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100일 다이어트 도전기-2회 / 김동환

처음 시작은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살을 빼야겠다는 의지보단 무언가에 ‘집중해 보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 회사 문제로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아온 시기였기에 다른 무언가에 집중이 필요했다. 이 시기에 강도는 낮지만 분명하게 ‘알코올 의존증’까지 보일 정도였다. 몸이 망가지니 마음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결국에는 ‘바꿔야 한다’는 단순한 명제를 도출했고, 난 운동을 선택했다.

우선 조금 과장해서 로또 1등 당첨에 버금가는 경쟁률을 뚫고 ‘아놀드홍의 100일간의 약속’에 선발됐다. 금액을 얘기하는 게 좀 구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상당한 고가의 기회였다.

 

 

운동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낙성대의 한 교회 강당에서 진행된다. 아놀드홍 대장님(우린 대장님으로 부른다)이 다니시는 교회의 강당이다. 교회 측에서도 대장님의 재능기부에 공감을 하시고 강당을 흔쾌히 빌려주었다고 들었다. 아무튼 좋은 기회이고 좋은 분들이다.

자, 운동 시작이다. 시간은 매일 아침 6시 40분까지 낙성대역 집합. 교회로 이동해 7시 운동 시작. 시간이 혹시 이상한가? 오후가 아니고? 하하하. 오전이 맞다. 나 역시 처음 면접 볼 때 시간을 듣고 “잘못 들었나”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하지만 이 역시 이유가 있었다. 대장님에 따르면 살을 빼기 위해선 반드시 공복 운동이 필수이며, 공복 운동 시 성장호르몬 분비도 촉진이 돼 보다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단순하게 게으름을 방지하기 위한 시간 선택도 있지만 보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시간을 선택한 거라는 얘기.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우리 조는 ‘100일간의 약속’ 28기다. 나는 같은 기수의 동기 가운데 최고 연장자다. 동기들은 20대 초반부터 분포돼있다. 쉽게 말해 조카뻘 동기들과 함께 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하하. 때문에 ‘나이 먹었다고 처진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따라간다.

우선 운동은 매일매일 다른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특징은 모든 운동이 맨몸 운동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맨몸 운동이라고 할 수도 없다. 각각의 운동이 자신의 체중을 이용한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으로 병행돼 있다. 이 글을 쓰는 현재는 4주차에 접어든 상태다. 이제야 말하지만 운동 프로그램을 보면 정말 치밀하게 구성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월요일은 상체와 복근 그리고 하체로 나눠지는 전신 운동 day. ‘100일간의 약속’에서 상체 운동은 100% 근력 운동이다. 상체 근력 운동의 꽃은 누가 뭐래도 턱걸이(풀업). 하지만 실내에서 진행되는 운동이기에 턱걸이는 패쓰!!!. 턱걸이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상체 근력 운동의 두번째 꽃은 바로 푸시업. 흔히 말하는 팔굽혀 펴기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이 이 운동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많다.

 

 

이번에 경험한 팔굽혀 펴기 운동은 가히 신세계 수준이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엎드려서 자신의 양팔로 몸을 밀어 올리는 운동이 푸시업이다. 팔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일수록 그만큼 어려워진다.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무릎을 대고 해도 되고, 때로는 전신 웨이브를 이용하는 ‘웨이브 푸시업’(정확한 동작은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확인 바람)도 있다.

난 다른 동기들보다 조금은 강한 근력을 통해 수월하게 푸시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멘토진(트레이너)들의 지적을 단 번에 받았다. 자세가 완전히 잘못됐다는 것. “푸시업이 어디를 단련하는 운동인가요?”란 질문에 난 “팔 운동!!!”이라고 확신에 찬 대답을 소리쳤다. 결과는 “땡!!!”

대략적으로 30점 답변이었다. 푸시업은 팔 근육을 단련하는 데도 좋지만 집중적으로 힘이 들어가는 곳은 가슴 근육이다. 우리가 흔히 ‘갑빠’라고 부르는 가슴 근육 키우는 데 최적의 운동이 바로 푸시업인 것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푸시업이 단순하게 팔 힘이 좋다고 혹은 가슴 근육이 발달했다고 잘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란 점이다. 일반적으로 ‘코어’라고 부르는 몸통 근육이 뒷받침이 돼야 원활하게 또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첫 날 멘토진의 코칭 아래 푸시업을 진행했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푸시업과는 전혀 다른 운동이었다. 팔의 위치도 중요했다. 어느 쪽을 짚는지에 따라서 가슴에 가해지는 힘이 분산되기 때문이었다. 팔 위치 조정과 함께 “배에 힘을 주세요”란 코칭이 잇달았다. “팔로 미는 운동인데 배에 힘을 주라고?”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배에 힘준다고 될까? 팔로 밀어야 하는데?”란 생각도 잠시. 순간적으로 배에 힘을 ‘퐉!’ 주자 거짓말처럼 내 팔이 내 온몸을 밀어 올렸다. “자세 100점입니다. 그렇게 배에 힘을 주고 밀으셔야 합니다”란 멘토진의 칭찬에 갑자기 힘이 부쩍! 자신감 급상승!

다음 이어지는 운동은 크런치. 쉽게 말해 윗몸 일으키기다. 일반적인 체력장에서 볼 수 있는 그것이 아닌, 맨 바닥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윗몸 일으키기다. 지금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이라 명칭 보단 동영상을 통해 검색하면 “아~~~”하고 단 번에 알 수 있는 운동이 바로 크런치다.

 

▲ 아놀드홍(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과 ‘100일간의 약속’ 운동 코칭 전담 멘토들.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뱃살 빼기에 있어서 효과적인 방법은 꽤 여러 가지다. 대부분 ‘복근 단련 운동을 해야 한다’ 혹은 ‘유산소 운동이 특효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배운 건 바로 크런치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다이어터’들이 행하는 가장 잘못된 운동도 바로 크런치가 아닐까. 크런치는 기본적으로 개수를 채우기 위한 반복 운동이 아니었다. 윗몸을 바닥에서 복근을 이용해 들어 올리는 동작이 기본이지만, 결론적으로 호흡을 통해 복근을 긴장시키는 방법을 터득해야 했다. 사실 이 동작은 지금도 가장 어려운 동작이다. 호흡을 이용해 윗몸을 들어 올리면 어느 순간 복근에 힘이 자연스럽게 빠지게 된다. 반면 복근에 집중하고 윗몸을 들어 올리면 자세가 무너지게 된다. 이 설명은 인터넷 ‘크런치’ 동작 영상을 보면서 읽으면 잘 이해가 될 것이다. 멘토진들은 “복근을 터트린다는 생각으로 긴장을 유지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으니 문제다. 크런치 동작은 ‘100일간의 약속’이 끝날 때까지 숙제로 안고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월요일 운동의 끝은 스쿼트다. 이미 방송을 통해서도 미디어를 통해서도 수없이 언급된 하체 운동의 꽃이다. 쉽게 말해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이다. 물론 여기에도 팁은 있다. 무릎이 자신의 발끝을 넘어가면 안 된다. 앉는 동작에서 상체는 될 수 있는 한 바르게 세워야 한다. 모든 힘은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등등.

첫 날 첫 주 운동은 이렇게 끝이 났다. 이 운동을 얼마만큼 하느냐고? 위의 세 동작을 한 세트로 총 10세트 진행한다.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을 듯하다. ‘100일간의 약속’ 28기 동기들은 이 운동을 하고 다들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상태로 아침을 맞이한다. 물론 그렇게 맞는 아침의 공기는 세상 둘도 없는 꿀맛이기에 달콤하고 또 달달하다.

“사라지거라, 나의 살들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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