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적 부동산투기 도려낼 ‘토지공개념’, 지금이 수술적기”
“망국적 부동산투기 도려낼 ‘토지공개념’, 지금이 수술적기”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04.1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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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하승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1회

개헌정국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촛불혁명’에 입각한 ‘촛불헌법’ 구현이다. 1987년 6월 혁명이 ‘87헌법’ 유산을 남겼던 것처럼, ‘촛불헌법’을 향한 국민열망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수십 년 동안 우리의 헌법은 군부독재정권의 전유물에 불과했다. 특권계층은 법을 악용해 온갖 부정부패를 자행했고, 불공정-불공평한 사회를 만들었다. 촛불이 탄생시킨 현 정권의 개헌안이 초미의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 하승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이번 헌법개혁은 국민 목소리에 집중했다. 비민주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직접민주주의 가치현안들을 담았다. 이번 헌법개혁정신은 주권재민(主權在民)에 있다. 특권용이 아닌 국민이 주인인 ‘촛불헌법’이 되도록 노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 수립에 있어 막후 역할을 해온 하승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국민참여본부장)은 선거제도와 노동, 농업, 교육, 인권, 문화 등 각 분야의 목소리를 경청했다고 했다.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해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9명과 정부형태 분과위원회 8명, 지방분권·국민주권 분과위원 7명, 국민참여본부의 하승수 부위원장 이외 7명 등 총 32명의 율법사들이 집결해 1개월 동안 숙식을 하면서 새로운 개헌안 구상을 위해 머리를 싸맸다. 법대 교수진이 주를 이뤘고, 최은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와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최정묵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대표, 이진순 방송문화진흥원 이사, 구예림 클리프 이노베이션 리미티드 대표, 송효원 청년유니온 사무처장도 참여했다.

“‘부정과 반칙’이 없는 ‘질서와 원칙’을 확립하는 ‘헌법개혁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하 부위원장은 사회주의 정책으로 비판받는 ‘토지공개념’과 관련 “이승만 정권 시절에도 농지개혁이 있었다. 박정희 정권도 토지공개념을 도입했었고, 노태우 정권도 토지공개념 3개 법안을 시행했지만 2개가 위헌판결을 받으면서 무산된 역사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투기는 앞으로도 더 심각해질 것이다. 토지는 이윤추구의 수단이 됐고, 공공성과 합리적 이용은 배제됐다. 토지투기로 성장한 대기업이 늘고 있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토지공개념은 그래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하승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 겸 국민참여본부장을 참여연대 1층 카페에서 만나 우리사회의 뜨거운 쟁점인 개헌문제와 토지공개념, 선거제도개혁, 다당제-연립정부, 선거연령 등의 첨예한 사안들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개헌의 필요성을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국회개헌특위 불발로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발의를 했다.

▲ 국회개헌특위 가동 이후 1년 동안 토론을 해왔지만 결국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2017년 말까지도 결론이 없었다. 내가 볼 때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개헌일정은 점점 다가오고 해서 대통령에게 직접 발의할 것을 건의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게 되면 개헌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촉박했지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모아 개헌입법에 반영하고, 수렴된 의견들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 과정에서 지난 3월 13일 개헌안 보고를 했고, 20일 발의한 것이다. 발의된 현안은 20일 이상 관보에 공고한 후, 국회가 60일 이내, 그러니까 4~5월중 의결하게 된다.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개헌안이 의결되면, 30일 안에 국민투표에 붙여지는데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결론이 난다.

 

- 야당은 ‘내치 총리⋅외치 대통령제’를 주장하고 있다.

▲ 자유한국당(이하 자유당)이 의회 중심의 ‘이원집정부제’(二元執政府制)를 당론으로 정했다. 국회가 선출한 총리에게 많은 정치적 권한을 부여하고, 대통령에게는 국회예산권을 넘겨주자는 전형적 이원집정부제다. 그러나 지난번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내용은 제왕적인 대통령 권한을 대폭 줄인 대통령제를 천명한 것이다. 지금 이 두 가지가 최대쟁점이다. 자유당이 요즘 ‘분권형 대통령제’를 말하는데 이는 어패가 있다. 이원집정부제와 분권형 대통령제는 성격이 다르다. 차라리 ‘혼합형 이원집정부제’라고 말하는 게 정확하다.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말은 대통령제의 기본골격은 유지하되 권한만 분산시킨 제도다. 자유당이 이런 용어를 쓰는 것은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국민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다. 이원집정부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분권형 대통령제도 아닌 말로 혼란을 주고 있다. 솔직하지 못한 표현이다.

 

- 이원집정부제, 이전에도 도입했던 적이 있었잖나.

▲ 아니다. 처음엔 대통령제로 출발했다가 1948년 정부수립이 되면서 의원내각제로 돌아섰다. 당시 독립 운동가 출신 의원들이 대체로 의원내각제를 선호했다. 하지만,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식 대통령제를 강력히 주장해서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가 뒤섞였다. 그때부터 국무총리를 뽑았다. 미국식 총리체제다. 그러다가 1960년 4.19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고, 야당인 민주당이 재집권하면서 의원내각제로 바뀌었다. 그런데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다시 대통령제로 바뀌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의원내각제의 역사는 아주 짧다. 다 합해도 1년 정도다. 경험도 짧다. 국민들은 대통령제에 익숙하다. 대통령 직선을 미국식 대통령제로 하는 방식도 있고, 절충적이지만 이원집정부제로 하는 방식도 있다. 아니면 그 중간쯤 되는 방식 등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순수 의원내각제를 하고 있는 영국과 독일처럼 하자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여야 정당들은 대통령제 아니면 이원집정부제를 원하고 있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이원집정부제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통령제는 유지하되 총리 추천권만 갖게 하지는 방안도 나온 상태다.

 

- 장단점은 무엇인가.

▲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는 것까지는 분권형 대통령제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국무총리는 대통령 다음 2인자다. 자유당이 말하는 이원집정부제는 총리와 대통령이 권력을 거의 동등한 수준까지 나누자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문제가 있다. 전쟁 등 국가비상사태 시에 총리가 국방부 등 안보기관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군 통수권은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물론 이원집정부제도 나름의 장점이 있고, 대통령제도 장단점이 있다. 자유당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채 이원집정부제만 말하는 게 문제다. 이원집정부제 국가인 북유럽의 핀란드만 해도 과거 냉전시대에 구소련과 대치상태에서 전쟁도 했었다. 핀란드는 대통령과 총리의 당적이 달랐지만 크게 문제가 안됐다. 왜냐면 권력을 서로 분산시켰고 견제하며 독점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안보와 외교 등 대외적인 외치를 맡았고, 총리는 내치에 치중할 수 있었다. 대통령이 총리와 도저히 같이 못 간다면 해임하고 내각을 다시 구성해서 뽑으면 된다. 그렇게 해서 핀란드가 안보도 잘 지키고 좋은 나라를 만들었다. 그런 면에서 이원집정부제도 장점이 있다.

 

- 발의된 개헌안의 내용들을 짚어보자.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 중 하나가 ‘토지공개념’이다.

▲ 이번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이 들어가는데 그 정의를 보면,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이용을 위해서 특별한 제한이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상당히 낮은 수준의 문구를 적용했다. 이런 개념을 헌법에 담을 수도 있는데, 다만 헌법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지금 부동산투기나 토지소유 집중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려면, 명확하게 토지공개념에 대한 문구를 헌법전문에 담을 필요가 있다. 이승만 정권도 농지개혁을 했었지만 사실은 박정희 정권에서도 토지공개념을 잠시 했었다. 그러다가 노태우 정권이 토지공개념 3개 법안을 만들어 야심차게 시행했다. 하지만 2개 법안이 위헌으로 판결나면서 무산됐다. 이런 문제들이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고, 부동산투기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헌법이라는 것은 그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내야 한다. 특히 토지는 특권층의 이윤추구 수단이 되어왔고, 이로 인해 양극화가 심화됐다.

 

- 지금이 토지개혁의 적기라는 뜻인가.

▲ 지금 기업경제의 영역을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있다. 일단 천정부지로 치솟는 땅값이 문제다. 땅값이 기업의 발목을 잡게 된다는 말이다. 건전한 기업들의 경우 높은 지가(地價)와 함께 비싼 임대료가 경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 기업이 흔들리면 국가경제도 흔들리게 마련이다. 반면에 불건전한 토지투기로 막대한 돈을 버는 기업들만 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문제다. 국가적 낭비다. 이런 극단적인 모순을 도려낼 칼이 바로 토지공개념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대로 방치하면 망국적 부동산투기로 사회양극화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번에 담는 개념이 과도한 수준도 아니다. 시대성에 따른 합리적인 수준에 맞춘 토지공개념을 담았다. 일부에서 사회주의 정책이라 비판을 하는데 그렇지 않다. 물론 모든 정책에 대해 반대와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논리가 한쪽 방향으로만 흘러가면 곤란하다. 불필요한 이념갈등은 사회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양면을 모두 볼 필요가 있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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