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톺아보기] ‘가장 보통의 연애(2019)’
[위클리서울=정다은 기자] 보기만 해도 설레고 가슴 뛰며 일생에 한 번 세상 단 한 명일 것 같지만, 헤어지면 그저 ‘보통’에 불과한 우리 모두의 연애 이야기가 찾아온다. 대부분 로맨스 영화들은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달달하게 그려내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최악의 이별을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에 대한 미련, 후회, 분노, 부정을 오가는 연애의 쓴맛을 담아냈다. 로맨스 영화를 보면 ‘나도 저런 연애가 하고 싶다’란 생각이 들지만 이 영화는 ‘나도 연애할 때, 헤어질 때 저랬지’란 공감을 이끌어낸다. 지나고 나면 보통이어도 할 때는 남들보다 유별나고 자신에게 특별했던 연애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가감 없이 털어놓는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2019)’다.
전 여자친구에게 상처받은 재훈(김래원). 여느 때처럼 숙취로 시작한 아침, 모르는 번호의 누군가와 밤새 2시간이나 통화한 기록을 발견하게 된다. 그 상대는 통성명한 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은 직장 동료 선영(공효진). 남자친구와 뒤끝 있는 이별 중인 선영은 새로운 회사로 출근한 첫날, 할 말 못 할 말 쏟아내며 남자친구와 헤어지던 현장에서 하필이면 같은 직장의 상사 재훈을 마주친다. 만난 지 하루 만에 일보다 서로의 연애사를 더 잘 알게 된 두 사람. 하지만 미묘한 긴장과 어색함도 잠시 ‘한심하다’, ‘어이없다’ 부딪히면서도 마음이 쓰이기 시작한다.
재훈은 이별 후 구질구질한 모습의 연속이지만 연애에 있어서 가장 순수하다. 자존심도 내려놓고 오로지 사랑만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꾼이랄까. 어쩌면 사랑에 뛰어드는 게 무섭지 않은 사람이다. 자신의 손해 따위 생각하지 않고 재지도 않는 그런 거리감 없는 사람은 요즘엔 참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그런 재훈을 한심하게 보는 선영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현실감 있고 솔직하다. 좋아하는 감정으로만 연애하기 힘든 세상. 재고 따지는 것들이 많다보니 순수한 사랑 보다는 내가 상처받지 않은 사랑을 택한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 주는 걸 포기한 선영은 가장 현실적인 대사로 많은 여성들로 하여금 공감하게 한다. 또 답답한 상황 앞에서 사이다 같은 시원한 발언으로 연애에만 굴복하지 않는 요즘 시대의 여성을 대표한다.
이 외에도 공감할 부분이 많은 영화다. 재훈과 선영 외 다양한 연애사뿐만 아니라 직장 내 일어나는 사건들과 인간관계 등. 다양한 공감대를 형성해 친근함이 느껴진다. 별 생각 없이 편히 보게 된다. 하지만 보고 나서 나의 연애관과 인생관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여운도 남긴다.
한국 로맨스 영화의 장점을 고스란히 뽐낸 것 같다. 가슴에 콕콕 와 닿는 현실적인 대사, 현실에서 쉽게 마주하게 되는 익숙한 상황들, 친근감 있는 배경. 호불호가 크게 나뉘지 않을 영화다. 로맨스라고 해서 전부 달달할 것이란 고정관념을 깼다. 시원시원하다. 모든 연애에선 다 그럴만한 사정, 이유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면서 어쩌면 다시 한 번 사랑을 꿈꾸게 만들어주는 영화일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봄에 보기 딱 좋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