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놓고 경영·노동계 충돌 '본격화'
'가구생계비 반영' VS '어려운 업종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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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26.9% 인상된 1만2210원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경영계는 노동계 요구대로 인상 시 일자리가 최대 47만개 감소할 것이라며 맞대응에 나섰다.

이로써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놓고 경영·노동계의 충돌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노동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은 지난 22일 1만2210원의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9260원)보다 26.9% 인상된 수준으로 월 환산액(209시간 기준)으로는 255만1890원이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과 전년 대비 인상률은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올해 9620원(5.0%)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액 제시 근거로 '적정 가구 생계비'를 들었다. 노동계는 “최임위 심의 기초자료 역시 비혼 단신 근로자의 실태 생계비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노동자와 그 가족의 '가구 생계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내년도 적정생계비 월 443만6000원을 평균 가구소득원수(가구원 중 소득이 있는 가구원수 비율)인 1.424로 나눈 후 근로자 가구의 평균 경상소득 대비 근로소득 비율인 84.4%를 곱해 시간당 1만2210원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2022년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초인플레이션으로 물가는 급등했고, 물가보다 낮은 임금인상으로 인해 실질임금이 삭감됐다”며 “특히 물가폭등으로 필수 지출 품목(식료품, 주거, 교통)에 대한 최저임금노동자의 생계비 부담이 높아진데다 저임금노동자 비중도 다시 증가하는 등 분배지수 또한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저임금법 제4조가 규정하고 있는 결정 기준 중 노동자 생계비가 핵심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심의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아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노동계는 “향후 이렇다 할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 몇 년간은 저성장 고물가 기조가 지속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현재의 물가 폭등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소비 활성화 정책 및 불평등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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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는 노동계 요구안대로 최저임금이 1만2210원으로 인상될 경우 특히 청년층, 저소득층, 소규모사업장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감소폭이 클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남석 전북대 교수에게 의뢰해 진행한 ‘최저임금 상승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2023)’ 보고서에 따르면 일자리 감소폭이 최소 19만4천개에서 최대 47만개로 추정된다.

또 최저임금이 1만원(올해 9620원 대비 3.95%⇡)으로 인상되면 최소 2만8천개에서 최대 6만9천개의 일자리가 감소될 전망이다.

특히 청년층(15~29세)에서는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 시, 일자리가 최소 1만5천개에서 최대 1만8천개로 감소하며 노동계 요구안대로 인상되면 최소 10만1천개에서 최대 12만5천개 감소할 전망이다.

저소득층(소득 2분위 기준)의 일자리는 1만원으로 인상 시 최소 2만5천개에서 최대 2만9천개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으며 노동계 요구안대로라면 최소 20만7천개에서 최대 24만7천개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숙박·음식서비스업의 경우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 시 최소 1만2천개에서 최대 1만6천개, 노동계 요구안대로면 최소 8만4천개에서 최대 10만7천개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건설업은 각각 최소 2만2천개에서 최대 2만6천개, 최소 15만2천개에서 최대 17만4천개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남석 교수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시 일자리 감소규모는 2021년 기준 고용탄력성(일자리감소율/최저임금 변화율)을 반영해 추산했다.

그러나 이는 내년도의 경제상황이나 산업별 고용추이 변동상황 등을 예측·반영해 추산한 결과가 아니며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조건만을 놓고 특정연도의 고용탄력성을 반영해 일자리 감소수를 추산한 결과일 뿐이어서 결과적으로 단순히 참고적인 추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7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반대 15표, 찬성 11표로 부결됐다.

이에 사용자위원들은 "내년 사업종류별 구분 적용이 무산된 이상,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반드시 현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어려운 업종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경영계 측의 최저임금 요구액은 동결되거나 삭감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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