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록 여행스케치> 울릉도의 초여름

 

초여름, 울릉도로 가는 뱃길이 즐겁다. 수평선만 보이는 망망대해, 저 어디쯤 울릉도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뛴다. 동해 먼 바다에서 우리 땅, 우리 바다의 자존심을 곧추세운 채 거센 파도를 이겨내며 떠 있는 외로운 섬. 도둑, 공해, 뱀이 없고 바람, 향나무, 미인, 물, 돌이 많아 ‘삼무오다(三無五多)’라 했다.

 

▲ 풍광이 아름다운 울릉도 해안길

1☞가슴 뛰는 육로관광과 해상관광

울릉도 여행은 버스나 렌터카, 택시를 타고 돌아보는 육로 관광과 도동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사동, 통구미, 남양, 구암, 태하, 현포, 공암, 추산, 천부, 삼선암, 관음도, 죽도, 저동을 거쳐 다시 도동항으로 돌아오는 해상관광이 있다. 해상관광은 울릉도 해안 절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울릉도의 해안길(둘레)은 56.5km다. 도동에서 시작해 길 끝인 섬목까지 갔다 다시 왔던 길로 돌아오게 돼 있다. 중간에 지름길이 없어 좀 불편하지만 어찌 보면 재미있는 길이기도 하다. 2차선 시멘트길은 우툴두툴해서 속력을 낼 수 없다. 달리다 보면 중간 중간에 중앙선조차 없는 시멘트 길도 나타난다. 그나마 서너 개의 터널은 신호등이 있는 일방통행이다. 터널 앞 신호등은 울릉도에만 있는 시설물로 처음 대하는 운전자들은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심할 일이다.

 

▲ 촛대암 해안 산책로
▲ 도동과 저동을 이어주는 해안산책로
▲ 울릉도를 돌아보는 유람선

 

울릉도 여행은 선착장이 있는 도동항에서 시작한다. 도동항 부근은 울릉도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숙박시설과 행정관서, 음식점이 몰려 있다. 미리 예약한 민박집에 짐을 풀어놓고 주변 여행길에 나서 보자. 도동항은 깊고 높은 협곡에 폭 안겨 있는 형상이다. 왼쪽으로 올려다보면 망향봉(望鄕峰)이, 오른쪽은 행남봉(杏南峰)이 수문장처럼 버티고 있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망향봉에 오르면 도동항은 물론 울릉도의 주봉인 성인봉과 독도까지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우뚝 서 있다.

 

▲ 미역을 손질하는 저동항 사람들
▲ 삼선암
▲ 성인봉

 

도동항 좌우로는 해안산책로가 열려 있다. 도동 부두 끝에서 출발해 행남 마을과 행남(도동) 등대를 구경하고 저동항의 촛대바위까지 다녀오는 왕복 2시간 30분 코스는 풍경도 멋있지만 울릉도만의 독특한 화산지형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꼭 권해드리고 싶다. 단 해안 산책로는 풍랑주의보, 강풍주의보, 태풍주의보가 내렸을 때는 출입을 금지한다. 바다와 워낙 가깝게 붙어 있어 파도가 길을 덮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안산책로 끝머리에서 행남 등대로 올라가는 길은 숲길이다. 그렇게 10분쯤 올라가면 길 끝에 아름다운 행남등대가 손짓한다. 울릉도 앞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등대 뒤에는 저동항과 촛대바위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서 있다.

 

▲ 저동항

2☞이국적인 너무나 이국적인

행남등대에서 저동항으로 이어지는 해안산책로는 또 다른 비경을 보여준다. 다소 인공적인 느낌이 들지만 절벽을 뚫어 다리를 놓고 아치형의 철다리와 계단을 만들어놓아 누구나 어렵지 않게 오르내릴 수 있다. 저동항은 울릉8경 가운데 하나인 저동어화(苧洞魚花, 저동항 앞바다의 오징어잡이배 불빛)로 유명하다. 울릉도 부근의 청정해역은 난류와 한류가 한데 만나면서 이 해류의 영향으로 오징어는 물론이고 꽁치, 명태 등이 많이 잡힌다. 특히 오징어잡이는 4, 5월부터 시작해 9~10월에 절정을 이루고 12월이면 마무리되는데, 울릉도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오징어 철이 되면 저동항 앞바다는 개당 1500W짜리 집어등을 줄줄이 켜 단 수백 척의 오징어 채낚기 어선들로 진풍경을 연출한다.

 

▲ 내수전마을

 

저동에서 시간을 더 보낼 생각이라면 내수전 마을에서 섬 동쪽 석포마을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내수전 약수터와 일출전망대까지 가보는 것도 좋겠다. 내수전은 옛날 김내수라는 사람이 밭을 일구고 살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마을에 있는 내수전 몽돌해변은 몽글몽글한 몽돌이 파도에 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저동항에서 2㎞ 위쪽에는 3단으로 떨어져 내리는 봉래폭포가 시원스럽다. 울릉 주민들의 수원지로 하루 유량이 약 3000t 이상이라고 한다. 봉래폭포 아래에는 삼나무 숲이 들어찬 삼림욕장과 자연바람이 나오는 풍혈이 있다.

 

 

▲ 저동항에서 본 해돋이
 

3☞탄성이 절로 나오는 일출전망대

저동에서 약수터를 지나 일출전망대까지는 30여분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일출전망대에 오르면 저동항은 물론 날씨가 맑으면 독도까지 시야에 잡힌다. 일출전망대에서 석포마을까지는 4.4km. 이 숲길은 울릉도 최고의 트래킹 코스다. 울창한 숲 그늘과 청아하게 지저귀는 새소리, 쉼터와 약수터, 그리고 상쾌한 바람까지 자연의 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무릉도원 같은 곳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드러나는 울릉도의 맑고 푸른 바다는 또 얼마나 청신한지…. 이 숲길에는 섬잣나무, 섬단풍나무 같은 울릉도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뻗어 있다. 이 산길은 20여 년 전만 해도 저동과 북면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석포와 죽암, 선창 등지에 살던 주민들은 풍랑으로 뱃길이 끊어지면 가파른 산길을 넘어 저동까지 가서 소금과 쌀, 옷가지 등 생필품을 지게에 지고 다시 이 산길을 넘어와야 했다.

 

▲ 울릉도 해안에서 본 죽도
▲ 죽도 해안길

 

내수전에서 그렇게 1시간 30분쯤 걸어 내려가면 석포마을(일명 정들포)에 닿는다. 석포마을은 울릉도 북쪽 북면 끝에 위치한 작은 어촌이다. 석포마을까지 왔다면 앞바다에 삐죽삐죽 솟아 있는 암석들을 눈여겨보자. 삼선녀가 승천하지 못했다는 세 개의 바위(삼선암)와 그 옆에 홀로 솟아 있는 딴바위는 울릉도 해상비경으로 꼽힌다. 울릉도에 딸린 두 개의 섬도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깝게 보인다. 옛날 해적들의 은거지였다는 깍새섬(관음도)과 죽도다.

 

▲ 용암 분출로 생긴 독도는 그 자체가 신비경이다.

 

죽도(竹島, 일명 대섬)는 이름처럼 대나무가 울창한 유인도다. 현재 1가구 2명이 무공해 더덕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데 섬 안에 조각공원, 전망대, 피크닉장, 헬기장, 낚시터 같은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다. 저동항에서 죽도행 여객선을 타고 들어갈 수 있다.

 

 

▲ 한국의 10대 비경에 드는 대풍감 해안절벽

4☞한국 10대 비경

울릉등대가 있는 태하리는 울릉도에서 풍치가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태하리에서 관광모노레일을 타고 태하등대를 오르면 대풍감 해안절벽과 그 너머로 현포항, 송곳산, 공암(거북바위) 등 울릉도 서북쪽 비경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모노레일(20인승)은 길이 304미터, 최대 각도 39도나 되는 가파른 경사를 6분 동안 올라가는데 아무리 심장이 강한 사람도 지레 겁을 먹기 일쑤다. 모노레일에서 내리면 태하등대까지는 10분 거리. 동백나무, 후박나무, 섬개야광나무 우거진 오솔길이다. 등대 옆 전망대에 서면 한국의 10대 비경에 드는 대풍감 절벽이 나타난다. 대풍감(待風坎)은 돛단배가 이곳 바다에서 바람이 불기를 기다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풍감의 절벽에는 이리저리 뒤틀리고 구부러진 향나무 자생지(천연기념물 제49호)가 있다. 대풍감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넘이도 환상적이다.

 

▲ 대풍감 전망대
▲ 유람선에서 본 코끼리바위

 

태하리에서 현포령을 넘으면 현포전망대를 지나 현포항-송곳봉-천부항-죽암-석포 방면으로 가게 된다. 송곳봉 바로 앞 바다에는 코끼리바위가 솟아 있다. 코끼리 피부 같은 바위 결이며 코를 바다에 넣고 물을 마시는 것 같은 모양이 정말이지 코끼리를 쏙 빼닮았다. 바다 위로 솟은 바위에 구멍이 있어 공암으로도 불리는 이 바위는 수억 년 파도가 빚어낸 걸작품이다.

 

 

▲ 알봉 분지

5☞울릉도의 속살을 만나러 가다

울릉도 여행에서 성인봉(聖人峰)을 오르지 않았다면 겉만 보고 속은 못 본 것과 같다. 성인봉은 봉우리 전체가 희귀식물들의 보고다. 특히 정상 언저리는 한낮에도 빛이 잘 스며들지 않는 울창한 원시림(천연기념물 제189호)으로 둘러싸여 있다. 성인봉 아래 아득하게 펼쳐진 나리분지는 울릉도의 멋과 맛을 제대로 느끼고 볼 수 있어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다. 나리분지는 옛날부터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섬말나리 뿌리를 캐먹으며 연명했다고 해서 ‘나리골’로도 불린다. 나리분지 위에 다시 화산 폭발이 일어나면서 생긴 알봉 분지도 특이한 모양새다. 울릉도 최고봉인 성인봉(984m)은 맨 처음 폭발 때 생긴 봉우리다.

 

▲ 나리분지에 남아 있는 투막집

 

성인봉은 남성을 쏙 빼닮았다. 등산로는 4군데로 이 중 도동에서 택시를 타고 사동(안평전)까지 간 다음 바람등대-성인봉-신령수-나리분지로 내려가는 코스(4시간 소요)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 나리분지와 알봉분지는 그 면적이 120만평에 이를 정도로 광활하다. 분지에서 볼 수 있는 울릉국화와 섬백리향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이밖에 신령수, 투막집, 너와집, 용출소 등도 훌륭한 관광자원이다. 나리분지에서 알봉분지를 거쳐 성인봉 들머리의 샘물(신령수)에 이르는 2㎞ 구간의 숲길은 트래킹 코스로 아주 좋다.

 

 

▲ 독도 앞바다의 기암

6☞우리땅 독도

울릉도를 방문했다면 ‘한반도의 막내'라고 부르는 독도에도 꼭 가보자. 독도는 울릉도보다 한참 형뻘이다. 울릉도가 250만 년 전에 형성된 데 비해 독도는 460만 년 전 용암분출로 생겨났다. 독도는 원래 하나의 섬이었지만 오랜 침식 작용으로 인해 동도와 서도, 두 개의 섬으로 나눠졌다. 도동항에서 출발하는 독도행 배를 타고 2시간이면 닿는다. 두 섬 주위에는 촛대바위, 미륵바위, 권총바위, 삼형제굴 같은 기암괴석들이 보초병처럼 서 있다. 특히 동도에는 한반도의 모습을 닮은 한반도바위가 그린 듯 웅크리고 있다. 배가 정박할 수 있는 선착장은 동도에 있는데 날씨가 좋아야 접안할 수 있다. <여행작가/ 수필가>

 

 

▲ 촛대암 해안은 낚시터로 아주 좋다.

 

여행팁(지역번호 054)

☛가는 길=울릉도행 여객선은 묵호(동해)와 포항, 강릉항(안목항)에서 출발한다. 묵호→울릉: 약 2시간 20분소요, 포항→울릉: 약 3시간 30분소요, 울릉→독도: 약 2시간 소요, 날씨와 계절에 따라 출항시간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출발 전 반드시 확인 필요.

☛숙박=도동 저동항 쪽에 울릉호텔(791-6611), 비치온관광호텔(791-0955), 대아울릉리조트(02-518-5000), 푸른언덕펜션(791-5999), 해오름펜션(010-4566-7737), 추억관광펜션(791-7979) 등 숙박업소가 몰려 있다.

☛맛집=도동항과 사동리 쪽에 향미식당(홍합밥 791-2054), 향우촌(약소불고기 791-0686), 해운식당(791-7789 홍합밥), 보배식당(홍합밥 791-2683), 구구식당(791-2287 따개비밥), 울릉옥천식품(울릉호박빵 791-7714) 등 울릉도 특산물로 음식을 내놓는 맛집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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