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만 "노란봉투법 근거 아니다" 단독 주장

지난 5월31일 서대문 일대에서 금속노조가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대법원이 노동조합의 불법파업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이 노동조합원 각자의 가담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이를 놓고 ‘노란봉투법’을 입법한 판결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또다시 여야와 경영·노동계 간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대법, 노조원 가담정도 따라 손배책임 물어야

대법원은 15일 현대자동차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파업 참여 노동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해당 판결의 핵심쟁점은 쟁의행위로 생산이 중단돼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개별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였다.

이제까지는 불법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개인도 파업을 결정한 노동조합과 똑같이 배상 책임을 물어 수억원의 손해배상금이 청구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쟁의 실행에 관여한 정도는 조합원 개인에 따라 다른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똑같다고 보는 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에도 어긋난다고 판단해 노동조합원 각자의 가담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위법한 쟁의행위 시 조업 중단에도 불구하고 매출 감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된다면 ,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발생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앞서 1심·2심에서는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4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회사의 청구액 전액인 20억을 '연대하여 지급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양대노총, "묻지마식 손배 청구에 경종...노란봉투법 입법해야" 

양대노총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번 판결은 향후 대법원이 헌법상 노동3권 보장 취지를 충분히 살려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기조를 명확히 한 것"이라며 "향후 쟁의행위 시 개별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나 고정비용 손해배상청구가 일정하게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 판결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노란봉투법과 관련한 경영계의 반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도 "쟁의행위에 대한 사측의 묻지마식 손해배상 청구에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판결"이라며 "현재 국회 본회의 문턱에 계류돼있는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을 대법원이 확인해 준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여당은 신속히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여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처리하라"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은 “이번 판결은 “노란봉투법이 파업 조장법이다. 불법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해도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해서 사회적 논란만 가중시킨다. 입법 폭주다. 사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법체계에 맞지 않는다.” 라고 했던 정부와 여당의 주장과 명분이 모두 잘못된 것임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위원들은 “지난 30여 년간 사측의 과도하고 무분별한 손배·가압류로 조합원들과 가족들의 목숨까지 앗아갔던 안타까운 현실을 조속히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계·여당, "대법, 국회 쟁점법안 임의로 입법화" 지적 

지난 해 11월30일 정의당이 노란봉투법 제정 농성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위클리서울/김현수 객원기자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노란봉투법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고용부는 "해당 판결은 '단체인 노동조합'보다 '개별 조합원들'의 책임 비율을 낮게 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한 것"이라며 “조합원의 책임 개별화에 관한 판단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부는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부진정연대책임(민법상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규정)의 특별한 예외를 인정해 불법행위자 개별적으로 손해액을 산정하여야 한다는 노조법 개정안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용부의 반박에도 불구, 경영계와 여당조차 이번 대법원 판결이 노란봉투법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법원이 기업의 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에게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개별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대법원은 노란봉투법을 판례로 뒷받침하면서 국회의 쟁점법안을 임의로 입법화하는 결과를 빚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원내대표는 "대법원은 관련 판결을 일정기간 유예하고 여야간 입장 차이를 보이는 법에 대한 논의결과를 지켜봐야 했다"며 "하지만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비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불법파업에 대한 책임을 경감시켜 산업현장의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이 오히려 산업현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노사갈등을 조장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를 나타낼 때와 같은 반응을 나타낸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회사 측에 조합원 각각이 불법행위에 가담한 정도를 파악해 입증하라는 이번 판결은 손해배상청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일컫는 노란봉투법에는 법원이 조합원 등의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배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그 손해에 대하여 각 배상 의무자별로 각각의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범위를 정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단독으로 환노위를 통과시킨 노란봉투법을 본회의에 직회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키워드
#노란봉투법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