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탐방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3편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이번 세 번째 영화제 탐방기의 주인공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다. 2005년에 시작되어 작년에 15주년을 맞이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8월 8일부터 13일까지 어디서도 만나볼 수 없는 100여 편의 음악영화와 음악 프로그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호에서는 제천에서 관람한 지미 핸드릭스 감독의 ‘펑크족의 꿈’을 리뷰해봤고, 이번 편은 보다 다양한 영화들을 소개하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탐방기를 마무리하려 한다.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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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음악 영화의 흐름

영화제에 가면 제일 먼저 영화 상영 목록을 살펴보곤 한다. 어떤 주제로 영화를 묶었는지에 따라 이번 영화제의 방향성과 개성을 짐작할 수 있고, 올해는 작년과 달리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8월의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음악과 영화 모두를 다양한 주제로 풀어냈다. 세계 음악 영화의 흐름, 시네 심포니, 뮤직 인 사이트,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시네마 콘서트 등의 섹션이었다. 다양한 최신 음악영화를 소개하는 <세계 음악 영화의 흐름>에는 지난 호에서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펑크족의 꿈’이 있었다. 장르의 구분 없이 음악이 소통의 중심이 되는 다양한 영화들을 통해 세계 음악영화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시네 심포니

<시네 심포니>는 음악이나 음악가를 소재로 다룬 다양한 장르의 영화, 극의 전개에 음악이 중요하게 사용된 동시대 극영화를 소개했다. 그중 보고 싶었던 ‘더 컨덕터’는 1920년대 말,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최초의 여성이 되고자 한 네덜란드의 안토니아 브리코에 대한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였다. 다양한 섹션의 영화와 음악 프로그램을 모두 경험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2박 3일의 여정이어서 아쉽게도 관람은 나중으로 미뤘다. 그 후 한국에서의 개봉 첫 주말에 다양성영화 좌석판매율 1위를 기록하고 확대상영까지 이루어졌다. 현재는 유명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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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인 사이트

<뮤직 인 사이트>는 음악을 통해 한 사람의 음악가이자 인간, 더 나아가 보편적인 삶과 문화를 보여주는 다양한 음악 다큐멘터리를 만날 수 있었다. ‘에릭 클랩튼: 기타의 신’, ‘마일즈 데이비스, 쿨 재즈의 탄생’ 등의 영화가 대표적이었다. 관객의 호불호가 나뉘는 다큐멘터리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뮤지션이 주인공인 만큼 빠르게 매진이 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송에 늘 거론되는 에릭 클랩튼과 새로운 재즈 세계를 개척한 마일즈 데이비스, 그들의 인간적 삶과 음악이 궁금해지는 영화들이었다.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영상과 녹음 파일도 담겼다고 하니 두 뮤지션의 팬이라면 감상해도 좋겠다.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꽃피는 봄이 오면 포스터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한국 음악 영화의 오늘 - ‘꽃피는 봄이 오면’

다음은 제천에서 직접 관람한 영화를 바탕으로 두 섹션을 소개하려 한다. 먼저 <한국 음악 영화의 오늘>은 소재나 음악을 다루는 방식에서 한층 넓어진 다양성을 보여주었다. 창작인의 내적 과정을 음악으로 표현하거나, 이해할 수 없었던 가족에 다가가게 하는 매개로 음악인의 이미지를 사용한 것이다. 또한 한국판 집시음악과 힙합, 기타 연주 등이 등장하는 영화는 음악을 전면에 내세워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기도 했다. 특별 상영으로는 올해 작고한 류장하 감독을 추모하기 위해 세 편의 작품을 준비했다.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영화 ‘봄날은 간다’와 ‘8월의 크리스마스’의 조연출이었던 감독의 작품이 궁금했던 찰나, 그의 대표작을 관람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

류장하 감독의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은 교향악단의 트럼펫 연주자를 꿈꾸던 주인공이 강원도 산골 학교의 관악부 임시 교사로 부임하게 된 이야기다. 녹록하지 못한 현실에서 좌절한 주인공과 강제 해산을 앞둔 관악부는 각자의 상처 때문에 좌충우돌을 겪기도 하지만 끝내 음악으로 하나의 마음을 이루어간다. 보통 선생님과 제자 간의 유대감이나 음악을 다룬 영화는 신파적으로 흐르기 십상인데, 영화는 강원도의 겨울 풍경과 순박하고 따뜻한 동네 사람들의 모습을 진심에 가깝게 담아냈다. 류장하 감독을 추모하기 위해 깜짝 방문한 최민식, 김호정 배우는 촬영장에서의 즐겁고 따뜻했던 추억을 관객과 함께 나누기도 했다. 동료를 기억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담아낸 영화를 의미 깊게 관람하는 것을 보며 기록 장치로서의 영상과 영화의 가치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폴란드 무용수 포스터
폴란드 무용수 포스터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시네마 콘서트 - ‘폴란드 무용수’

마지막으로 <시네마 콘서트>는 영화 상영과 함께 생음악을 현장에서 연주하며 영화음악의 원초적인 형태를 재현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에는 1927년 구소련에서 제작된 코미디 ‘이기주의자’와 1917년 폴란드에서 만들어진 멜로 영화 ‘폴란드 무용수’가 있었다. 두 영화 모두 폴란드의 무성영화 전문 연주자 마르친 푸칼룩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 감상하도록 준비되었다. 필자는 음악 프로그램 <미스터리 유니버스>에 참여하기 위해 청풍호반에 방문했다가 함께 준비된 ‘폴란드 무용수’를 우연한 기회로 관람할 수 있었다.

영화 ‘폴란드 무용수’는 삼각관계를 둘러싼 고전적인 드라마다. 평소에 동구권의 무성영화를 접하기 어려운 만큼, 영화가 불친절하거나 낯설까봐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인생 희비극으로, 여성 주인공의 주체성과 인물들의 내면적 갈등이 조화롭게 구성된 영화였다. 무성영화는 특유의 낭만적 분위기와 고전성이 그대로 담겨 있어 매력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화려한 사운드에 익숙해진 지금의 관객에게는 다소 지루하고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영화 상영 시 밴드의 라이브 연주가 더해지니 관객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었다. 무엇보다 조용한 관람 문화가 없었던 과거에는 변사가 영화를 설명해주거나 밴드의 음악에 맞춰 관객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오래된 영화와 오래된 문화를 현대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다.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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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해진 올해의 영화제

이렇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탐방기는 3편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작년에 경험한 전국의 영화제 이야기를 느린 호흡으로 연재하고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개최가 연기되거나 불투명해진 영화제가 많다. 1년에 단 한 번 뿐인 순간을 위해 오래도록 준비했을 이들과, 영화제가 아닌 일반 극장에는 걸리기 쉽지 않은 다양성 영화를 만든 이들 모두 갑작스러운 재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작년에는 일반 관객으로 영화제에 참여했다면 올해에는 자원봉사자나 팀원으로서 참여할 계획이었다. 아직 모든 것이 확정되지 않은 순간,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하며 자리를 지키는 것이 필요한 때다. 당분간 영화제 탐방기를 더욱 집중적으로 연재하려 한다. 누군가에게는 지난 추억을 돌이켜보거나, 미뤄진 영화제를 기다리는 데에 도움이 되거나, 관객을 만날 시기를 놓친 영화들에게 좋은 홍보의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 모두 안녕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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