 다 좋을 수도 있지만, 시집에 수록된 모든 시가 좋기는 힘들다. 간혹 그런 신비로운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물론 흔한 일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별로였던 시집에서 잊을 수 없을 만큼 좋은 시를 만나기도 하고, 괜히 좋아했던 시인의 새 시집을 읽었는데 도무지 별로일 때도 있다. 그러니까, 특정한 시
[위클리서울=정민기 기자] 반 떠나기터키 최동단의 도시 반(van)에서 진과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생각했다. 반에서 여행을 함께 했던 지크란은 그 도시에서 쳐야할 시험을 끝마치고 돌아갔다. 특수장애 학생들을 돕는 일종의 임용고사라고 했는데, 지크란은 맨처음에는 자신의 미래를 걸고 보는 시험에 퍽 긴장한 눈치였지만, 시험을 보고 나서는 헛헛해했다. 시험이 채 5분도 되지 않았다며 지크란은 어이없이 웃었다. 이러려면 이 먼 곳까지 나를 불렀을 필요가 있을까. 지크란은 우리에게 물었고, 그래도 우리를 만나서 즐거웠지 않았냐고 하던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해볼까 한다. 추운 겨울이다. 겨울철 실내 활동이 늘면 비밀로 전파되는 특성을 가진 코로나19는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다. 호흡기 질환인 다른 독감 인플루엔자, 비염, 감기 등도 함께 덤빈다. 첩첩산중이다. 신년 들어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또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전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망망대해를 함께 헤쳐 나갈 동료를 찾다룸메이트인 J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지난 편에 쓴 것처럼, 그녀가 살아온 단편적인 이야기를 듣는 잠시 동안에도 어떤 주인공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느낌이 들었다. 키가 작고 동그란 큰 눈을 지닌 그녀가 씩씩하게 자신의 길을 헤쳐나오는 모습을 즐겁게 상상했다. 보통 자전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을 땐 상대를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하고 부담을 주거나 거만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일부러는 아니고,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쉽게 심취하게 돼서 그렇다. 이렇게 낯선 영화제에 올 때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 두 달 전부터 잡지사에서 일을 하게 됐다. 그곳에서 내가 처음으로 맡게 된 꼭지는, 동네의 ‘작은 책방’을 찾아가 소개하는 글을 쓰는 것. 내가 사는 곳이 수원인지라 가까운 곳부터 찾다보니 이라는 독특한 책방을 알게 됐다.수원의 구시가지에 자리한 낡은 벽돌 건물의 2층 계단을 오르면 아기자기한 소품과 사진들로 꾸며진 복도가 나오고 그곳에 네 개의 초록색 문이 놓여 있었다. 마치, 허버트 조지 웰스의 소설 앞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그중에 제일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204호 문을 열고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대유행이 끝났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인해 중증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을 우려하며 말했다. 중국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위클리서울=김일경 기자] 방학을 맞아 집에서 하릴없이 뒹굴 거리던 딸아이가 어느 날 뜬금없이 한 마디 던진다.“엄마, 외할머니 뵈러 안 가?”여느 대학생들처럼 알바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을 만나러 바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공 학업에 매진하는 것 같지도 않고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내는 것이 내심 한심해 보였는데 가끔은 저렇게 입바른 소리를 툭 던질 때는 나보다 낫구나 싶기도 하다.엄마를 면회하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자가진단키트를 준비해 가서 검사를 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번거로움이 있다. 물론 요양원에
[위클리서울=정민기 기자] 오마르의 폭스바겐오마르의 폭스바겐은 결국 우리 앞에 섰다. 반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호기롭게 진과 나와 지크란을 태우고 호수와 도시를 둘러보게 해주겠다던 오마르는, 우리의 연락에 못 나가겠다는 투로 대답했다. 그는 정 필요하면 자기 대신 친구 한 명을 보낼 수 있다는 말을 전했다. 진과 내가 전해주는 오마르의 태도에 화가 났는지, 지크란은 그 자리에서 당장 오마르에게 전화를 걸었다. 둘도 버스에서 처음 만난 사이였는데도 지크란은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전화로 오마르에게 퍼부었다. 어떻게 약속을 이런
[위클리서울=김은진 기자] 지난해 나는 많은 옷을 샀다. 솔직히 말하면 그 옷들은 그저 내 옷장에서 적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직 정리는 제대로 안 되어 있다. 그 어정쩡한 상태의 옷장은 이제 막 ‘패션 생활’이라는 것을 시작한 내가 옷들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막상 옷을 잘 입으려고 하니 어떤 옷이 필요한지, 어떤 옷을 좋아하는지, 어떤 옷이 어울리는지, 이 옷은 어떻게 빨아야 하는지, 어떻게 넣어두어야 편한지 등등 그야말로 생각해야 할 것 투성이었다. ‘어쩜 세상에 쉬운 게 단 하나도 없지?!’라는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신문, 텔레비전, 광고, 영화,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미디어에 관한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미디어의 역사, 미디어의 개념, 미디어의 활용법에 대해 쉽게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인간이 최초로 사용한 미디어인 말로부터 시작해 트위터, 페이스북, 유트브 등 사회적 미디어까지 미디어에 대한 인문학적인 내용을 청소년 눈높이에서 담았다. 방송과 신문의 소수자를 위한 사회적 역할, 광고의 이미지에 대한 이해, 예술과 미디어의 만남인 영화 바로보기, 인터넷과 사회적 미디어의 올바른 사용, 미디어의 미래 등의 주제
[위클리서울=정민기 기자] 한 번도 문학평론가 신형철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그에 대해서라면 추억할 거리가 많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는 요즘처럼 추운 겨울이었다. 대학교 기숙사 벤치에서 떨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고, 으레 그렇게 술에 취해도 괜찮은 날이 이어졌다. 이제는 그럴 자격을 얻었다는 듯 삼삼오오 모여 앉아 삶에 대해 꼭 한마디 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없다는 듯 우리는 연애나 진로에 대한 비교적 작은 고민부터, 배우고 있는 교과목이나 사회에 대한 무거운 질문까지 끊이지 않고 서로에게 묻고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