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비 혜택 고스란히”…신세계 유니버스 등판
홈플러스·GS리테일도 흩어진 회원 하나로 통일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유통업계 ‘통합 멤버십’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쿠팡이 ‘와우’ 멤버십을 통해 무서운 속도로 적자를 개선하자, 국내 유통 기업들이 계열사 혜택을 하나로 합친 통합 멤버십을 출범에 나서고 있는 것. 이들은 대형마트 등 유통 점포를 갖춘 장점을 내세워, 온·오프라인 혜택을 모아 충성고객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6개사 통합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출범
신세계는 지난 8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을 열고 유료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을 공개했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SSG닷컴, G마켓·옥션, 스타벅스, 신세계면세점 등 총 6개사를 중심으로 연결된 멤버십이다. 연회비는 3만 원이며, 가입 경로와 상관없이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회원은 6개사 통합 혜택이 적용된다.
신세계는 가입 즉시 연회비의 상당액을 사이버 머니 및 쿠폰으로 혜택을 돌려준다. 소비자들은 가입과 동시에 참여 계열사에서 5% 할인을 누릴 수 있다. 이마트와 SSG닷컴에선 매달 각각 4장, 3장의 5% 할인 쿠폰이 지급된다. 신세계백화점에선 모든 패션·잡화 상품을 살 때마다 최대 5% 할인을 받는다. 스타벅스는 월 5회 별 추가 적립을, 면세점은 매월 최대 3만 원 즉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번 멤버십은 온라인 몰인 SSG닷컴과 G마켓을 필두로 운영된다. 멀티 플랫폼을 통한 ‘최다 고객의 최대 만족’을 추구하는 신세계 유니버스를 위해서는 디지털 경쟁력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과거처럼 백화점, 대형마트 등 특정 채널에서만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쇼핑 경험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는 이번 멤버십을 통해 고객사와의 파트너십도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그룹과 관계를 맺고 있는 크고 작은 파트너사는 약 85만 곳으로 국내 판매업자 중 절반에 달한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약 2조 원 규모인 B2B(기업간 거래) 매출을 장기적으로 5조 원까지 성장시킨다는 포부다. 또 그룹 전체 거래액 규모를 5년 내에 현재보다 50% 이상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신세계 유니버스는 유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고 파트너사와 지속 성장할 것”이라며 “한국 유통업 혁신을 선도해왔던 신세계는 우리 일상 속에 더 깊숙이 파고들어 더 많은 즐거움을 주는 기업이 되겠다”라고 말했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 한국에서는 매일 약 1000만 명이 신세계 유니버스를 경험하고 있다. 이마트 매장을 찾는 하루 평균 고객은 약 150만 명이다. 하루에 이마트에서 팔리는 초밥은 940만 개, 쌀은 1만8000포대(1포대당 10kg 기준)다. 신세계백화점에는 매일 60만 명이 방문한다.
스타벅스를 찾는 고객은 하루 100만 명 이상이다. G마켓(옥션 포함)과 SSG닷컴을 방문하는 이용자는 하루 약 600만 명에 달한다. 주말이면 스타필드 하남점 한 곳에만 하루 약 10만 명이 시간을 보낸다. 전국에 있는 신세계그룹 계열사 점포는 1만여 곳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매일 신세계 유니버스 안에서 먹고 생활하는 수많은 고객들은 통합 멤버십을 통해 한층 더 차별화된 혜택을 누리게 된다”며 “멤버십을 매개로 이뤄지는 내외부 협업의 성과는 단순히 멤버십 혜택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고객 서비스와 같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GS리테일 등도 멤버십 가세
홈플러스도 새로운 멤버십 서비스인 ‘홈플 ONE 등급제’를 6월부터 운영 중이다. 기존 대형마트와 익스프레스, 온라인몰 등으로 개별 운영됐던 복잡한 멤버십 제도를 하나로 통일해 고객 편리성 제고는 물론 충성 고객 확보를 위해 출범했다. 다른 기업들이 연회비나 월정액으로 ‘유료’ 멤버십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홈플러스는 고물가 시대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무료’로 멤버십을 운영한다.
이 멤버십 역시 하나의 채널에서만 VIP+ 등급을 달성해도 고객은 홈플러스 전 채널에서 동일하게 혜택을 누리도록 개편했다. 온·오프라인으로 혼재된 멤버십을 하나로 통합해 기존 등급제의 비효율을 개선하여 고객이 놓치는 혜택 없이 온전히 받도록 한 것이다. 이에 VIP+를 비롯해 Gold+, Silver+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고객이 통합 이전과 비교해 약 2배나 상승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출시되는 ‘홈플 ONE 등급제’는 VIP+, Gold+, Silver+, Family 등 4가지 등급으로 구성돼 있다. 각 등급별 혜택을 확대해 온·오프라인 통합 할인 쿠폰을 추가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등급 산정 기준도 완화해 이전의 1개월이었던 실적 집계 기간을 2개월로 대폭 늘렸다. 대표적으로 VIP+의 경우 최대 12% 할인 등 쇼핑쿠폰 5종, 생일선물 혜택, 무료 주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김민수 홈플러스 멤버십 마케팅 총괄은 “멤버십 혜택은 고객이라면 당연히 무료로 누려야 한다는 경영 철학에 기반해 홈플 ONE 등급제를 무료로 출범하게 됐다”며 “830만 명 마이 홈플러스 멤버들의 관심과 사랑을 더 풍성하고 다양한 혜택으로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은 지난 3월 통합 멤버십을 선보인바 있다. 지난 2021년 7월 GS홈쇼핑과의 합병 후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에 나선 것이다. ▲GS25·GS더프레시·GS프레시몰에 적용되던 ‘더팝(THE POP)’ 멤버십 ▲GS샵 TV홈쇼핑·데이터홈쇼핑·라이브커머스 샤피라이브·모바일 앱에 적용되던 ‘리얼(REAL)’ 멤버십, 이 두 가지를 아우르는 통합 멤버십이다.
GS리테일 통합 멤버십 역시 편의점, 슈퍼, 홈쇼핑, 온라인몰 등 어디서나 본인이 보유한 가장 높은 회원 등급의 혜택을 다른 채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기존에는 GS25 VIP고객이라도 홈쇼핑 GS샵 VIP혜택을 받으려면 별도 조건을 달성해야 했다. 이번 통합 멤버십으로 전환하면서 편의점 GS25 VIP고객은 홈쇼핑 GS샵에서도 동일하게 VIP고객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유통업계 최초로 그룹 멤버십 ‘패밀리 서비스’도 선보였다. 가족, 친구 등 지인과 함께 최대 4인까지 그룹을 만들어 무료로 멤버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예를 들면 편의점 GS25를 주로 이용하는 자녀와 홈쇼핑 GS샵을 주로 이용하는 부모가 패밀리를 만들 수도 있고 편의점을 주로 이용하는 친구끼리 패밀리를 만들 수도 있다.
이커머스 강자 ‘쿠팡’ 이길까…
유통업계가 멤버십 구축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쿠팡의 흑자 전환이 요인으로 꼽힌다. 쿠팡은 수년간 적자에 시달렸으나 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무료반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배달앱 ‘쿠팡이츠’ 등을 아우르는 유료 멤버십 ‘와우’ 혜택 강화를 통해 적자를 빠르게 개선, 최근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멤버십 효과는 GS리테일 역시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 3월 멤버십을 출범한지 두 달만에 가입 고객이 10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VIP 및 VVIP혜택을 누리게 된 고객은 통합 이전과 비교해 약 15% 증가한 상태다.
다만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비롯한 유통업계 유료 멤버십들이 OTT와 배달앱을 포함하지 않고 있어 쿠팡에 비해 혜택이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OTT와 배달앱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소비자들의 생활 필수 서비스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또 셀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근 풀필먼트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로켓와우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의 충성도를 확보한 쿠팡이 이번에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판매자들의 충성도까지 확보할 전망”이라며 “온라인 시장 성장률 둔화 추세에도 쿠팡 멤버십 경쟁력이 부각되며 1분기 유효 고객수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그룹 측은 멤버십에 포함된 6개 계열사 외에도 이마트24와 신세계푸드, 스타필드 등이 동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 배달플랫폼을 비롯해 이동통신, 항공, 금융, 게임 등 여러 분야의 기업들과도 멤버십 협업을 추진하고 있어, 혜택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멤버십으로 이어진 계열사들은 고객 혜택 증대를 위해 더 많은 협력을 고민하고 실천한다”며 “그룹 계열사뿐만 아니라 외부와의 협업도 통합 멤버십이라는 신경망을 타고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하나면 일상과 연계된 많은 영역에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됐고 혜택 영역은 점차 확대될 것이란 점에서 비교 불가능한 최고 멤버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