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질문조차 하지 못하는’ 청와대 기자단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 얼마 전 프레스센터에서 언론단체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향해 ‘대통령에게 질문하라’ ‘질문하지 않는 청와대 출입기자는 언론책무 방기행위’라고 얘기했다. 청와대 기자회견장인 춘추관은 공자가 쓴 역사서 ‘춘추(春秋)’에서 딴 것이다. 춘추란 곧 시대(時代)다. 저널리스트는 시대적 사관(史觀)을 다루는 사람이다. 얼마 전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성명 95초 녹화에서도 기자들은 들러리만 섰다. 대통령 생방송 연설을 할 때는 노트북도 없이 취재하다가 이번에는 노트북을 놓고 치는 시늉을 했다. 한심한 것은 방송이 끝나고 박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가서 뭐라고 말하니까 다들 화들짝 놀라는 것이다. 지금 이런 지경이다. 어느 나라든 대통령과 국가원수가 참석한 공식석상에는 취재경험이 많은 기자의 출입이 정상적인 일이고 관례다.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도 무능통치에 독단적이었지만, 재임기간 동안에 260번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도 8년 여 동안 200번 넘는 회견을 했다. 그런데 한국 기자는 취재 필수품인 노트북조차 기자회견장에 가져오지 않는 이상한 나라다. 질문도 없다. 아무리 청와대가 허락하지 않고, 기자단의 질문계획이 없었더라도 기자라면 물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벙어리 집단이다. 수신료 받는 공영방송도 벙어리다. 언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초리가 예민한 상황에서 언론 본연의 자세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진보적 언론인 한겨레나 경향신문 등도 이런 기자단과 담합하면 안 된다. 출입불가 통보를 하고 결별해야 한다. 대통령이 연설하면 혼자 읽고 나오면 될 일인데 기자단이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이유가 뭔가. 지금 언론은 기자정신이 실종됐다. 특히 청와대 기자들이 심하다.

 

 

-촛불집회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100만의 촛불이 켜지는 등 집회가 이어지는 있는 상황에서도 야 3당의 공조는 여전히 불안해 보인다.

▲ 국민들의 뜻은 간단하다. 대통령 하야와 총리 임명이다. 그런데 야 3당 대표들이 이에 부응하지 못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너무 정치적인 계산만 하고, 국가를 망친 식물대통령과 실권자들의 눈치를 너무 보는 것 아닌가. 퇴진을 강하게 주장하면 역풍을 맞지 않을까 계산을 한 것 같다. 지금은 혁명적 상황이다. 힘을 합쳐 싸울 때다. 얼마 전 추미애 대표가 영수회담이라는 ‘덜컥 수’를 내놓아 청와대에 힘을 실어 주는 듯 했다. 국민은 다시 한숨을 쉬어야했다. 100만 촛불의 의미는 곧 95%를 대변하는 것인데, 이럴 때 야 3당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더라도 힘을 합쳐 같이 하자고 손을 내밀었어야 했다. 영수회담 제안하던 그날, 저와 함세웅 신부가 함께 민주당을 방문하기도 하고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추미애 대표단도 만나서 바로 취소하던지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에게 다시 제안을 하라고 말했다. 야당대표 세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서 퇴진요구를 하더라도 국민이 납득할만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혼자서 단독으로 일을 벌이면 되겠는가, 하고 지적했다. 추 대표도 잘못을 인정했다. 여하튼 머뭇거리던 더불어민주당이 다른 당들과 함께 박근혜 탄핵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그나마 잘한 일이다. 국민의당은 38명에 불과하지만 박지원 대표가 매우 능숙한 인물이고 정보도 빠르고 언론과의 친밀도도 높다.

 

 

-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야 3당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지금은 야 3당이 공조해 현 정권을 빨리 퇴진시켜야 한다. 2017년 차기 대선에서도 야 3당 대연합이 필요하다. 만약 정의당이나 국민의당 등에서 따로 후보자를 내세우게 될 경우, 10%라는 표가 사라진다. 그러면 야권이 승리하기 어렵다. 연립정당 형태를 구축해서 권력분점을 한 다음, 이기기 위한 전략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최대 정당이라고 해서 혼자만의 집권도 힘든 일이다. 지금은 정치인들이 눈앞의 사사로운 이익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대연합을 통해서, 일단 민주정권부터 세워놓고 폐해가 큰 제왕적 대통령제를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만 집중된 권력은 다원화 된 21세기 글로벌시대에 맞지 않다. 권력을 나누어 국가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 요즘 말하는 이원집정부제 개헌 역시 그때 해도 된다. 지금 정권이 하자는 얄팍한 개헌론에 놀아나면 안 된다.

 

 

- 검찰의 ‘박근혜 대통령=피의자’ 발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 박 대통령의 독단에 여야가 탄핵으로 가닥을 잡았다. 비박계 의원들도 탄핵찬성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저렇게 버틴다면 헌법상 물리적인 방법으로 끌어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어떤 방법이 가장 빨리 퇴진시킬 수 있는지 야 3당이 지혜를 짜내야 한다. 수능이 끝난 고등학생들이 정유라에 대한 특혜에 화가 나 있다. 이들의 불만은 화산과 같다. 국민들의 분노가 전국을 뒤덮은 상황에서 ‘엘시티 사건’이 터지자 ‘국사범’ 신분인 대통령은 오히려 법무부 장관에게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부산 지역 야당인사가 개입한 정황을 들먹였다. 관련 증거가 있다고 하지만 그만한 일로 여론 물 타기는 어렵다. 물론 엘시티 사건이 큰 사건이긴 하지만 상황적으로 격이 안 맞는다. 검사들도 분노하고 있다. 검찰도 돌아선 것 같다. 검찰은 한 때 살아있는 권력실세 우병우의 눈치를 봤지만 그도 곧 피의자가 된다. 만약 박 대통령이 하야를 하고 자연인이 된다면 바로 구속될 처지가 되고,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저지른 비리와 함께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더 이상의 버티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미 박 대통령은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 배후에서 누가 어떤 인물이 조종을 하는지는 모른다. 최후의 몸부림을 치는 상황이다. 국가는 이미 회복불능 상태다. 경제는 더 침체되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다. 젊은이들은 취업난에, 정유라 때문에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 미련한 정권이 더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만큼 속히 물러나야 한다.

 

 

-국제문제를 짚어보자. 지난 미국대선에서 한국 언론은 트럼프를 왜곡하고 힐러리를 일방적으로 보도했다.

▲ 미국 주류 언론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 등이 힐러리를 지지했다. 미국 언론은 물론 한국 언론들도 힐러리만 띄웠다. 대세를 잘못 읽었던 것이다. 미국의 바닥인심을 몰랐다. 이렇게 된 원인은 여론조사 방식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갤럽과 일부 언론사들이 여론조사를 했지만, 모두 힐러리 우세를 점쳤다. 이번 미국대선의 코드는 ‘분노(Anger)’였다. 미국 백인 저소득층 공장노동자들의 밑바닥 민심의 분노다. 이들은 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으로 피해를 입었고, 멕시코인 등 히스패닉계의 불법이민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다. 미국 서민들은 트럼프도 힐러리도 싫어했지만 결국 트럼프가 선택됐다. 힐러리는 거짓말쟁이에 감옥으로 가야한다는 여론 속에 막말은 했지만 거짓말은 안한 트럼프를 뽑았다. 문제가 많은 인물이지만 도전적인 트럼프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언론들은 미국 산업을 이끌던 북부 미시건과 오하이오 주의 공장지대가 세계화 이후 녹슬고 폐쇄된 공장지대로 변해버린 ‘러스트 벨트’(Rust Belt)’ 노동자들의 바닥민심을 몰랐다. 100대 언론 중 트럼프를 지지하는 언론은 1개에 불과했을 정도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언론에 속지 않았다. 민주주의보다 배고픈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사회복지와 경제정책을 펼치라는 강력한 요구였다.

 

 

-트럼프가 한국과 일본에서의 미군철수와 함께 핵무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사드문제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 공약한대로 미군철수와 주둔비용 문제는 미 의회와 군부가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또 한국이 핵무장을 할 경우 언제 북한이 미국에다 핵무기를 발사할지도 모른다. 사드도 핵무기를 방어하지 못한다. 아직까지 트럼프가 이끌 미국의 안보전략이 나오지 않은 만큼 내년 4월경이 되어야 윤곽이 드러난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럼프도 군사전략을 아는 인물이다. 일찍부터 트럼프의 부친은 트럼프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고등학교급인 민간군사아카데미 와튼스쿨(Watton School)에 입학시켜 강인한 군인정신과 교육을 받도록 했다. 미 육군사관학교와 차이는 있지만 미국에서는 유명한 민간군사학교다. 대학은 아이비리그 와튼스쿨을 마쳤다. 대통령이 된 트럼프의 정치적인 부분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미국 대통령에 트럼프가 새로 당선됐으니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그때 가서 해도 되는 일을 박 대통령이 무시하고 강행했다. 지금 자신의 입장이 절체절명 상태로 치달으면서 무슨 일이든 마구잡이로 터트려 밀고 가보자는 식이다. 야당이 시비 걸기를 바라고 있고 사드 배치도 롯데그룹 골프장과 부지를 바꿔치기했다. 사드는 내년에 설치될 무기이다. 식물대통령으로서 국민저항을 무시하고 밀어붙여봐야 헛일이다. 트럼프는 재벌이라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과도 모종의 암거래를 할 수 있겠지만 그는 급할 것 없는 사람이다. 반면에 박 대통령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이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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