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 입맛에 맞춘 비정규직 정책 ‘노예장사’로 전락”
“자본가 입맛에 맞춘 비정규직 정책 ‘노예장사’로 전락”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9.02.27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층인터뷰] 송경동 시인 / 사회운동가-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송경동 시인 / 사회운동가
송경동 시인 / 사회운동가

- 너무 오랜 시간 투쟁이 이어졌다. 결국 사주가 손을 들었는데.

▲ 처음부터 사측은 ‘우리는 모른다. 알아서 해라. 배째라’는 식이었다. 400여 일을 모르쇠로 일관했다. 시민사회와 종교계, 정치권, 사회운동단체들이 마지막투쟁을 위해 결사연대를 했다. 정상적인 고용과 운영을 하라고 힘을 모아 압박했다. 시민사회가 끝장투쟁을 위해 청와대 앞에 집결해 목동 파인텍 고공농성장까지 오체투지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와 함께 차광호 지회장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박래군 인권재단 소장과 신부, 목사, 극단 대표, 4.16연대 운영위원과 저도 무기한 단식에 동참했다. 시민단체들의 전방위적인 압력과 여론에 떠밀려 결국 사주가 억지로 끌려나왔다. 그 동안 단 한 차례도 교섭테이블에 나오지 않았던 사주가 굴복한 것이다.

 

-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여기는 풍조도 문제다.

▲ 파인텍 문제해결에 정치권도 일부 나섰지만, 그 문제를 떠나서 정치사회적으로 한국사회 모두가 심히 우려하고 걱정하는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사주들은 약속을 너무 안 지킨다. 신뢰성이 없다. 여기에 최소한의 고용보장을 해주지 않는 게 하나의 폐습처럼 굳어져 있다. 한국사회 전체가 그런 난리 속에서 일자리 걱정과 불안한 삶을 지내야 한다는 게 너무 기가 막히고 화가 난다. 파인텍 문제는 노동자 문제를 넘어 심각한 노동적폐를 보여준다. 한국사회의 노동인권과 관련해 너무나 치욕적이고 세계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는 이런 문제를 사주 한사람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

 

- 이런 상황에서 국제노동기구(ILO)가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국제노동법을 외면하고 자본가 입맛에 맞는 노동정책을 쏟아냈다. 특히 비정규직을 제도화 했는데.

▲ 역대 정권들이 그랬듯이 한국은 국제노동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 부당한 노동탄압과 노조파괴를 일삼아 왔다. 지난 박근혜 정권의 노동탄압에 동조한 사법부와 양승태 재판거래문제도 모두 포함되는 문제다. 전교조 합법화와 공무원노조 해고자 문제 하나도 풀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약사항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촛불시민들은 박근혜-이명박 정권의 상징인 노동악법 전면폐기를 요구했지만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현대판 노예제도인 비정규직에 대한 법과 제도를 철폐하지 않았다. 정권과 결탁한 자본가가 노예장사를 하고 있다.

 

- 한국은 핵심협약 비준수 노동후진국으로 지탄받고 있기도 하다.

▲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공약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ILO 189개 협약 중에 29개만 비준한 상태다. 여기에 ILO 8대 핵심협약 중 4개만 비준했다. 국제노동법에 비교할 때 한국은 여전히 노동후진국이다. ILO 핵심협약 4대원칙은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금지’, ‘차별금지’, ‘아동노동금지’를 못박고 있다. ILO 8대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보호와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강제노동협약과 강제노동폐지’, ‘동일가치·동일노동협약과 차별금지’, ‘취업 최저연령과 아동노동폐지’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금지’ 2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 헌법에 보장된 교섭권 작동되고 있나.

▲ 그전부터 산별교섭을 20여 년간 얘기 했지만 제대로 된 것은 여태까지 없다. 개별노사관계만 해도 콜텍의 경우 끝장투쟁에 돌입해 있지만, 13년 동안 사장과 이사장이 단 한 번도 노조와 교섭조차 하지 않았다. 그나마 파인텍 대표가 지난 번 간신히 교섭절차를 거쳐 타결했을 뿐이다. 헌법에 보장된 교섭권도 중요하지만, 원청 사용자승인도 문제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들의 사용자승인 인정이 안 되고 있다. 그들은 위험을 외주화하고 불법파견 업체들을 마구잡이로 만들 뿐,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식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원청 직접 교섭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

 

- 1100만 비정규직, 이대로 가면 중산층 몰락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았지만, 중산층의 귀속감은 사라지고 있다. 부자와 서민만 있을 뿐이다. 30년 전에는 그래도 중산층이 75%였다. 지금은 중산층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보장제도가 거의 완비되지 않은 나라에서 정규직이라 해도 사실은 대부분이 임금노예 상태다. 자녀학자금이나 주택자금구입, 물가급등을 감안하면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 정규직은 일터에서 해고당하지 않으려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노동연대를 회피하게 된다. 갈수록 비인간화의 길로 가게 된다. 노동자가 총 2200만인데 이중에 비정규직이 1100만 명에 달한다. 이런 상태에서 중산층이라는 말이 사치스러울 정도다. 1100만 비정규직은 거의 임금노예다. 거의 최저생계 상황에 처해 있다. 그것도 2년마다 한 번씩 해고되도록 만들어진 비정규직 보호법은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 소수만 빼고 500만 자영업자도 모두 자영노동자에 불과하다. 도시빈민과 농민을 합하면 중산층은 정말 극소수다.

 

- 각자도생 사회로 전락한 느낌이다.

▲ 한마디로 야만적인 사회다. 물질만능 자본주의에서 정규직 일자리 하나가 꿈인 사회에서 유대와 연대적, 사회적 노동 가치마저 짓밟혔다. 복지시스템도 없다. 상부상조하며 돕고 살아가는 분위기라도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서로 연대하며 살아가겠지만, 지금은 모두의 삶이 각박해져 그마저도 어렵다. 이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어찌됐던 안정적인 일자리 하나라도 얻어야 한다는 게 인생목표가 됐다. 외적인 삶의 가치들을 고민하며 살아갈 여유조차 없다. 각자 알아서 살아야 하는 뿔뿔이 사회다. 특히 자녀와 노모를 둔 중장년층은 자녀는 커가는데 노모는 돌볼 여유조차 없다.

 

- 재벌은 돈이 넘친다.

▲ 돈을 쌓아만 놓고 풀지 않는 대기업과 재벌이 문제다. 사내유보금만 1000조원이 넘는다. 소수자본가들의 무한한 독점과 탐욕을 채우기 위해 1100만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쥐어 짠 돈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노동과 생산, 자연에서 빌려온 물질을 가공한 제품을 팔아 막대한 부를 창출했지만, 노동자의 삶을 골고루 지켜주지 못했다. 간신히 살아가는 수준인데다 여유 있는 노동도 아니다. 인간적인 삶을 향유하고 누리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만, 소수 재벌과 자본가들이 독점하면서 빈곤과 차별, 갑질 등 사회적 문제가 생겨났다. 비정규직이 희생양이 됐다. 기업은 이윤극대화를 위해 절반임금과 복지혜택축소, 고용책임면제, 쉬운 해고를 해왔고, 이제는 노동자 단결마저 깨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노동자들은 단결해서 사주에게 부의 분배를 요구하며 투쟁하지만, 비정규직 제도라는 노동악법 때문에 그마저도 막혀 있다. <3회로 이어집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