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김민웅 교수-1회

2017년 정유년 새해에도 촛불은 여전히 어두운 세상을 밝히고 있다. 광장의 시민들은 촛불을 들었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불의한 권력에 맞섰다는 자긍심과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마음은 서로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2017년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30주년이 되는 해다. 민주사회의 도화선이 됐던 6월 항쟁은, 지난해 수천만이 응집한 촛불로 다시 타올랐다. 그 열기는 희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대통령을 탄핵소추에 이르게 했고, 관련자들을 줄줄이 법정에 세웠다. 그 뿐 아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정경유착과 수구세력 척결로 확대되고 있다.

2014년엔 수학여행 가던 꽃다운 생명들을 태운 배가 침몰했다. 304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사건. 구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고, 이를 둘러싸고 숱한 의혹들이 제기됐지만 진실은 오리무중이다. 세월호는 건져 올리지 못한 몇몇의 주검과 함께 여전히 바다 속에 있다. 이런 와중에도 대통령은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며 버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맞은 2017년은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적폐 척결’등을 외치며 본격 경쟁에 돌입했다.

 

▲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김민웅 교수

 

“촛불시민 혁명의 키포인트는 방향을 잘 잡아야 할 시점이다. 이제는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와 국민이 주인이며 권력인 민주정부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

목회자이자 언론인이며 국제문제전문가인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김민웅 교수의 얘기다.

김 교수는 “한국의 시민혁명은 거대하면서도 새로운 역동적 모습을 보여준다”며 “평화에 대한 갈망과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시도들을 강력하게 표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 “더욱이 미래세대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더 이상 권위주의에 승복하지 않고, 각 개인이 자율적인 주체가 되어 역사의 흐름을 주도해 간다는 면에서 매우 대조적”이라며 “한국의 촛불시민혁명은 국내적 차원을 넘어 세계사적 차원에서 볼 때도 지구적 변화의 중심선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얘기했다.

그는 이전 미국에 체류할 당시 목회를 하면서 미국의 대외전략과 한·미관계를 연구하기도 했다. 김민웅 교수로부터 탄핵정국과 촛불혁명, 미국의 트럼프 체제출범, 동북아 정세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얘기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1987년의 민주항쟁이 2016년 거대한 촛불로 재점화했다. 수구-민주 세력이 맞선 현 시국을 진단해본다면.

▲ 세계사적인 면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도 그렇고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나라의 지도자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인종주의적이고 배타주의적 인물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형세다. 또 국가주의적 사고가 깊기 때문에 민주주의와는 상당히 유리돼 있다. 점차 극우화 되는 유럽도 현재 그런 중심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반해서 한국의 시민혁명은 거대하면서도 새로운 역동적 모습을 보여준다. 평화에 대한 갈망과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시도들을 강력하게 표출하고 있다. 더욱이 미래세대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더 이상 권위주의에 승복하지 않고 각 개인이 자율적인 주체가 되어 역사의 흐름을 주도해 간다는 면에서 매우 대조적이다. 한국의 촛불시민혁명은 국내적 차원을 넘어 세계사적 차원에서 볼 때도 지구적 변화의 중심선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오늘날 세계가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밀려오는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인간, 새로운 의식, 새로운 정치 등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 시민들의 개혁적 요구사안들 어떻게 보는가.

▲ 이웃한 일본과 중국도 이를 매우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시민에 의한 촛불혁명과 모임이 전국단위로 형성됐다. 박근혜 퇴진을 넘어 이제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로 방향을 세우고 있다. 또 어떠한 요구들을 우리 역사 안에 투영시키고 관철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들이다. 기성 제도권 정치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무너진 상태에서 시민 스스로가 주권적 주체가 되어 무언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시민들의 구호도 초기에는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가, ‘박근혜 구속’과 ‘재벌해체’ 등으로 진화과정이 있었다. 최근에는 부패한 자들에 대한 재산몰수라는 구호까지 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부도덕한 방법으로 부를 쌓고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해버린 사람들의 물질적 토대를 해체시키는 것이 새로운 삶을 만드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각성한 것이다. 시민들의 정치사회적 의식과 역사의식이 전반적으로 매우 빠르고 넓게 변하고 있다.

 

 

- 이번 국정농단 사건은 사유화된 공권력이 민생을 파탄시킨 경우다.

▲ 그동안 국가공권력과 국가정책 등이 공공재로서의 공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기득권층이 사유화해 권력의 근본을 망가트렸다. 소수 특권층만 혜택을 누렸다. 이런 과정에서 국민들은 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매우 피폐해졌다. 인간적인 품격마저 잃게 된 비도덕적 사회가 되어 버렸다. 이런 추악한 체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든 것이 바로 촛불시민혁명이 가져다 준 놀라운 성과중 하나다. 촛불의 힘은 대통령 탄핵발의를 통과시켰고, 새누리당을 반으로 쪼갰고, 언론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냈다. 그동안 이 사회에서 침묵 당했던 많은 시민들이 무대 위로 올라섰다. 우리 사회를 누가 이 지경까지 말아 먹었는가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 한편 1000일이 넘도록 고통 받았던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목소리를 정치사회적인 힘으로 변모시켰다. 이런 면에서 우린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무리 현실이 힘들더라도 시민들은 이를 끊임없이 극복하고 시민혁명을 이룰 수 있다는 자긍심을 얻은 것이다.

 

 

- 정경유착의 중심에 언론도 있다는 지적이다.

▲ 지금의 MBC와 KBS 등의 몰골을 보라. 얼마나 망가졌는가. 공영방송이라는 공공재가 무너지고 망가졌다. 이를 복구하는 문제도 대단히 중요하다. 언론 내부의 인적청산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져야 민주주의가 회복된다. 지금까지 재벌들은 힘없는 노동자의 고혈을 빨며 성장해왔다. 노동자를 착취해 배를 불리며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도 정경유착을 통해 정치권에 거대한 비자금을 갖다 바치는 사이 노동자들은 고통만 당했다. 이제 정말로 시민교육이 중요하다. 역사교육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민주교육과 역사교육 이 두 가지만 제대로 이루어져도 우리 사회는 엄청나게 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려는 정부는 전교조마저 법외노조로 묶어 놓았다. 역사는 한 나라의 영혼이다.

 

 

- 적폐적 사회를 만든 한국교육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 몇 십 년 동안 한국의 교육은 경쟁만을 강요했다. 달달 외우고 지식위주의 문제풀이에만 집중했다. 1, 2등 성적순으로 아이들을 차별했다. 국가를 이끄는 엘리트도 이렇게 해서 길러졌다. 가치에 대한 사고가 없는 자들이 국가의 지도층이 되었다. 이제 이래서는 안 된다. 진정한 교육의 탁월성은 교육을 제대로 잘 받아서 그 사회에 얼마나 가치적이고 창조적인 역할을 하는가에 있다. ‘우병우’ 케이스만 보더라도 우리 교육의 병폐가 입증된다. 한국사회는 사법고시에 합격만 하면 공부를 아주 잘하는 사람으로 부러워한다. 인간은 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자들이 과연 한국사회에 큰 역할을 했는가. 사회적 공로는 없고 오로지 뜯어 먹는데 급급했다. 약자들을 괴롭히고 방해하며 가로챘다. 이제 정의에 대한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 앞으로는 한국사회를 변화시킬 도덕심이 높고 역량이 높은 인사들이 많아져야 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이 강한 인물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전 지구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때다. 오늘날 세상은 한 국가에만 머물지 않는 글로벌시대다. 인류가 함께 공영하는 무한의 경제?문화교류와 협력체계를 만들어 더불어 사는 세상을 구축해야하는 단계다. 그런 지구적 역량을 뿜어 낼 수 있는 인재양성과 사회·민주적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 민주적 도량을 높이려면 조기교육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 대다수 시민의 힘이 정치지도자들을 이끌거나 밀어붙여서 우리의 요구를 관철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시대를 창출해야 한다. 특히 민주시민교육이 어릴 때부터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권력의 간섭 또한 배제되어야 하고 정치교육을 금지하는 논리가 해체되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확실한 시민정치교육이 이뤄져야만 건강한 시민이 태어나는 것이고 이들을 통해서 우리의 미래가 아름답게 보장되는 것이다. 이런 정치교육에 대한 의식과 훈련이 교육적, 문화적, 지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런 나라의 미래는 어둡다. 확고한 민주시민이 되어야 자신의 요구를 분명하게 밝힐 수 있게 되고 이런 환경이 지속되면 언론의 태도도 변하게 된다. 우리사회의 민주적 환경토대가 바르게 서게 되면 정치적 의식도 달라진다. 이제 과거의 낡은 체제와 방식으로는 통하지 않는 시대다. 이렇게 높아진 민주시민의 성숙한 의식이 사회 전체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 오게 될 것이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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