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록의 풍경이 있는 여행> 사량도의 가을 속으로

 

살포시 가을이 찾아왔다. 생체리듬이 가장 좋은 이맘때, 통영에 딸린 섬, 사량도로 간다. 가을 분위기를 만끽하는데 섬은 최적지다. 사량도의 옛 이름은 박도였다. 윗섬을 상박도(上樸島), 아랫섬을 하박도(下樸島)라 했다. 그러다가 어사 박문수가 고성군 하일면에 있는 문수암에서 이 섬을 바라보니 섬 두 개가 짝짓기 직전의 뱀처럼 생겨서 사량도(蛇梁島)란 새 이름을 지어줬다고 전한다.

 

▲ 사량여객선터미널이 있는 진촌마을

 

색채가 다른 상도와 하도

사량도는 상도(윗섬)와 하도(아랫섬)로 나뉘어 있다. 2개의 큰 섬 중 위쪽에 있는 상도는 해안이 길쭉하게 돌출되어 멀리서 보면 뱀이 꿈틀대며 지나가는 형상이다. 섬의 대부분이 산지로 이뤄져 있으며 지리산(398m)과 불모산(399m)을 거쳐 옥녀봉(304m)까지 능선이 길게 이어져 있다. 상도와 마주한 하도는 아랫섬 또는 남사량도라고도 하는데 주민들은 거개가 상도에 모여 산다. 면사무소, 학교, 식당, 우체국, 파출소 등 편의시설도 상도에 집중돼 있다. 상도와 하도 사이로는 동강(桐江)이 흐르고 있다. 동강은 두 섬 사이 1.5km의 해협으로, 오동나무처럼 푸르고 강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사량도를 일주하는 도로
▲ 사량도와 가오치를 오가는 여객선

 

통영 가오치항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40분만에 상도 사량터미널에 손님들을 내려놓는다. 사량도를 찾는 사람들은 거개가 등산객이거나 낚시꾼들이다. 사량도는 자동차를 배에 싣고 들어갈 수 있다. 본격적인 섬 탐방에 앞서 사량면사무소 옆에 있는 최영 장군 사당에 들러본다. 고려 말기 명장이자 충신인 최영 장군(1316-1388)을 추모하기 위한 사당으로 장군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충남 홍성군 홍북면 노은리에서 태어난 최영 장군은 이곳 사량도에 진을 치고 왜구를 크게 무찔렀다.

 

▲ 상도에 있는 최영장군 사당
▲ 최영장군 사당 옆에 서 있는 팽나무

 

동쪽 섬길로 간다. 사량도를 둘러보는 방법은 세 가지. 해안길을 따라 두 발로 직접 걷거나 자동차로 해안 드라이브를 즐겨도 되고, 마을버스를 타고 중간 중간에 내려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좋다. 섬을 일주하는 해안도로는 길이가 17km 정도로 한 바퀴 돌아보는 데 30분에서 1시간이면 충분하다. 마을버스는 배 시간에 맞춰 금평~돈지 간을 운행한다. 어촌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해 낚시나 조개 캐기 등을 즐기며 보내는 일정도 권할 만하다.

사량면사무소와 사량초등학교를 지나면 이내 대항해변이 나타난다. 오목한 모양의 대항해수욕장은 사량도에 있는 유일한 해수욕장으로 모래 질이 곱고 수심이 낮아 여름철 피서지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몇몇 아이들이 모래성을 쌓으며 놀고 있는 백사장 한쪽에는 몇 척의 어선이 정박해 있다.

 

▲ 상도에 있는 사량초등학교

지리산 능선의 아름다움

대항해변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껑충하게 솟은 옥녀봉과 가마봉이 호령하는 듯하다. 옥녀봉과 가마봉은 월암봉-불모산(달바위)을 거쳐 한국 100대 명산인 지리산으로 이어진다. 사량도 지리산은 내륙의 지리산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워 산 마니아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산은 온통 바위로 이루어져 바위마다 이름이 붙을 정도이다. 흔들바위, 평바위, 달바위, 촛대바위, 톱바위, 탄금바위…. 지리산의 원래 이름은 지리망산이었다. 쾌청한 날, 이 산에 오르면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까지 눈에 들어온다고 해서 지리망산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망’자를 빼고 그냥 지리산으로 부른다. 이 산을 여러 번 다녀온 이들은 설악산의 용아장성을 축소해 놓은듯 하다고 말한다.

 

▲ 대항마을 전경
▲ 대항해수욕장 뒤로 솟은 가마봉

 

등산 기점은 대항마을을 비롯해 돈지마을, 내지마을, 옥동마을에서 오를 수 있는데 지리산 바위 능선길을 따라 월암봉-가마봉-연지봉-옥녀봉-진촌마을로 내려오는데 2시간(4km)-4시간(8km) 정도 걸린다. 낙타의 등 같은 4개의 봉우리를 타고 넘으며 펼쳐지는 한려해상의 풍광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거리다.

옥녀봉에서 바라보는 동강의 아름다운 풍경은 또 어떤가. 한편, 옥녀봉 봉우리에는 자연적으로 생성된 신비의 약사여래불이 새겨져 있다.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건너로는 하도의 칠현봉이 우뚝하다. 섬에서 하루 머물 계획이라면 이른 아침 옥녀봉에 올라 일출을 보도록 하자. 일출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 한 장 찍는 것도 잊지 말 일이다.

 

▲ 돈지포구와 지리산 능선

조망이 뛰어난 지리산

산길은 험준한 편이다. 그래도 발아래 펼쳐지는 다도해의 풍광을 즐기며 쉬엄쉬엄 오르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바윗길 곳곳에 철사다리, 수직로프 사다리, 밧줄 같은 안전시설이 잘 설치돼 있어 초보자도 무리 없이 오르내릴 수 있다. 불모산 정상인 달바위(400m)는 사량도를 대표하는 가장 높은 봉우리다. 달바위에 올라서면 한려수도의 바다 풍광은 더 웅장하게 다가온다. 여기저기 조업을 하는 어선들과 대항포구의 둥근 해안선, 하얗게 떠있는 양식장 부이들, 포구를 지켜주는 방파제 등등 보이는 것 모두가 한 폭의 그림이고 사진 작품이다. 지리산의 여러 코스 중 돈지마을~지리산 정상~촛대바위~불모산~메주봉~가마봉~향봉(탄금바위)~옥녀봉~금평항 코스는 가장 길면서도 사량도의 진짜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코스다.

 

▲ 사량도 앞바다의 양식장
▲ 옥동에서 본 옥녀봉

 

섬 서쪽의 돈지마을은 아담한 포구를 끼고 있다. 돈지분교 왼쪽으로 지리산 등산길이 시작된다. 산길 초입부터 가파른 비탈길이다. 20분쯤 오르면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면서 진한 코발트블루 빛깔의 바다가 가슴 가득 안긴다.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바다 한가운데에 볼록 솟은 섬 하나. 모양이 소를 닮고 나무가 많다는 수우도(樹牛島)다. 그 옆으로 이순신 장군이 대나무 화살을 얻었다는 대섬(죽도)이 보인다. 그 모양이 작은 왕관처럼 생겼다. 그렇게 바다와 섬을 친구삼아 1시간쯤 허위허위 올라가면 지리산 정상에 닿게 된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네 코스로 나뉜다. 섬 북쪽인 내지항으로 하산하거나 서쪽인 성자암-옥동마을 코스, 그리고 옥녀봉을 거쳐 진촌마을로 내려가는 코스다. 내지항은 삼천포항에서 온 배가 하루 한차례 닿는다.

 

▲ 하도(아랫섬)의 백학포구

하도에 솟아 있는 칠현산

상도를 둘러보고 하도(아랫섬 또는 남사량도)로 건너간다. 상도보다 크지만 오히려 덜 번잡하다. 슈퍼와 분교 두 곳, 몇몇 식당을 빼고는 편의시설도 거의 없다. 하도를 찾는 사람들은 거개가 이 섬에 불끈 솟은 칠현산(349미터) 등산객들이다. 칠현산 말고도 망봉, 대곡산 같은 봉우리가 솟아 있지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칠현산은 상도의 지리산처럼 험하지 않다. 등산로를 잘 정비해 두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봉수대와 몇 개의 봉우리를 지나 정상에 오르면 상도의 지리산에서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비롯해 저 멀리 한산도와 고성까지 바라보인다. 정상에는 산 이름이 적힌 기념비가 서 있다.

 

▲ 하도의 읍포포구에 정박한 어선

 

하산은 가파른 비탈길과 봉우리를 지나 덕동마을이나 읍포로 내려오면 된다. 서쪽 능선을 타고 읍덕초등학교로 하산하는 길도 있다. 산행 코스: 덕동 여객선대합실~암자~안부~칠선대~칠현산~망봉~마당바위~용두봉~약수터~읍포초등학교. 하도는 섬길이 단순하다. 여객선터미널이 있는 덕동에서 출발해 읍포를 지나 백학-송림포-통포까지는 10분이면 갈 수 있다. 양지분교가 있는 백학에서 능양-외지-작은개-읍포로 가는 길도 뚫려 있지만 길이 좀 험한 편이다. 백학에서 가파른 산길을 따라 외인금-엿통개-큰먹방-작은먹방-작살금-덕동으로 도는 섬길은 해안 경치가 무척 아름답다. 덕동-읍포-외지-능양-백학을 왕복하는 마을버스도 하루 4회 운행한다.

<수필가/ 여행작가>

 

 

여행팁(지역번호 055)

☞가는 길=경부고속도로 비룡분기점-통영대전고속도로 동고성 나들목-1009번 지방도(고성 방면 우회전)-14번국도(통영 방면 좌회전)-도산 삼거리(우회전)-77번국도-가오치항(사량도여객선터미널). 가오치여객터미널(647-0147)에서 오전 7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는 사량호를 타고 윗섬으로 들어간다. 윗섬에 한차례 정박한 뒤 아랫섬으로 향한다. 소요시간 40-50분. 사량도에서 가오치항으로 나오는 여객선은 오전8시부터 오후6시까지 2시간 간격으로 있다. 시기별 운항시간이 다르므로 출발 전 확인 필수. 이외에도 삼천포항(일신해운 832-5033)과 고성 용암포 선착장(673-0529)에서도 카페리가 운항한다. 현지교통: 상도 금평항에서 배 시각(하루 6차례)에 맞춰 섬을 도는 마을버스가 운행한다. 사량도 선착장에서도 지리산 등반의 기점이 되는 내지마을 혹은 돈지마을로 가는 버스가 있다. 통영 문화관광 홈페이지(http://www.utour.go.kr) 참조. 사량면사무소(650-3620)

☞맛집=윗섬 진촌마을과 금평, 돈지, 옥동 쪽에 횟집이 많다. 미화식당(648-7006), 사금식당(642-7162), 신형제횟집(643-3876), 자연산횟집(641-7588) 등

☞숙박=섬내에 있는 민박집, 펜션을 이용한다. 사랑채펜션(010-7633-9402), 아일랜드펜션(010-4847-1501), 파라다이스펜션(644-1454) 등. 사량도펜션넷(www.saryang.net) 참조.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