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성수동 장미아파트 단지 전경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성동구 성수동 장미아파트 단지 전경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성동구 성수동 장미아파트가 4억 8천만 원이라는 역대 최고 재초환(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담금을 기록해 부동산 업계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성수 장미아파트 일부 소유주들이 재건축 시행사인 KB부동산신탁의 신탁 방식 재건축을 문제 삼고 나섰다.

‘조합 방식 재건축’으로 진행되고 있는 강남 아파트들 재초환 부담금이 평균 2억 7천만 원을 기록한 데 비해, ‘신탁 방식 재건축’으로 사업이 진행 중인 성수 장미아파트 재초환 부담금이 무려 2억 원 이상 더 높게 통보됐기 때문이다.
 

KB부동산신탁에 재건축 맡긴 성수 장미 “수수료 52억+@, 재건축 사업 3년 이상 늦어져”

1982년 준공된 성동구 성수동 장미아파트는 지난 2019년 KB부동산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선정하고 포스코 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는 신탁 방식 재건축을 결정했다. 

신탁 방식 재건축은 주민이 직접 사업시행자로 나서는 조합방식 재건축 대신 부동산신탁사가 직접 시행을 맡아 재건축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지난 2016년 3월부터 도입됐다. 

기존 조합 방식 재건축은 아파트 소유주 개개인이 조합원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조합이 사업 주도권을 쥐고 총괄하며, 총회를 통해 의사를 결정한다. 반면 신탁 방식의 재건축 사업은 신탁사가 주도권을 쥐고 사업을 총괄하며, 의사결정은 토지 소유자 전체회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부동산 신탁사들은 신탁사를 통한 재건축 사업의 장점으로 ▲추진 위원회 및 조합설립 절차 생략에 따른 사업 기간 단축 ▲초기 사업비를 신탁사가 조달해 자금력 동원이 가능한 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전체 매출의 2%~4%로 책정되는 신탁사 수수료가 비싸고 속도도 생각만큼 나지 않아 신탁 방식 재건축 사업 시행 중인 조합원들의 불만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신탁사 수수료 및 재건축위 운영비 예산 ⓒ위클리서울 /제보자 제공
신탁사 수수료 및 재건축위 운영비 예산 ⓒ위클리서울 /제보자 제공

2019년 성동구가 인가한 ‘성수동 장미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의 정비사업 착수예정일은 2019년 3월, 준공 예정일은 2024년 7월이었으나, 2021년 12월 현재 재건축은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신탁사가 고지한 정비 사업 착수 날짜보다 최소 3년 이상 미뤄진다는 얘기다.

수수료 문제도 심각하다. KB부동산신탁 주관으로 지난해 12월 강남구 신사동 더샵갤러리에서 열린 ‘성수동1가 장미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사업 시행 계획수립을 겸한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에 따르면, 재건축정비사업비 예산 중 사업 시행사인 KB부동산신탁에 신탁 수수료로 53억 원이 책정됐다. 

또한, 신탁사들이 신탁 방식 재건축의 장점으로 내세우는 점 중 하나인 재건축 조합 설립 절차 생략에 따른 조합 재건축 조합 운영비가 생략됨에도 ‘재건축 위원회 운영비 및 일반 사업 추진비’로 총 19억 원이 책정됐다.

신탁 수수료와 재건축 운영위 운영비만 합쳐도 대략 72억원이라는 돈을 아파트 소유주 170여 가구가 전부 나눠 내게 되는 것이다. 부담액은 가구당 최소 2억 4천만 원이 넘는다. 

성수 장미아파트 소유주 A 씨는 “처음 KB가 말한 추가 부담금은 1억 원 대 수준이었다. 재건축을 빨리 진행해 준다고 해서 사업자 선정에 동의했더니 (재건축 사업은)계속 미뤄지기만 하는 데다 추가 부담금은 최소 8억 원을 내야 하는데 아예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초환 부담금 4억 8천만원 고지를 받고는 헛웃음 밖에 안 나왔다. KB부동산신탁 측이 지정한 감정평가사는 도대체 소유주들 입장을 고려는 하는 건지 전체 사업비만 크게 부풀리려는 건지 의도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성수동 장미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 자료 ⓒ위클리서울 /제보자 제공
성수동 장미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 자료 ⓒ위클리서울 /제보자 제공

성공사례 드문 신탁방식 재건축

한편, 신탁방식 재건축은 성공사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신뢰도에 의문을 갖게 된다. 재건축 역사이래 최소 99% 이상의 재건축 사업이 조합방식으로 시행됐으며, 2016년 신탁방식 재건축 첫 시행 이래 지난 5년간 전국을 통틀어 성공 실적을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재건축 시장의 메카’로 꼽히는 강남권에서 신탁방식 재건축 정비사업이 성공한 적은 없다.

2018년, 대교아파트는 KB부동산신탁을 사업자로 지정했지만 KB부동산신탁이 사업안에 이자율을 구체적으로 명시 안 한 것을 문제 삼고 사업자 지정을 취소했다. 대교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당시 “KB부동산신탁에 맡기는 방식으로 재건축을 진행하려 했으나 회사 측이 기부채납 비율을 속이고 조달 금리를 속이는 등 ‘깜깜이 계약’으로 문제를 빚었다”며 “신탁 추진을 백지화하고 조합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새로 추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019년,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 아파트 역시 한국자산신탁과 신탁방식 재건축을 논의하다 진통을 겪고 백지화했다. 뉴코아아울렛, 수영장 지분 문제에 한국자산신탁이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주민과 갈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높은 수수료도 백지화의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 145가구의 소규모 아파트인 서초구 방배동 방배 삼호3차(12·13동)는 지난해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시행자로 한국자산신탁을 지정했지만 불과 8개월 만에 조합원 투표를 진행한 뒤 신탁방식의 재건축 사업을 철회하고 조합방식의 재건축을 선택했다. 

이와 관련해 성수 장미아파트 소유주 B씨는 “재건축신탁 사업자 선정을 취소한 다른 아파트들 사례를 참고해 지금이라도 KB부동산신탁의 사업자 지정 취소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클리서울>은 KB부동산신탁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했으나 닫지 않았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