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정사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어머니의 처음 매질에 놀라 자빠질 것만 같은 
어린아이의 동그란 눈 마냥  
그런 달과 거기서 흘러나오는 영롱한 눈물 같은 빛 
두 개의 육신은 쑥스러웠답니다
하이얀 몸뚱아리가 벌겋게 보이는 게 
그 달빛 때문이라고요
아니랍니다
반드시 그런 것만은
두 개의 육신은 성스런 의식을 치르고 있었던 게지요
열반에 들었던 게지요
물론 희열에 찬 환희도 있었답니다
바로 몇 발자욱만 가면 넘쳐 나올 듯 용솟음쳐대는 
들끓는 파도소리도 차마 감출 수 없게
그들이 열반에 들었을 때 세상은 온통 축복이었지요
둘러싸고 있던 소나무들도 
달밤의 정사가 부러워 울던 짝 잃은 부엉이도
심지어는 하이얀 육신에 녹을 듯 부셔졌던
달의 눈물까지도 
그 순간 
그러니까
그 순간만큼은 축복을 해주었답니다
소년은 벙어리가 됐지요
소녀는 신이 됐답니다
그리고 다시 달밤의 정사는 없었지요
소년의 머릿속을 제외하곤요
영원히……

 

한가위의 육전

하얀 육신들이 뒤엉킨 무희. 그건 환락이 아니었다. 추석 한가위의 대보름 달은 휘엉청 떠 있는데. 우스운 일이었다. 누가 봤어도, 누가 들었어도, 우스운 일이었다. 봉긋한 두 개의 무덤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배암의 차디찬 몸뚱아리 같은 혓바닥도 정도는 느꼈던 모양이다. 어쨌든 밑에 깔렸다는 것보다도 오히려 어리숙한 남자의 그것을 깔고 열정에 찬 신음을 흘리며, 바리공주가 지노귀새남을 하듯 바르작 대는 하얀 소녀의 몸뚱아리는, 하지만 보름달의 은광을 받아 그지없이 아름다웠다. 

준오는 생각했다. 이건 천왕(天王)의 사랑이라고. 욕계(欲界)와 색계(色界)를 관장하는 하늘의 왕이 집전하는 거룩한 의식이라고. 준오는 감사했다. 자신의 처음을 그처럼 황홀하게 치를 수 있게 해준 모든 것들에. 달님도, 그들의 밑에 깔려 역시 난생 처음 색다른 곤욕을 경험해 볼 지푸라기 더미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 그지없이 하이얀 육신을 마치 잘 단련된 조련사같이 놀려대면서 그를 만물의 오르가즘 속으로 끌어넣는, 그녀에게 감사했다. 그녀는 뜨거웠다. 처음인 그가 마치 그 사실을 잊게라도 하려는 듯. 숲 속엔 달빛만이 은은했다. 그리곤 천상천하 두 개의 육신만이 춤을 추고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는지 준오는 차마 느끼지 못했다. 입술을 깨물며 솔가지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닷바람에 귀기울이고자 했던 것은 미련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순간을 지속시키고 싶은. 그는 생채기가 나도록 혓바닥을 깨물었다. 부엉이가 울어댔다. 뻐꾸기도 달밤의 의식을 축복하고 있었다. 소녀의 몸에서는 은은한 진동이 전해졌다. 온 달빛을 한 몸에 받기라도 하려는 듯이 그녀의 몸은 활처럼 휘어졌다. 초승달. 준오는 생각했다. 그건 초승달이라고. 알지 못할 한을 잔뜩 품고 새벽 이른 이슬에 젖은 눈을 파르르 떨며 한껏 시위를 당긴, 그래서 그 안의 모든 것을 튕겨 내고야 말려는 초승달. 단순히 한, 이라고 하기에 그건 너무 서글펐다. 그녀의 몸짓은 마치 열반에 달하는 수도승이 토해내는 마지막 이승에서의 신음소리, 그리고 몸짓과도 같은 것이었다. 몸이 몇차례 부르르 부르르 진동을 일으키더니 갑자기 폭소가 터져 나왔다. 뻐꾸기가 다시 막 울려고 하던 찰라였다. 그 웃음은 분명 그녀, 하얀 몸뚱아리에 달빛을 실은 끈적한 욕정을 잔뜩 바른 채 토해내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분명했건만 다른 곳에서 다른 이물질에 의해 흘러나오는 소리 같았다.

그 웃음은 계속 이어졌다. 아직도 그녀는 하늘에 있는 상태였고 그녀의 몸에서는 그의 것인지 그녀의 것인지 모를 액체가 뚝뚝, 긴 꼬리를 이으며 떨어지고 있었다. 혀가 얼얼했다. 상처가 난 모양이었다. 자지러지던 웃음이 계속되었다. 준오는 그 이유를 소녀가 쑥스러웠기 때문이라고, 후에 생각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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