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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 고스란히 보글보글 닭, 연탄불 위 지글지글 생선…

<재래시장을 찾아서> 종로 6가 ‘신진시장’ 정다은 기자lpanda157@naver.coml승인2017.07.0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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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나 회사 근처 두세 곳이 다인 줄 알았다. 우리나라엔 전통시장, 그러니까 재래시장이 참 많은 것 같다. 파고파도 계속 나온다. 넓다고, 잘 차려졌다고만 해서 시장이 아니다. 상인들이 모이고, 거래가 이뤄지고, 정이 오가는, 그곳이 바로 재래시장이다.

하지만 이렇게 날 덥고 끈적끈적한 날 땀 뻘뻘 흘리며 누가 재래시장을 찾겠는가. 에어컨 빵빵 틀어주고, 편하게 카트 끌고 다니는 대형마트를 가지. 맞는 소리다. 요즘 주부들도 대부분 재래시장 보다는 대형마트가 더 익숙하고 친숙하다. 카드 할인이며, 포인트 적립, 이벤트까지 진행한다. 주변의 작은 상권들 특히나 시장 상인들은 그 기에 눌려 한숨뿐이다. 더운 날 부채질 하며 하나라도 더 팔아야 된다는 심정으로 시장에 나와 앉아있지만 오가는 손님 한 명 없다. 그렇게 손님들의 발 길이 끊긴 시장들은 재개발 위기에 처한다. 대형마트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손님들 바글거리며 정이 오가던 시장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럼 시장 상인들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길바닥에 나앉게 된다.

 

 

서울시에서는 이런 죽어가는 시장들을 재조명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재래시장이 장을 보기 불편하고 번잡한 곳이라는 이미지를 바꿨다. 아케이드도 설치하고, 상점 간판도 깔끔히 단장하고, 길도 정리했다. 시장마다의 특색을 살리는 이벤트나 캠페인도 진행한다. 점점 SNS나 방송을 타고 시장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전에 소개한 광장시장. 종로를 대표하는 큰 시장이다. 하지만 그 옆에 광장시장에 비해 빛을 받지 못한 시장이 있다. 동대문, 종로 일대 주민과 회사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신진시장’이다. ‘닭한마리 골목’, ‘종로 곱창골목’, ‘생선구이 골목’은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그 골목들이 모인 곳이 바로 신진시장이다.

 

 

 

6.25전쟁 뒤 북한 실향민들이 장사 시작

신진시장은 오늘날까지 옛 골목시장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서울의 전형적 전통시장이다. 6.25전쟁 직후인 1952년에 개설허가를 얻은 것을 보면 그 훨씬 이전부터 있었던 것 같다. 6.25전쟁 후 신진시장에는 북한에서 월남한 실향민들이 대거 유입돼 장사를 했다. 당시 많은 상인들은 미군 군복에 검정색 물을 들여 한국인의 체형에 맞게 고쳐 만들어 판매했으며, 시장에 흘러나온 각종 구호물자를 거래했다.

대표적 먹거리인 곱창식당 골목도 그 무렵 형성됐다고 한다. 이후 평화시장(1962)과 동대문종합시장(1970)이 들어서면서 이들 시장의 상인들을 상대로 하는 음식점 상가가 늘어났으며 오늘날 곱창, 생선구이, 닭한마리 골목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1997년 말 IMF를 겪으며 시장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나라는 3년여 만에 IMF구제금융에서 벗어났지만, 신진시장은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2006년이 돼서야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재개장했다. 당시 서울시는 11억 2000만 원을 투입, 신진시장의 시설을 현대화 했는데 이때 155m의 아케이드가 설치됐고 휴게소와 간판, 좌판 등을 설치했다. 이때 상인들이 시장 이름을 ‘종로신진시장’으로 등록했다.

최근에는 닭한마리와 생선구이가 신진시장을 대표하는 명물이 돼있다. 생선구이는 고등어와 삼치, 조기 등을 연탄불 위에서 노릇노릇 구워 중심 반찬으로 내놓는 요리로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주변의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일본인, 중국인 등 해외 관광객들이 줄지어 찾게 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점심과 저녁시간에는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곤 한다.

 

 

 

연탄과 생선의 환상적 조화

여름 낮 중 제일 더운 시간 오후 3시. 이미 뜨거운 햇빛에 달궈진 아스팔트길은 뚝배기 마냥 대단한 보온성을 자랑한다. 종로의 널따란 인도에는 그림자 한 점 없이 햇볕만 내리쬔다. 돌판 위에서 잘 구워지는 삼겹살이 되는 느낌이다. 아지랑이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저 멀리 보인다. 신진시장 간판이. 땀방울 흩뿌리며 뛰어 들어간다.

입구에서부터 그득하게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제일 먼저 맞이해주는 건 다육이들. 부채질을 하는 아저씨는 한가한지 옆 상점 아주머니와 수다를 떤다. 옹기종기 모인 다육이들은 마치 수다를 엿듣고 있는 개구쟁이처럼 보인다. 아케이드가 설치된 시장 중심에는 주로 미군물품, 등산용품, 의류가게 등이 몰려 있다. 북문 가까이엔 곱창집이 줄지어있다. 점심시간도 한참 지나고 저녁을 먹기엔 이른 애매한 시간. 아직은 손님이 많지 않다. 한가한 곱창 골목을 지나다 보니 중간 중간 맛집도 많다. 국수, 해장국, 핫도그 등. 신진시장 상인은 물론, 평화시장과 동대문종합시장 상인들의 식사까지 해결해준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상인들이다. 늦은 식사를 하는 듯 보인다.

 

 

좀 더 들어가면 수선집들이 깔려있다. 가게처럼 차려져 있는 게 아니라 노점처럼 밖에 나와 있다. 광장시장에서도 종종 봤는데 이곳은 아예 몰려있다. 수선을 맡긴 손님들 눈앞에서 원하는 대로 능숙히 수선을 해주는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 상인들. 이거야말로 달인이 아닐까 싶다. 정답게 손님과 얘기를 주고받으며 일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중간에서 좌회전. 역시. 닭한마리, 생선구이 골목이다. 어디선가 폴폴 나는 고소하고도 비릿한 냄새. 연탄 불 위에서 노릇노릇 구워지는 생선들이다. 기름기 좔좔 흐르며 손님상으로 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생선들의 자태가 아름답다. 늦은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가게 앞에서 생선을 굽는 아주머니들의 손놀림은 거의 무형문화재 급이다. 연탄불과 생선의 조화라니… 절로 군침이 돈다.

 

 

침 닦을 새도 없이 왼쪽엔 닭한마리 집이 줄지어있다. 외국인들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나보다. 이 더운 여름날 닭한마리 먹고 남은 국물에 칼국수까지 먹으면 기력이 불끈 할 텐데…. 아쉬운 발걸음 옮겨본다. 닭한마리 골목은 해가 지고 퇴근 시간 때가 가장 피크다. 원조 집은 번호표까지 뽑고 줄서서 기다려야 되니 참고하자.

닭한마리, 생선 골목을 지나면 동대문종합시장이 나온다. 시장에서 나온 상인들이 많이 보인다. 왼쪽 작은 골목으로 발을 옮긴다. 또 다른 분위기. 작은 서점들이 있다. 의류, 부자재들도 판다. 여태 지나온 골목과 달리 매우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 하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매우 바삐 움직이고 있다. 저마다 할 일에 최선을 다하며.

 

 

광장시장에 비하면 비교적 작은 규모지만,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신진시장. 좀 더 전문적인 시장의 느낌이 강했다. ‘우리는 곱창, 닭한마리, 생선구이, 의류, 수선 등에 강해!’라고 외치듯 말이다.

낮이라 그런지 한산했지만 해가 지면 반전 매력으로 사람들이 미어터지는 신진시장. 저녁뿐만 아니라 낮에도 손님들의 왕래가 많은 시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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